할아버지
권순재
나는 단 한 번도 할아버지를 본 적 없다.
친할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존재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심지어 그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다.
내가 알기 전부터,
내가 세상을 알기 전부터,
그는 부재였다.
그렇기에 나에게 할아버지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한다.
다른 이들이,
할아버지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
내가 기억을 하는 것은.
어렴풋 기억이 나는 외할아버지 뿐.
그러나 그마저도 온전치 않다.
때로 나의 바보 같은 기억력을 한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