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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은미 노래방]을 보고...

권정선재 2010. 10. 31. 00:03

 

 

진부한 틀을 벗어나서

 

 

- [은미 노래방] 연출의 시선으로 보기 -

 

 

 

 

 

서론

 

사람들이 연극이라는 장르의 예술을 볼 때 생각하는 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영화와 다르게 매 번 다른 이야기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는 점, 쉽게 보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점. 무대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그리고 영화나 콘서트 등과는 다르게 공연 중 출입이나 퇴장이 어렵고, 전화기는 반드시 꺼야 한다는 점이다.

공연을 즐기는데 너무나도 당연한 이 점들은 공연을 즐기는 초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점이고, 이런 어려운 점 때문에 공연을 즐기는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 대학로에 있는, 브로드웨이보다 극장 수가 많다는, 극장들의 경우 대다수가 소극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관의 편안한 극장에서만 문화를 즐기던 세대에게 소극장의 극장은 너무나도 좁고 불편한 극장이다.

게다가 오늘날 같이 인구수보다 휴대전화가 많은 시대에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을 휴대전화 없이 지내라고 하는 것은 감옥에 가까운 일이다. 이러한 몇 가지 불편한 점 때문에 사람들은 공연을 보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은미 노래방]은 너무나도 색다른 연극이었다. 기존에 보던 연극들이 가지고 있던 답답하거나, 관객들을 배려하기보다는 연기를 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우선 보려고 하는 연극들과 다르게 관객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은미 노래방]이 공연 되었던 혜화동 1번지 - 연극 실험실이라는 곳은 역과도 멀리 떨어진 소극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며 가장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공연장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리고 있는 연극이 아마도 [은미 노래방]이 아닐까 싶다. 요즘 말을 하는 1400만 원짜리 배우나, 3500만 원짜리 아이돌은 나오지 않지만 그 못지않게 힘을 가지고 있을 수 있던 이유. [은미 노래방]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연출적 특징에 있을 것이다.

 

본론

 

1. 자유로운 출입

 

 

영화와 연극이 가장 다른 점의 하나는 시작을 한 후 입장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보통 10분이나, 혹은 그 이상 늦어도 상관없는 영화와 다르게 연극의 경우 시작 시간을 늦으면 출입 자체가 불가한 것이 보편적이다. 아무래도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도 신경이 쓰이고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도 거슬리는 행동이기 때문에 이러한 제지는 당연한 제지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이라거나, 5분 정도 늦었는데도 출입을 불허하는 것은 관객의 입장으로는 야속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 같은 경우는 공연을 보다가 화장실이 급하면 화장실에 갈 수도 있고, 영화가 재미가 없다면 중간에 퇴장을 해도 무방하다. 반면 연극의 경우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로 연극이 재미가 없더라도 대다수의 관객들은 연극의 맥을 끊는다거나, 연극 출입구가 거의 무대와 연결이 되어 있기에 쉽게 나가지를 못하곤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은미 노래방]은 아주 특별했다. 먼저, 연극이 공식적으로 시작을 하고 나서 20분도 넘은 시간에도 출입을 가능케 했다. 연극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연극과는 다르게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는 사람 역시 여유롭게 밖으로 안내도 해주었다. 기존의 연극들이 절대로 자리에 일어나지 못 하게 하는 것과 다르게 관객을 우선적으로 배려를 하고 있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2. 시작 시간이 없다.

 

 

보통 연극들의 경우 10분 정도 앞서서 출입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그 10분 동안 영화처럼 예고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관객들은 무료함에 멀뚱멀뚱 무대만 보고 있곤 한다.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연극에 출입을 하기 전에 이미 프로그램을 모두 보기 때문에 대다수의 관객들은 무료함에 연극을 기다린다.

그런데 [은미 노래방]은 특별하게 그 짜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프로그램에서는 프롤로그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 부분인데, 배우 중 한 사람이 어지럽혀져 있는 무대를 연극을 하기 위한 무대로 바꾸는 것이다. 무료함을 느끼던 관객들은 이 행동을 재미있게 지켜보며 연극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관객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본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짜투리로 무엇을 보여준다는 것을 안다면, 관객들은 10분보다 이전에 와서 자리에 앉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연극의 출입으로 인한 관객들과 극단 측의 마찰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연극이 시작을 하기 전에 질서를 잡기도 용이할 것이다.

물론 시작 시간 전에 하는 프롤로그의 경우 보지 않더라도 연극을 보는 데는 무방하다. 그렇기에 일찍 들어오는 관객과 늦게 오는 관객들을 모두 배려를 하는 [은미 노래방]은 특별했다.

 

 

 

3. 자유로운 무대 구성

 

 

연극의 경우 고정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그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다양성이라는 것은 무대 배경을 통해서, 관객들과 합의를 한 후에 벌여지는 일종의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무대라는 것의 특성상 그 자리에만 무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아무리 많은 변화를 주어서 무대를 분리하고, 다시 조립을 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장소에 있는 무대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은미 노래방]의 공연 장소였던 혜화동 1번지 - 연극 실험실의 경우 가운데 무대를 두고 양쪽에 좌석을 배치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소극장이라는 장소적 특징에 따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서 보여주는 효과는 배 이상이었다.

