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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론

권정선재 2010. 11. 23. 07:00

 

광대가 되려는 작가

 

- ‘이기호소설 분석 -

 

 

 

 

1. ‘이기호는 누구인가?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월간지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버니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09년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작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최순덕 성령 충만기] 등의 단편집과 장편집 [사과는 잘 해요] 등이다.

 

 

2. ‘이기호의 소설이 독특한 이유

 

보통 대중문학의 작가들이 일정 시기를 거치면 문단과 타협을 한다거나, 다소 그의 독특한 생각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기호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상상력을 더욱 자유분방하게 드러내고 있다.

실험적인 소설도 많이 쓰고 있는 그는, 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다수의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앞으로의 대한민국 문학을 이끌어나갈 인재로도 꼽히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 한국 소설들이 주로 보이는 경향을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오늘날의 작가들이 인간 심리를 바탕으로 상상에 의존하는 소설들을 쓰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이기호는 철저하게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상이라거나, 미래에 관한 것은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에는 현실적이라는 느낌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분명히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동시대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대를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신화적인 요소 역시 사용을 하고 있다. 소와 인간의 결합이라거나,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도 쓰면서 그 어떤 작가와도 어울리지 않는 독보적인 자리를 잡고 있다.

 

3. ‘이기호소설의 특징

 

3-1 대화형 : [나쁜 소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소설은 다른 작가의 소설과는 다르게 대화형 소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끼리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단편집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은 이같은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나쁜 소설]과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독자에게 대화를 걸면서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더욱 몰입을 하게 만든다.

기존의 소설들이 독자를 수동적인 역할에 두는 것과 다르게, 능동적으로 행동을 하게 만들면서 소설을 더 이상 낯설게 느끼지 않고 친근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나쁜 소설]은 여태까지 나타났던 그 어떤 소설보다도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누군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부제 때문에 생기는 특성이다. [나쁜 소설]은 독자가 소설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특징을 하나 더 가지게 되는데, 바로 화자와 청자가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작가가 화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하고, 독자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청자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나쁜 소설]의 경우 독자가 소설을 읽게 되면 화자가 되고, 반대로 듣게 되면 청자가 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도 특이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요리 레시피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이 소설은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먹지 않을 흙 요리법을 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레시피라는 특성상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면서 소설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로 요리사와 대화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으며 소설을 읽게 된다.

[나쁜 소설][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액자식 구성이라는 것이다. [나쁜 소설]의 경우 누군가에게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이 되고, 다시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구현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 역시 레시피를 알려줌과 동시에, 왜 흙을 먹게 되었느냐를 이야기하는 액자식 소설 형식을 갖추고 있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대화형 소설이기는 하지만 위의 두 가지 소설과는 다소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작가가 직접 소설을 쓰게 되기까지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이 소설은, 여러 법칙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짝 액자의 형태를 끼워두는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전기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 과연 작가가 화자일까? 아닐까?에 대한 궁금증 역시 함께 가지게 한다. 또한 위의 두 소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틀 속에 사연을 집어넣는 구성을 하고 있다.

3-2 참신형 : [버니]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의 경우 글의 스타일에 있어서도 그 누구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그의 등단작인 [버니]와 같은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소설 [최순덕 성령충만기]이다. [버니]는 랩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내 별명은 바구니 물을 담으면 물이 새고

쌀을 담으면 쌀이 새는

대나무로 만든 가벼운 바구니

내 머리가 가벼워 내 별명은 바구니 (후략)

 

이러한 구절을 반복적으로 삽입하면서, 마치 단편 소설 전체를 하나의 돌림노래와 같이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한 장을 제외하고는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반복 삽입하면서, 더욱 음악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문체 역시 독특하게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나는 그딴 거 몰라, 백제가 뭔지, 근초고왕이 누군지, 아무것도 몰라, 검이 칼이라는 건 알아, 일본도 알아, 브레이크 댄스도 알아, 브레이크 댄스는 ᄈᆞ삭해, 백 동키즈 킥이 무엇인지, 베이비스와잎스가 무엇인지, 원 핸드 동키즈가 무엇인지, 그런 건 잘 알아, (후략)

 

이러한 문체적 특징은 [버니]‘이기호의 실험적인 정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이보다 더 독특한데, 마치 성경처럼 구성을 한 것이다.

