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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 나쁜 소설을 읽고

권정선재 2010. 11. 19. 07:00

다른 건 나쁜 게 아니다!

 

- ‘이기호[나쁜 소설] -

 

 

 

 

 

나쁘다 : 1. 좋지 아니하다. 2. 옳지 아니하다. 3. 정신 건강에 해롭다.

 

 

 

1. ‘이기호는 누구인가?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월간지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버니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09년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 [나쁜 소설]의 특징

 

소설이라는 것은 읽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쁜 소설]의 경우 부제가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일 정도로 기본 소설의 특징과는 완벽히 차이를 보인다. 원래 소설이라는 것은 소리를 내어 읽기 보다는, 속으로 읽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나쁜 소설]의 경우 오디오용 소설이라는 특징을 설정하고 있다.

구조 역시 매우 특이하다. 기본의 소설이, 화자가 있고 거기에 대응하는 청자를 확실히 구분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나쁜 소설]은 그 기준이 모호하다. 실제로 이 소설을 읽어준다면 독자는 화자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 읽어주기를 바란다면 청자가 된다.

소설 자체의 구성도 특이하다. 소설은 크게, 소설을 소개하는 부분, 소설로 들어가는 부분, 주인공이 되는 부분, 소설을 읽어주는 부분, 나오는 부분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얼핏 보면 액자 소설과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액자의 바깥이고, 안인지의 구분이 정해져 있지 않다.

3. [나쁜 소설]의 구성

 

 

1) 소설을 소개하는 부분

 

보통 글의 설명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나쁜 소설]을 설명해주는 부분으로, 소설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중간중간 독자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돋보인다.

 

그러니까 친구를 사귀세요.

 

내가 뭘 어쩔 수 있겠어요.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면서, 이 소설에 참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나쁜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부분이며, 최면술사가 최면에 들어가기 전에 환자에게 일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상하게 소설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고, 또한 소설을 제대로 읽고 들을 수 있는 장소까지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작가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직접 참여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보통의 소설들이 이 단계에서 주인공이 누군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과는 다르게 누가 주인공인지도 말을 해주지 않고, 이 소설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2) 소설로 들어가는 부분

 

본격적으로 소설로 들어가는 부분을 작가는 직접 일러주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소설과 같은 구성으로 들어가기 전이다.)

 

뭐 하나, 이 친구야. 이 문구가 바로 이 소설의 시작이다. 여기서부터 소리내어 읽으란 말이다.

 

최면술사가 최면을 유도하는 장면과 흡사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먼저 몸을 이완시키고, 소설을 듣는 사람이 작가의 페이스에 호흡을 맞추게 도와준다. , 좋아요. 등의 어조로 반복하면서 청자가 직접 따라하도록 확인을 하고 있으며, 읽기 편하게 쉼표가 많이 사용되고 문장의 길이가 짧게 구성이 되어 있다.

몸이 이완이 된 이후에는 총 10단계를 거쳐서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을 거치게 하고 있다. 실제 최면에서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보게 만드는 것과 유사한 단계를 거치며 독자가 소설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3) 주인공이 되는 부분

 

보통의 소설들이 주인공을 따로 설정하고, 독자에 따라서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관찰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는 것과는 다르게, [나쁜 소설]은 독자 (혹은 청자)가 무조건 주인공이 되도록 설정을 해두었다.

앞부분에 함께 독자와 함께 주인공을 관찰하면서, 일단 주인공과 독자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거리감을 두는 것과 동시에 주인공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하며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의 모습을 한 번 더 상상하게 만들고, 주인공과 독자 간의 거리를 한 발 앞으로 다가서게 만든다.

그렇게 독자가 주인공의 이미지를 상상한다면,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주인공이 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게 만들면서, 독자가 더 주인공의 입장이 될 수 있게 주인공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설명한다.

여기서 [나쁜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설정이 다시 나타나는데, 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독자는 다시 소설의 첫 부분을 읽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다소 비판적인 시선으로 소설을 감상하게 된다.

 

당신은 터널 운운 하는 대목에서 기어이 읽고 있던 소설책을 덮어버리고 맙니다. 물론 소설 때문이지요. 내용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어투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 (중략) ... 최면은커녕 졸음만 밀려오는 소설. 당신은 더 이상 읽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독자가 소설에 대해서 낯설게 느끼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고 있으며, 소설이 소설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바로 소설의 역할을 보여주지 않고 다시 주인공의 일상을 보여주고, 소설로 인해서 벌어질 일은 조금 후로 미뤄놓는다.

작가는 여기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상세하게 설정을 하고 있다.

 

아하, 이제야 당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군요. 아니, 짐작할 필요도 없이 책상 구석에 세워져 있는 수험표가, 마치 명함처럼 명확하게 당신을 설명해주는군요. 나이는 서른두 살, 서울시 9급 행정직에 응시했고, 바로 이번주 일요일이 시험보는 날이군요.