일단 기존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계속 배우들과 눈을 마주친다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러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실제로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는 연극이라거나 하는 것들은 실제로 정면에서 보게 된다면 더욱 괴기스럽고 피하고 싶은 느낌도 들게 한다. 하지만 약간 사선에서 벗어난 무대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연을 부담 없이 조금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었다. 기존의 연극의 경우 뒤에 앉게 된다거나 잘못 앉게 된다면 사각지대로 연극을 제대로 관람할 수 없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나 V형으로 이루어진 무대는 어디에서라도 다 어느 정도 잘 보일 수 있는 구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인해서 소외받는 관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 공연장이 특별한 이유는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이 무대가 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미 노래방]의 경우 V의 형태에서 가운데 부분이 공연장이고 양쪽이 관객석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반대로, 가운데 부분을 관객석으로 두고 양쪽을 무대로 둘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관객은 기존의 연극이 가지고 있던 식상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연극의 입장에서는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는 무대의 구조를 더 크게 활용함으로 인해서 상상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은미 노래방]의 형식으로 공연을 하게 된다면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힘이 들 지도 모른다. 기존의 연극의 경우 오직 한 곳만 집중해서 바라보면서 연기를 하면 되지만, 이러한 구조의 경우 관객에게 등을 보여야 하지 않는 배우의 입장에서 최대한 등을 보이지 않으면서 양쪽 모두를 바라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잡힐 수가 있다.

그러나 기존의 공연장이 가지고 있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서 최대한 자유로움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러한 형식의 공연장은 연극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는 자칭 마니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4. 배우가 음향을?

 

 

기존의 연극들의 경우 미리 녹음을 해 둔 파일 등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효과음을 제공한다. 그러나 [은미 노래방]의 경우 직접 배우가 무대 위에서 소리를 내서 더욱 생동감 나는 효과를 제공한다. 이러한 효과를 통해서 관객들은 더 깊이 연극에 몰입을 할 수 있으며, 연극이라는 것이 원래 관객들이 속아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연극의 특성을 더욱 잘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만 자칫하다가는 관객의 입장에서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의 연극과 다른 신선함은 관객에게 지루함보다는 낫게 느껴진다.

 

 

 

5. 무대 위에서 의상 교체

 

 

[은미 노래방]2인극이다. 그렇다보니 두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소비를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대학로에는 한 배우가 여러 가지 역할을 맡는 연극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은미 노래방]은 그렇게 일인 다역을 맡는 연극과는 차이를 보인다. 배우들이 다른 옷을 갈아입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짬뽕]이라는 연극에서도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지만 그것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고,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은 완벽히 다른 역할이다. 관객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 하는 경우도 있으며 알아차리더라도 완벽히 새로운 역할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다시 그 역할을 하는 배우에 시선을 맞춘다.

그러나 [은미 노래방]의 경우 배우가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관객들은 그 과정에서도 폭소를 느끼게 되고, 그렇게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 사이 자연스럽게 배우가 맡은 역할은 변화를 겪게 된다.

 

 

 

6. 무형식이 형식

 

 

보통의 연극의 경우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행동은 아주 적다. 보통 희곡에 적혀 있는 것이 대다수이며, 그것도 혹시나 극의 맥이 끊길 수 있을 것이기에 극의 초반에 아주 잠깐 관객이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배려를 해주는 차원에서 그치고 만다.

그러나 [은미 노래방]의 경우는 완전히 달랐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관객에게 말을 걸고, 문자를 전송하는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연극으로 몰입을 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중간에 관객들로 하여금 고민을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거나, 관객에게 직접 은미의 역할을 시키는 행위 등은 자칫 중간에 관객들이 연극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상황을 재치 있게 모면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관객들은 다시 한 번 연극에 몰입을 하고 함께 흥을 느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마치 마당놀이와도 비슷하게 느껴지며,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서 그 날 연극의 모습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은 모험에 가깝겠지만, 관객이 참여를 잘 해준다면 연극의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결론

 

 

[은미 노래방]은 내가 봤던 그 어떤 연극보다도 특별한 연극이었다. 일단 내가 본 연극 중에서 가장 적은 수의 사람들이 출연을 하는 연극이었으며, 유일하게 휴대전화나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던 연극이었다.

또한 배우의 입으로도 직접 말을 한 것처럼 콘서트인지 연극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것도 이 연극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며 힘이었다. 비록 정통 연극의 형식과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그 다름으로 인해서 이 연극은 소극장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선보이고 있다.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들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건이나 상황 등으로 인해서 오프 브로드웨이나,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펼쳐지는 연극처럼 실험적인 경우들이 대다수이다. 그렇기에 연극 역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거나, 뮤지컬 같은 느낌이 나는 쪽으로 관객들이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들이 대다수가 비슷한 무대 구성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 같은 관객들에게 주어진 고정 관념 등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완벽히 새로운 연극을 선보인다는 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른 소극장 연극에도 기대를 가지게 할 것이다.

이 연극의 경우 연출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고 최대한 노력을 한 것이 보이는 연극이다. 좁은 극장이라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가운데 무대를 두고 양쪽에 관객석을 두는 방식이라거나, 관객들에게 중간중간 참여를 한다는 것은 최고의 형식일 것이다. 또한 휴대전화를 끄지 않고, 중간에 드나듦이 가능하게 한 것은 영화 세대의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존의 연극과는 너무나도 다르기에 다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은미 노래방]과 같이 신선한 연극이 많아진다면 각자의 스타일, 취향에 맞는 연극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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