 

1 하나님의 종 하나님의 의

인 최순덕에게 내린 성령의

감화 감동 이야기라 이곳에

하나의 보탬과 빠짐없이 기록

하노니

2 이는 대저 믿는 자에게 내

린 성령충만의 산 역사요 증거더라

3 서울 땅 아현동에 스물두

살 된 처녀가 한 명 살았으니

그 이름이 최순덕이더라

4 순덕은 이미 그 어미 뱃속

에서부터 하나님의 규례대로

흠 없이 산 자이니 성경으로

글자를 배우고 회당을 놀이터

삼아 자라난 자이더라

5 순덕의 아비와 어미 역시

믿음이 신실한 자들이니 그

아비는 교회 버스 운전사요

그 어미는 교회 사찰 집사이

거늘 온 가족이 집에서 보는

시간보다 교회에서 접하는 시

간이 더 많았더라

6 순덕의 어미는 언제나 딸에

게 일러 가로되 순덕아 순덕

아 하나 밖에 없는 내 딸아 세(후략)

이 같은 문체는 기존의 소설에서 감히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로, 내용에 있어서의 특이함이 없더라도, 이미 스타일만으로도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참신함은 3-1에서 다룬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에서도 나타나는데, 요리 레시피라는 독특한 점은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만든다.

사실 이 소설들에 있어서는 소재에서는 그리 큰 특별함을 보이지 않는다.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어린 계집 아이가 몸 파는 곳으로 와서 일을 하다가, 가수가 된다는 설정이나, 어쩔 수 없이 흙을 먹게 된 이후 거기에 중독이 된 사내. 미친 듯 종교에 구원을 원하는 여자의 모습은 사실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소재들을 랩이나 성경 등의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바꾸면서 이기호의 독창성은 빛을 발하며,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는 새로운 소설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3-3 상상형 : [백미러 사나이] [머리칼 전언]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백미러 사나이]의 경우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흔히 어른들이 말씀을 하는, ‘나는 뒤에도 눈이 달렸으니 허튼 짓 하지 마라.’가 실현된 모습으로, 머리 뒤에 눈이 달린 한 청년의 이야기다. 소재 자체로도 독특한 이 소설은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대와 어울리면서 사회소설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리들이 흔히 생각을 하는 기본적인 이야기로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은, 시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며, 시대의 모습은 또 하나의 눈으로 더욱 또렷하게 세상을 그리고 있다. 화염병을 던지는 마지막 모습은 소설의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머리칼 전언]은 다소 공포스러움을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한 소녀가 가지고 있는 머리카락은 소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이 머리카락은 소녀의 말을 듣기는 하지만, 소녀의 명령을 고스란히 따르지 않는다. 머리카락은 인간의 길들여지지 않는 욕망을 상징하고 있는데, 성욕을 상징하고 있다. 만일 이 성욕을 억제한다면 소녀는 식욕이라는 또 다른 기본적인 욕구의 행태로 그것을 드러낸다.

현대인들에게도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눌러야 하는 순간이 있고, 소녀의 무쇠 머리핀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세상이라는 곳과 타협을 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기운을 억지로 누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머리카락의 유혹에 무너지게 되는 사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그리고 있다.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은 다소 신화적인 성격이 있는 소설이다. 소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이러한 모습과 다르게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세상에 타협을 하지 못 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던 터전을 잃게 된 한 여인의 모습은, 사회라는 커다란 폭력 아래에 무릎을 꿇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도 닿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끌어줄 영웅을 원하고 있지만 영웅은 부재하며, 그들의 고통은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정이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무조건 피켓을 든 채 구경을 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목적과는 다르게 거기서 소주도 마시고 김밥도 먹는 다수라는 것들이 가진 이기적인 힘에 대해서 작가가 폭로하는 것은, 소설의 배경과 상관 없이 오늘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3-4 일반형 :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원주통신] [사과는 잘 해요]

 