 

'24시간 장모님 해장국주방에서 일하는 당신의 홀어머니. 당신이 하루빨리 9급 공무원이 되어구청이든 동사무소든 출근하길 바라는 홀어머니.

 

주인공과 주인공의 어머니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독자가 더 이상 주인공이 낯설게 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소설을 복사해서 누구에게 읽어줄까를 생각하면서 소설은 다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4) 소설을 읽어주는 부분

 

소설은 35P부터 갑자기 진짜 소설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데, 인물이 등장하고 그가 사건을 만들어나간다. 진짜 소설과 같은 모습은 통화부터 시작이 된다. 소설을 읽어줄 만한 사람을 그 누구도 찾지 못 하고, 결국 여관방에서 아가씨를 불러서 는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 아가씨…… , 그거 말고…… 다른 부탁이 있어서 부른 건데……

(중략)

, 아니…… 내 말은…… 그냥 내가 읽어주는 소설을…… 소설을…… 들어달라는 건데……

 

소설은 또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서 아가씨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 이전과는 다르게 말을 더듬기도 하면서, 다소 긴장된 어조로 읽는다. 또한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들려주던 것과 다르게, 소설 속의 소설과 같은 부분에서는 아가씨와 대화를 하면서 조금 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든다.

아가씨와의 대화 부분은 이 소설의 낯섦을 더 낯설게 만들게 된다. 그리고 소설 속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와 아가씨가 함께 성행위를 맺는 듯한 묘사를 그려내면서 마친다.

 

 

5) 나오는 부분

 

소설로 들어갈 때는 열을 세던 작가는, 소설을 나올 때는 다섯만 세고, 여태까지 소설에서 있었던 일들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읽어주던 것이 아니라, 그저 소설을 읽던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은 역시 거기, 도서관 자료실에 앉아 있었던 거군요. 당신 주위엔 마음 편히 소설을 읽어줄 만한,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거군요. 불쌍한 사람, 내 한 걸음에 달려가 소설을 읽어주고픈, 당신. 쓸쓸한.

 

독자는 도입부분에 읽어줄 사람이 없으면 녹음을 해서 스스로 들으라는 것에 이어서, 다시 한 번 독자를 조롱하고 있다. 마치 시처럼 끝을 맺으면서 독자를 위해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롱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마지막 문장은 온전하게 마무리를 짓고 있지도 않은 채, 쓸쓸한이라는 단어로 마무리를 짓고 있는데, 이 불친절함은 [나쁜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며, [나쁜 소설]을 나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4. [나쁜 소설]의 인물

 

[나쁜 소설]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단편이라는 것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는데, 인물들은 명확히 구분이 되어 있지는 않다.

 

 

1)화자

 

화자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소설들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독자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는 한 편 윽박을 지르기도 하고 독자를 이리저리 요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뭐 대충 이런 식이죠. 오빠랑 여관 가서 소설이나 읽을까?

 

여기서부터 소리내어 읽으란 말이다.

 

하지만 이 화자는 반대로 독자이기도 하다. ‘이기호가 실제로 설정을 한 것처럼, 소설을 읽게 된다면 화자는 독자 자신이 되고, 명확한 경계가 구분 되어 지지는 않는다.

 

 

2)주인공

 

주인공은 화자와는 다르게 다소 약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나이 제한에 걸릴 때까지 제대로 직업도 없는 사람이며, 홀어머니에게서 용돈을 받아쓰는 캥거루족이다. 소설을 읽어주고 싶어도 그 누구에게도 연락이 되지 않으며, 그나마 믿던 애인 역시 부르지 못하는 사내다.

아가씨와 대화를 할 때 유난히 말줄임표를 많이 쓰며, 더듬거리는 모습은 그의 소극적인 성격을 강조하여 드러낸다. 또한 책을 소리 내어 덮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이는 장면 역시 그의 소심함을 드러내고 있다.

 

당신은 보고 있던 영어책을 소리나게 덮습니다. 그 바람에 열람실 칸막이 좌석 곳곳에 숨어 있던 시선들이 일제히 당신에게로 모아집니다. 당신은 뜻하지 않은 그 시선들에 당황해, 당신의 고개를 칸막이 아래로 최대한 낮춥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한참을 정지해 있다가, 소리나지 않게 조심조심 가방을 싸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그는 자세를 낮춘 후 바로 고개를 들지도 못 하고, ‘한참을 정지해있다가 고개를 들게 되는데, 그는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물이다.

 

3)기차 속 여인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며 윤대녕의 소설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를 바랐으나, 그녀는 주인공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리를 피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야박스러운 사람이지만, 보편적인 독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기차 여행을 가다가 뜬금없이 말을 걸고, 답변이 없는 데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주인공이 더 기이하게 느껴진다.

