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70번째 페이지

권정선재 2010. 7.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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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재

 

참으로 미련스럽게 예까지 왔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홀로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의미 없이

여기까지 꾸역꾸역 다가섰다.

 

얼마나 한심하던가?

다른 사람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일을

미련스럽게 계속 하는 일은

그러나 그렇기에 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이 된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기에

더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아니었던가?

 

누군가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면

오히려 거기에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보지 않기에

이리도 아무런 생각을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는 것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할 줄 아는 일이

고작 이것이기에

 

미련스럽게도

나는 오늘도 타자를 두드린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않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기 위해서,

 

나의 이 아우성이

무풍지대서 나부끼는 깃발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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