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귀찮아

권정선재 2010. 7. 11. 07:00

귀찮아

 

권순재

 

 

 

, 귀찮아.

너무 귀찮아.

 

삶도 귀찮고,

너도 귀찮아.

 

모두가 귀찮아서 정말 어쩔 수 없는 날.

당신의 무능력함에 날이 선 칼을 댄다.

 

어린아이마냥 커다래진 눈으로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는 거냐고!

라고 외치는 당신에게,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귀찮아서 그래.

 

, 귀찮아.

너무 귀찮아.

이 시체를

언제 치우지?

 

, 귀찮아.

너무 귀찮아.

이 시체를

토막토막 잘라서,

 

믹서기에 갈아서

변기에 넣고,

우르르쾅쾅 물을 내려야지

 

, 즐거워.

정말 즐거워.

오늘은 즐거운 날.

오늘은 행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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