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범녀 2

권정선재 2010. 6. 6. 07:00

범녀 2

 

권순재

 

 

 

고 계집이 얼마나 젠 체를 하던지,

너도 알잖니?

내가 제 아파서 약을 구하러 나간 것을,

그런데 고새 사내를 꼬여내다니,

누가 곰보고 미련하다고 했니?

 

알고 있어.

그런 걸 따지지 않은 내가 미련하다,

그런데 뭐가 달라지니?

사내와 여인이 통정을 하였는데 내가 어찌 할 수도 없고

내가 가장 답답할 게다.

 

나도 사람인데 뭐가 달라지는 것이 없구나

그것은 사내까지 옆에 차고 있는데,

부럽다.

부럽진 않아.

그래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지 않니?

 

하늘에서 온 사내의 품에 안기는 게 너는 쉽다 보니?

아니다.

쉽지 않아.

너도 알고 있지 않니?

너도 우리와 함께 굴에 들어갔으니.

 

그런데 왜 되다 만 거야.

구미호가 뭐니? 구미호가.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고 계집이 얄미워서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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