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째 페이지 2
억지로 무엇을 채우다가,
꾸역꾸역 채우다가,
다시 이 자리까지 왔다.
나의 상상으로
나의 이야기로
나의 아무 것 없는 쓸 데 없는 읊조림으로
다시 한 번
20 번째 페이지에 다다랐다.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던,
나의 소중한 공간은,
이렇게 나의 생각으로
나의 쓸모 없음으로 채워지고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루어지는 모든 글자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아무런 의미 없는,
그저 그런 글자의 나열일 뿐,
그저 그런 글들의 나열일 뿐,
그러나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 속에 무언가가 담겨 있을 거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