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대학 과제물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고

권정선재 2010. 11. 9. 09:01

외면하고 싶을 만큼 잔인한

 

- ‘공지영[도가니] -

 

 

 

 

 

공지영의 글은 유독 박완서라는 작가와 글과 비교를 당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두 사람 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류작가라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그려나간다는 점이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늘 비교를 당하지만, 항상 더 좋게 평가를 받는 쪽은 박완서이다. 늘 비교를 당하면서도, 늘 앞서지 못 하는 작가가 바로 공지영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박완서라는 작가에 비해서 연륜이 적다는 점, 문체 자체에 약간 힘을 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박완서와는 다르게 읽을수록 역겹게 그려내는 공지영의 스타일이 그러할 것이다.

 

[도가니]는 다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연재가 되었던 작품이다. 연재 당시에도 큰 인기를 모았지만, 연재 후 출간이 되고 나서는 사회적으로까지 화제가 되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간에 대해서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린 그녀의 소설은 말 그대로 불편한 소설이었고, 많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 만큼이나 독자들은 그녀에게 열광했고, 그녀를 사랑해 마지 않는 사람들은 그러한 불편함까지 즐기고 있었다. 그런 종류의 불편함은 독자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였고 그녀의 글을 읽는 이유였다.

사실 현실에 대한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공지영처럼 그리는 작가들은 없기에 공지영은 많은 안티들도 함께 모으고 있다. 보통의 작가들이 비극적인 현실에 희극적인 요소를 끌고 들어오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웃음을 주려는 것과는 다르게, ‘공지영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려고 한다.

다른 작가들이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예쁜 포장지로 감싸려고 한다면, 공지영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것을 처절하게 망가뜨리고, 밟고, 던지고, 뭉개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잔인하고 더욱 현실적으로 그것을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이며, 더욱 잔혹하게 변해간다.

 

공지영의 이러한 스타일은 다른 글들에서도 보이고 있다. 특히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공지영의 이런 잔혹함이 더욱 잘 드러난다. 현실에 대한 진솔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으면서 거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니, 해결 방안을 보여주지 않는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아무 것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가니]에서도 이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주인공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만 이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 순간 크게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 것이다.

 

[도가니]는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불편함으로 인해서 무언가를 생각을 하게 만든다. 기존의 소설들이 그냥 읽으면서 많은 것을 작가의 영역으로 넘기고 있다면 [도가니]의 경우 많은 부분을 독자의 영역으로 넘기고 있다. 잔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을 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이러한 종류의 질문은 불쾌할 정도로 뻔뻔하지만 나름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독자로 하여금 정말로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너무나도 잔혹한 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주제를 삼으면서도 공지영은 성이라는 것 자체에 주제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공지영의 작품을 보면 모든 작품들이 사람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을 시킨 작품, [봉순이 언니]도 그렇고, [고등어] 역시도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을 하며, 그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 등장을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옳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 보기에는 악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 공지영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도가니] 역시 읽다보면 선한 쪽이 무조건 선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은근히 그 쪽이 선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선이라는 것의 애매모호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는 바로 공지영이다.

 

개인적으로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로는 그녀의 책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사람이 마지막에 아무리 회개를 하더라도 결국 바뀌는 것이 없다는 그녀의 방식은, 역겨웠으면서도 피하고 싶은 잔혹함이었기 때문이다.

유명하다는 이름으로 다시 읽었던 [도가니] 역시 다시금 공지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기피증이 생기게 만들고 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필력으로 인해서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기는 하지만 그 상황에 있어서 쉽게 공감을 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한 잔혹함과 잔인함은 공지영을 지지하는 가장 큰 줄기이면서, ‘공지영을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커다란 가시의 작용도 하고 있다.

 

[도가니]라는 소설은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만큼 사실적인 느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조금이라도 덜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공지영에게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이러한 식의 결말은 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과제.hwp

과제.hwp
0.0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