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누구의 천국인가?
-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
[당신들의 천국]을 딱 보는 순간, 헐리우드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폐쇄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권력자의 모습은 [셔터 아일랜드]의 주인공과도 닮아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가면서 [당신들의 천국]은 [셔터 아일랜드]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 한 개인으로 인해서 바꾸려는 사회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해로 인해서 최악의 결말로 달려가는 이야기는 모든 곳이 천국이라는 것을, 적어도 그 곳이 천국이 아님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주인공의 곁에 있는 이상욱의 존재를 통해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아집과 결국 우리들이 꿈을 꾸어야 하는 천국이 어디인지를 찾고자 노력한다. 그의 편지까지 다다르게 되면 독자들은 이 책을 내내 읽어나가면서 궁금했던 모든 것들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이 만들려고 했던 곳은 결국 천국이 아닌 아무 것도 없는 철조망으로 갇혀 있는 하나의 동물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센병은 피부가 떨어져 나가는 병으로 치료를 통해서 그 병이 나을 수 있다고는 하나, 일반인들에게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주는 병이다. 그런 이들은 과거 유신 체제 당시 고립된 지역으로 가둬져서 살았고, 그 중 한 곳이 바로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은 소록도이다. 주인공은 소록도로 와서 이곳을 한센병 환자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말 그대로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위한 천국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들이 직접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축구단을 만들어서 좀비 같이 살아가던 그들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이어서 그가 하는 일은 바로 간척 사업이다. 소록도는 농사를 짓기 적합하지 않은 땅으로, 만일 국가에서 그들을 위해서 물자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바로 굶어 죽을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간척 사업을 벌여서 그들이 스스로 자립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하지만, 그가 행동을 하는 데 여러 사람들의 반대가 던져진다.
한센병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 같은 장로회부터 시작을 해서 자연재해, 그리고 정부까지. 그는 수많은 벽들에 부딪히고, 마지막까지 노력을 하지만 아무런 결말도 내지 못 하고 결국 소록도를 떠나게 된다.
이 모습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은 자신의 욕심대로 그들이 자립을 하기 바라는 천국을 짓고 싶은 욕망에 잡혀 있고, 장로는 더 이상 실망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나약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정부를 앞에 세운 육지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간섭을 하지 못 하길 바라는 욕망에 잡혀 있다. 그들의 욕망은 이기적이지만 무조건 이기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욕망은 솔직하기에 공감이 가고, 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의 입장은 오직 정의일 뿐이다.
그들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이해라는 것은 자신의 이익에 기초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자신의 이익이 반영이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입장에 대한 이해는 보수적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나 너무나도 상처를 받은 한센병 환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상처를 받은 짐승의 가느다란 떨림이 느껴지는 것처럼 나약하게 그려져 있다. 한 순간 궁지에 몰리면 물수는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들로 말이다.
이러한 모습은 한센병 환자들이 단체로 주인공에게 와서 따지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그들은 아무리 해도 그 결과가 보이지 않는 간척 사업에 대해서 울분이라도 토하기 위해서 주인공에게 찾아온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물러나고 만다. 그들은 한 순간 너무나도 강해질 수 있지만, 결국 자신들이 한센병 환자라는 사실 자체에 갇혀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은 시종일관 어두운 느낌을 풍기고 있다. 소록도 역시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한센병 환자들은 끝까지 간척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의 부재는 결국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만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한센병 환자들에게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제 목소리를 내지만 누군가가 앞에 나서라고 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채 뒤로 주춤주춤 물러설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모습은 소설 속에서 육지의 사람들이 간척 사업을 반대하며 단체로 항의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주인공은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하지 말고 누군가가 나서서 대표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그 누구도 대표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여기서 그들은 모두가 모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겁쟁이들의 모습이며, 그들은 주인공의 허리춤에 차여 있는 권총을 보고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센병 환자와 육지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이며, 그들은 인간 자체의 나약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 권력을 통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 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며, 그의 권력에 있어서 믿음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의 권력은 더더욱 약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는 자신이 정의라고 믿지만 마지막 ‘이상욱’의 편지를 받는 순간 자신의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며 왜곡된 정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1부와 2부, 그리고 3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 [당신들의 천국]의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주인공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천국을 그 스스로 만들 수 없다는 한계를 확인을 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에서 천국은 결국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스스로와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나가는 이상적인 공간인 것이다.
주인공이 만들고자 하는 곳은 주인공이 모든 것을 이루어나가려고 하는 아집과 말도 안 되는 고집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환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공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독재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착각 중 하나이며 결국 이러한 일들의 끝에 피해자는 약자들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천국이란 그 누구도 자신의 멋대로 행동을 하지 않는, 정말로 모두를 위해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기 전까지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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