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아픔의 기억
- ‘박완서’의 [그 가을의 사흘 동안] -
‘박완서’의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은 실제로 일어나는 것 같은 일을 옆에서 묘사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비롯해서 ‘박완서’라는 작가에게 독자들이 기대를 하는 것은 사람 냄새 나는, 그래서 정말 공감하고 그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글이면 충분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은 특별한데, 우리의 옆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사실 자체가 그리 유쾌한 사실이 아니기에 쓸쓸하게 기억이 되고 그 속에는 아픔도 느껴지나 그것은 현실과도 닿아있는 것이기에 더욱 쓸쓸함이 더해집니다.
주인공의 직업은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라는 직업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고 그 생명을 책임지는 삶과 관련이 되어 있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낙태라는 너무나도 잔혹하고 슬픈 일을 하는 죽음을 불러오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의 모습도 가지고 있는데요. 주인공은 생명을 맞는 의사라기보다는 직업여성들의 아이를 뗴어 주는 일을 주로 하는 의사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그러한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그녀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그것이 끔찍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그녀가 은퇴라는 것을 결심을 함으로 부터는 점점 더 그 일이 끔찍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녀는 점점 자신의 망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망상은 그녀가 자신의 직업에 가지고 있는 슬픔과 아픔에 대한 것을 그리고 있는데요. 수많은 아이들을 살리지 못 했다는 너무나도 괴로운 생각이 그녀를 붙잡고, 그녀를 미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벨벳으로 만들어진 우단의자는 산부인과라는 공간과 어울리지 않지만 주인공은 함부로 그것을 버리지 못 합니다. 바로 그 우단의자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느끼기 때문에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것인데요.
주인공은 아버지와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악을 쓰고 싸우는 그러한 사이도 아닌데요. 아버지라는 존재를 의식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삶에 관여를 하고 싶어하는 사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를 너무나도 많이 의식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우단의자를 보면서 그 의자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순간은 아버지였다고 생각을 하는 장면에서 그러한 것이 보이게 됩니다. 주인공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의자를 버리지 못 합니다.
추억의 모습도 어렴풋이 보이는 이 소설은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 될수록 슬프게 이어지게 됩니다. 은퇴를 앞두고 꼭 아이를 받고 싶어하는 의사에게 그녀와 친하던 주인은 사람백정이 어떻게 애를 받냐는 표현으로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줍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한 말은 아니지만 평소에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표현을 함으로 인해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직업은 어떻게 보면 꼭 필요한 직업일 지도 모릅니다. 직업 여성들의 경우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녀의 삶 자체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뱃속에 있던 생명을 죽임으로 인해서 자신의 생명을 아주 조금이나마 연장을 하게 되는, 일종의 유예 시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유예는 죽음과 맞바꾼 것으로 불길하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병원에 오는 환자들과 자신을 다르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자신과 그녀가 같은 존재라고 생각을 합니다. 몸을 파는 직업이나 그러한 여성의 아이를 지워주는 일 모두, 사람으로 할 짓이 못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두 일 모두 음성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완서’는 이러한 잔혹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를 슬픈 어조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담담한,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의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렇기에 이 소설은 더욱 슬프게 다가옵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이가 자신은 절대로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핏덩어리의 아이를 뛰어가는 모습은 그 효과를 가장 극렬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을 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직업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러한 고통을 교회에 가서 다른 사람의 무리에 섞임으로 인해서 털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통곡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만듭니다. 그 동안 행동으로 인해서 몰랐던 그녀의 슬픔과 비행은 마지막 부분에 팟 하고 터지게 되고 독자는 거기에서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낙태를 하는 여의사라는 소재 자체가 가장 특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여성에게는 원래 모성애라는 것이 존재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소설의 여주인공은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러한 모성애를 누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심하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녀는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서 결국 그녀 역시 평범한 여자라는 것을 보여줌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것 같은 인물, 그러한 인물의 이면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박완서’의 특징일 것입니다. 비록 그 것을 보여주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슬프고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결국 그러한 모습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함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자신의 아픔을 똑바로 보는 데에 대해서 겁을 먹어서 결국 그것을 똑바로 보지 못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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