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
권순재
아, 귀찮아.
너무 귀찮아.
삶도 귀찮고,
너도 귀찮아.
모두가 귀찮아서 정말 어쩔 수 없는 날.
당신의 무능력함에 날이 선 칼을 댄다.
어린아이마냥 커다래진 눈으로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는 거냐고!
라고 외치는 당신에게,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귀찮아서 그래.
아, 귀찮아.
너무 귀찮아.
이 시체를
언제 치우지?
아, 귀찮아.
너무 귀찮아.
이 시체를
토막토막 잘라서,
믹서기에 갈아서
변기에 넣고,
우르르쾅쾅 물을 내려야지
아, 즐거워.
정말 즐거워.
오늘은 즐거운 날.
오늘은 행복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