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건망증

권정선재 2010. 7. 15. 07:00

건망증

 

권순재

 

 

 

과제 왜 안 가지고 왔어?

잊었어요.

 

건망증

내 발목을 잡는 건망증

 

그런데 정말 내가 잊는 것이

이러한 것들이 전부일까?

나의 삶 속의

일부일 뿐인 걸까?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하얗게 변한 느낌?

 

너도 기억이 나지 않고,

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제도 기억이 나지 않고,

지난 시간이 하나도

하나도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이 정말 나의 공간인 것일까?

나는 도대체 여기에 왜 오게 된 것인가?

정말 이곳에 있는 내가 제 자리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있으면 안 되는 곳인데 내가 있는 것인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알았을 텐데

분명히

분명히 알았을 텐데

건망증에

다 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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