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권순재
소녀는 보았습니다.
소년을 보았습니다.
두 뺨이
붉게 상기되어
가슴이
들썩들썩이는
소년을 설레며 보았습니다.
소년을 설레며 보았습니다.
자-알 생긴 소년을 보면서
양 뺨이
바알갛게 변한 소녀는
아련히 사라지는
소년을 불렀습니다.
소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소년은 낯을 바꾸고,
소녀에게서 멀어집니다.
그런데, 그런데 소년이 멀어집니다.
멀리- 머어-ㄹ리 멀어집니다.
멀어지다,
멀어지다,
사라집니다.
멀어지다,
멀어지다,
사라집니다.
소녀는 그 자리에 앉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