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편의점에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노숙자들이 많은 편의점이었습니다.
그들은 구걸을 하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소주를 샀습니다.
그런 그들의 돈은 더러웠으며,
역겹기도 하였습니다.
손에 고름이 묻은 손으로 건네주는,
그런 돈은 분명 더러운 것이고,
분명히 역겨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그것은 지폐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그저 지폐의 겉에 묻은 것이 더러운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폐가 가지고 있는 진짜 모습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위에 보이는,
그저 그 위에 보이는 모습이 더러운 것이니까요.
돈이 더러울 수는 없으나,
돈의 모습이 더러울 수는 있다.
말도 안 되는 말 같지만,
말이 되는 상황
지폐.
더러운 지폐 속에 담겨 있는 본질은,
누군가의 신뢰, 누군가와의 약속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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