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권순재
그렇게 좋은 사이
우리 둘의 좋은 사이
비가 개었습니다.
맑아졌습니다.
그렇게 멀어졌습니다.
왜 내가 싫어진 거야?
그런 건 아니야.
그럼 왜 헤어지자는 거야?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눈썹
무언가를 말을 하고자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그녀의 여린 입술
싫어진 건 아니야.
그럼?
내가 힘들어서 그래.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만나던 그 날과 다르게
해가 쨍쨍한 날에
그렇게 멀어지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나는 그냥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 가는 구나.
네가 가는 구나.
이러면서 가만히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