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눈길을 먼저 밟는 사람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눈길을 따르는 사람은 될 것입니다.
그 눈길을 더욱 확고히 다지면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옳은 길을 따라갈 것입니다.
비록 앞에서 서서 새로운 길을 만들지는 않지만,
이미 만들어진 길을 열심히 따라갈 것입니다.
누군가의 앞에서 빛이 나는 존재가 되기 보다는,
누군가의 뒤에서 빛을 밝게 만드는
그런 어둠과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눈길을 따라오는 저 뒤의 사람이,
더욱 깊게,
새겨져 있는 나의 발자국을 보면서
옳은 길로 오기를
바른 길로 오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소록히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며,
나풀나풀 날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누군가가 이미 걸은 길을 따라서,
나의 발자국을 더욱 진하게 깊게 남깁니다.
그렇게 누군가가 다시 길을 따라올 수 있도록,
그렇게 누군가에게 또 다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눈길을 더욱 힘주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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