그렇다고 해서 이기호가 특이한 소설만을 쓴 것은 아니다. 대중과 닿아 있는 현실과 닿아 있는 작품 역시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은 오늘날 젊은 세대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트렁크 팬티인지 반바지인지를 모를 것을 입고 돌아다니다가, 자신도 모르게 가스 배관을 타고, 그로 인해서 경찰서로 끌려가게 되는,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촌극은 정체성의 모호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청년들을 비꼬고 있다. 이 소설에서 팬티의 정체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팬티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며,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서 정해지는 그것의 정체이다. 한 마디로 아무리 그것이 진실된 의미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서 변질되는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의 경우 추억과 관련이 된 이야기이다. 삼촌이 어느 날 종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그가 남긴 것은 오직 차 한 대 뿐이었다. 그리고 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삼촌의 흔적을 쫓아다니는 나는, 점점 삼촌의 삶을 알게 되고, 삼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타인에 대해서 조금 더 제대로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경우 가까운 사람은 무조건 잘 아는 사이라고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아는 것은 없는, 그러한 현실과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은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원주통신]이기호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토지]박경리작가를 소재로 사용을 하면서 현실성을 탈리고 가만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문체 역시 그리 어렵지 않고,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는 친구의 모습 등은 그저 평범한 인간의 군상을 나타내고 있다. 아무리 특별할 것 같은 청춘도 결국 다른 사람과 하나 다를 것 없으며, 겉으로는 많은 꿈을 가지고 있더라도 한 번 저지르지도 못하는 청춘의 모습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인터넷에서 연재가 된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현실이라는 것을 그리고 있지만 지나치게 묵직하며, 블랙코미디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공지영[도가니]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자신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모르는 두 장애인의 모습 때문에 안쓰러움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도 발생한, 장애인 복지시설 폭행 사건이 다시 한 번 연결이 되면서, 소설 속의 상황이 그저 과거의 한 번 뉴스였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방송이나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사과를 잘 해야 혼나지 않는다는 두 청년은, 사과를 잘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사람들을 대신해서 사과를 해주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며, 다소 끔찍하게 보이는 일도 행하곤 한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잘못한 점을 제대로 사과를 하지 못 한다. 늘 변명을 만들며, 누군가의 핑계를 대고 자신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비록 습관에 의해서 시작이 된 사과이기는 하지만 두 주인공의 사과의 모습은 현대인에게 반성을 주며,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4. ‘이기호는 천재다.

 

김영하작가와 마찬가지로 이기호작가는 앞으로의 대한민국 문단을 이끌어갈 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김영하작가가 해외에 번역도 되고, 상품성이 좋은 작가로 시선을 끌고 있다면, ‘이기호는 한국 문단과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방송이나 영화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소설에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시대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묘하게 그것을 비켜나간다. 그리고 묘하게 비켜나가는 줄 알았던 그의 시선은 정확하게, 그 문제의 본질을 뚫고 있다.

자칫 적나라해서 뻔뻔해질 수도 있는, 뻔뻔하기에 식상할 수도 있는 사회적인 주제들을 그는 독특한 문체와 실험적인 도전으로 색다르게 바꾸어 버린다. 똑같은 민주화 운동의 이야기가 아닌 뒤통수에 눈이 달린 사내의 이야기로, 나라와 다수의 폭력 아래 무릎을 꿇는 한 여인의 삶을 소의 아이를 낳은 신화의 여인으로, 글도 배운 적 없고 공부도 한 적 없지만, 신앙심 하나로 모든 것을 이야기를 하는 한 여인의 삶 등은, 오직 이기호이기에 가능한 색다른 도전일 것이다.

이기호는 그 어떤 작가보다 광대적인 기질이 다분한 작가이다. ‘김탁환같은 탁월한 이야기 꾼도 있지만, ‘이기호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라기보다는 익살꾼에 가까운 편이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어느 하나 새로운 것이 없으며, 어느 하나 독창적인 것이 없다. 하지만 이기호가 풀어내기에 그의 소설은 모두 독창적이며 새로운 작품이 되는 것이다.

작가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가장 아래에는 뻔한 이야기를 재미없게 풀어나가는 작가,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재미없게 풀어나가는 작가, 다음은 새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작가, 가장 위에 있는 것은 빤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작가라고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누구나 다 예측을 할 수 있기에, 자칫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독자를 유린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가 스스로 발이 걸려 넘어질, 그런 작품을 잘 쓰는 작가가 가장 뛰어난 작가라는 것이다.

이기호는 그러한 의미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이다. 일본의 오쿠다 히데오를 연상시킨 듯 유쾌함이 묻어나고 있으며, 그의 글에는 많은 의미가 되새겨져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글처럼 보이더라도 독자로써, 읽으면서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기호는 광대다. ‘이문열이나 박완서같은 사람이 작가라고 불릴 수 있다면, ‘이기호는 글재주라는 재주를 가지고 사람들을 농락하는 광대이기 때문이다. 빤한 이야기도 빤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 그는 한국 문학계에 있어서 허리를 차지할 것이 라고 생각된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원로, 중견작가들에 이어서, 자신의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피는 젊은 작가들의 사이에 있는, 말 그대로 허리를 담당하며 시대의 아픔도 그려낼 줄 알고 상상력의 나래도 펼칠 수 있기에 이기호는 그 어떤 현존하는 한국작가보다 더 우수하며 뛰어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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