 

 

4)옛 애인

 

주인공이 생각을 했을 때, 가장 소설을 들어주기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무려 사 년이나 지났지만 가장 크게 남아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주인공의 소설을 들어주지 않는데, 그 이유를 작가는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독자에게 넘기고 있다.

 

하나, 옛 애인이 아예 만나주지도 않더라.

하나, 옛 애인이 만나주기는 했지만 여관방에 가서 소설이나 읽자는 당신의 제안을 일언지하(당신의 뺨을 때리며)에 거절하더라.

(후략)

 

작가는 명확하게 옛 애인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않으며, 그녀의 성격을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그녀의 배경 역시 자유롭게 설정함으로 소설을 읽는 재미를 주는데 이용하고 있다.

 

 

5)여관 직원

 

자포자기 하고 있던 주인공에게, 다시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희망과 같은 것을 준 인물이다. 그 역시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그리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흔히 아가씨를 붙이거나 할 때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을 하는 것과 다르게 그는 더듬거리며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저기, 손님…… 계속 혼자 쉬시다 가실 건가요……?”

(중략)

저기, 그럼 손님…… 혹시…… 아가씨…… 필요하지 않으신지……?”

 

그는 자신감 없는 태도로 주인공에게 제안을 하며, 주인공과 닮아 있다.

 

6)아가씨

 

주인공의 소설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가장 솔직하며,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인물이다. 소설 안에 인물 중 가장 현실성이 있게 느껴지는 것 역시 그녀이다. 그녀는 직업여성이지만, 가식적으로 누군가에게 좋게 보이고자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다소 천박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흥미가 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 이 오빠, 성격 무지하게 터프하네. 급하기가 압력밥솥 저리 가라셔.”

 

난 오빠처럼 성격 급한 오빠들이 제일 좋더라. 이건 뭐, 화끈하잖아.”

 

, 씨발, 요샌 왜 이렇게 맨날 변태들만 걸리지. 푸닥거리라도 한번 해야 하나? 이건 뭐 뽕을 같이 먹자고 하질 않나, 세 명이서 같이 하자고 하질 않나…… 내 참……

 

그녀는 처음에는 주인공을 경계하지만, 그가 소설을 읽어주면서 점점 그에게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와 성관계까지 맺고 있다.

 

 

7) 어머니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주인공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남들의 눈에는 그저 실패한 인생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라는 이유로 끈질기게 그를 붙잡고 있다. 이런 모습은 낯선 것이 아닌,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모습과도 닮아 있기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희망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기에 더욱 간절하면서,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당신이 첫 출근하는 날, 명예롭게 해장국집에서 퇴직하겠다고 공언한 홀어머니.

 

게다가 보통의 어머니가 아닌 홀어머니라는 설정을 부가하면서, 더욱 강인하면서도 연약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그녀는 안타까운 인물이며 혼자이기에, 보통의 어머니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강한 모습도 가지고 있다.

 

그도 아니면 당신에게 푹 고아진 사골국물을 끼얹을지도 모릅니다.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이고, 그에게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아들이 소설을 읽는 것을 알면 이리 행동할 것이라는 것을 보면 강인한 면모도 보인다.

 

 

5. [나쁜 소설]은 나쁘지 않다.

 

 

[나쁜 소설]이 나쁘다는 내용은 소설 본문에서도 나오고 있다. 아가씨의 대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 씨발, 뭐 이리…… 나쁜 소설이 다 있냐…… 라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나쁜 소설]은 기존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모습과 전혀 다르며 낯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서 독자들은 나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쁜 소설]은 익숙하지 않기에 쉽게 접근할 수도 없고 쉽게 이해가 가지도 않는다. 정확히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불명확 속에서도 재미라는 점을 놓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실험적인 면모로 드러나기는 하지만 거북스럽지 않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보통의 소설과는 다른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소설에 녹아 있는데, 작가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부분, 그리고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서 소설을 체험하는 부분이 바로 그러하다. 이러한 흥미 때문인지 소설은 드라마화 되기도 했었다.

소설은 대화라는 것을 통해서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록 소설을 읽어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것만 하더라도 충분한 소통을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주인공이 소통을 하려고 애쓰는 부분, 소설을 읽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 애쓰지만 그 누구도 찾지 못하는 부분,은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 주위에 아는 사람은 많은 것 같지만 진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곁에 있을 사람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소설]은 나쁜 소설이 아니라, 다른 소설이다. 기존의 소설이 일방적으로 작가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나쁜 소설]은 적극적으로 독자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을 하고, 독자가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대화를 건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나쁜 소설]은 소설 속에서 이상을 그리는 것과 다르게 지나칠 정도로 현실을 그리고 있다. 꿈도 이상도 없이, 애인도 없는 주인공의 남루한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친숙함을 느끼기도 한다. 바로 곁에서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기도 하며, 어머니께 계속 실망만 안겨주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기에 [나쁜 소설]은 나쁘지 않고 좋은 소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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