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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읽고

권정선재 2010. 11. 30. 07:00

 

일상 속에 낯선

 

- ‘박민규[갑을 고시원 체류기] -

 

 

 

박민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작가 중 하나입니다. [갑을고시원 체류기]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모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의 일상은 단순히 젊은이의 일상이 아니라, 보호막에 감싸져 있던, 한 소년의 성장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사회와 부딪힌 적 없던 소년은, 고시원이라는 곳에 들어가면서 마침내 어른이 된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지 않았던 소년은 그곳에서 여러 경험을 하기 시작합니다. 김검사라는 사람이 그에게 시끄럽다고 말을 하는 상황에서, 잔뜩 위축이 되어,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였기에 그렇게 구느냐? 따지지도 못 하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곤 합니다. 아직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 한 것이죠.

그러나 소년은 갑을고시원에서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저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열약한 생활, 심지어 화장지까지 개인적으로 구비를 해야 하는 상황은 말 그대로 극한의 상황입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사실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바로 고시원이라는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고시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어린왕자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듯합니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오기 전까지 만난, 소행성의 낯선 사람들의 모습과, 주인공이 갑을고시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닮아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주인공이 낯설고 더러운 것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소년은 그 더러운 것들을 더럽다고 인식을 하지 못 합니다. 그저 자신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라고 믿을 뿐이며, 거기에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곤 합니다. 하지만 소년의 적응은 그리 역겹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순수한 눈으로 사회라는 더러운 공간에 적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년의 타락이라는 점은 불쾌하지만, 소년이 타락을 하는 공간은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감히 분노를 할 수도 없고, 그저 당연힌 성장이라고 밖에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고시원이라는 공간은 굉장히 특이한 공간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려는 곳이지만, 그들의 꿈을 키우기에는 너무나도 부적합한 곳입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곳입니다.

하지만 아무데도 갈 수 없는,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시원으로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가장 낮은 신분인 그들을 아무런 문제 없이,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줄 수 있는 곳은, 몸 한 번 제대로 펴기도 힘든, 아주 조그마한 소리라도 다른 이에게 들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환경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기 보다는, 마치 바퀴벌레가 멸종을 하지 않고 아직까지 지구에 살아남은 것처럼, 인간의 본능과 적응력을 최대한으로 키워가며 적응을 하고 있습니다.

 

갑을고시원이라는 공간은 아주 작고 폐쇄적인 공간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한 공간입니다. 갑을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있습니다. 적나라하게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현대인들과 닮아 있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반갑습니다.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 수는 있지만, 진짜 속엣말을 하지 못하는. 그리고 그들에게 어딘지 모르게 경쟁심을 느끼며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현실적입니다. 특히나 김검사라고 불리는, 주인공에게 다소 눈치를 주는 인물이 화장실을 가면서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부분은,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아무리 잘난 척을 하고, 아무리 겉으로 훌륭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민규라는 작가는 하나의 문제를 던지고 그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가 다루고 있는 배경이 평범한 인간이 아닌, 무술의 고수라거나, 미래의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박민규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사람이고, 사람다움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사람다운 냄새를 내는 것이 그의 소설에서는 살아 있습니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사람이 살아있지 않은 소설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박민규의 경우 사람의 모습도 그리고 있으면서, 그 글에서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비록 그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들이 꿈을 꾸고, 닮아야 할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속에서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현대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아 있으며, 현대인들은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함께 공존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박민규소설이 가지고 있는 장점입니다.

 

박민규소설은 현실을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무조건 차갑게 그려내지 않는 것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오늘날 현대소설의 작가들이 주로 이야기를 그려내 때 어둡게, 인간의 가장 치졸하고 사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게, ‘박민규는 그러한 가운데서도 따뜻함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린왕자가 지구에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떠올랐는 지도 모릅니다.

비록 올바른 모습을 갖추지는 않고 있지만, 그들에 대해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하고, ᄄᆞ뜻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을 한다면, 그들의 모습이, 현대인들의 모습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박민규는 그의 소설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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