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식당
권순재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이름이 없는 식당에 들어갔다.
이름이야 있었겠지만 간판도 없는 초라한 식당이었다.
차림표에 적혀 있는 것이라고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둘 뿐.
물 하나 딱 떠주고는 가만히 나를 보는 할매의 얼굴에 세월이 묻어났다.
무엇이 맛있습니까?
국수가 국수제
2500원, 요즘 가격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가격.
그나마도 가격은 몇 번 오른 것인지 숫자가 덧붙여져 있었다.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쉬러 온 것이니 돈을 아끼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하나 주세요.
그걸 다 먹게?
제 몸을 보세요.
꽤나 근수가 나가는 나를 보더니 할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이 묻어나는 가게의 내부의 모습에 저절로 놀라웠다.
할머니 여기 가게 이름이 뭐예요?
XX국수집이다.
XX이요?
아들 이름이다.
무심한 듯 말을 하는 그녀의 말 속에서 정이 느껴졌다.
아들의 이름을 말을 하는 그녀에게서 자부심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리고 더 이상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할매는 수북히 담긴 국수를 가져왔다.
이게 뭐예요?
내가 손이 크다.
분명히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나를 보니 아들 생각이 났을 거다.
너무 많았지만, 다 먹었다.
할매의 아들이 될 수 없기에 지금 이거라도 해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