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물도 맞추는 남자, 밥물도 못 맞추는 여자
14
“그래서 그만 둔다는 거야?”
“이 자식이 여태까지 뭘 들은 거야?”
선재는 못 마땅한 눈으로 희준을 바라봤다. 여태까지 절대로 그만 두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또 헛다리를 짚으면서 그를 다시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멍청한 녀석.
“잠시만 쉰다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한 번 일을 하고 나서 제대로 쉰 적도 없잖아. 그래서 온 몸이 뻐근하기도 하고, 그리고 은비 씨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말이야.”
“미친 놈.”
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그렇지 일까지 그만 둔다는 것은 그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너 그러다 훅 간다?”
“설마? 내가?”
“너라고 뭐 다를 거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냐? 게다가 지금 그만 두게 된 거 생각 외로 스캔들이 커져간다는 생각이 안 드냐? 이거 네가 생각을 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일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라고 해.”
선재가 여유롭게 대꾸를 하면서 희준의 침대에 몸을 눕혔다.
“하여간 너는 어쩔 때 보면 되게 완벽하게,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다 계산을 하면서, 정작 커다란 그림은 대충 하려고 하더라.”
“내 매력이지.”
“매력은.”
희준은 고개를 저으면서 남은 맥주를 모두 마셨다.
“너 일 안 하면 은비 씨가 너무나도 놀랄 거야. 내가 말을 했잖아. 그 여자는 자기 잘못인 줄 안다고.”
“그게 왜 은비 씨 잘못이야?”
“그러니까. 그게 은비 씨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네가 말을 해줘야 한다, 이 말 아니겠냐? 너는 그렇게도 눈치가 없냐?”
“아, 몰라. 몰라.”
선재는 고개를 저으면서 희준을 외면했다. 희준은 그런 선재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고 있었다.
“여자들은 네가 이런 시시껄렁한 놈이라는 걸 알까?”
“모를 걸?”
“그렇지. 모르겠지. 알면 안 이러겠지. 어휴, 정말 네 사진이라도 찍어서 신문사에 넘기고 싶다.”
“돈 궁하면 해라.”
선재는 쾌활한 음성으로 대꾸를 했다.
“그나저나 너 기자회견은 정말로 잘 된 거 맞아?”
“응.”
“그게 잘 된 거라고?”
희준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선재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의 머리로 그 기자회견은 잘 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은비 씨에게 전화를 했어?”
“아니.”
“문자라도 했어?”
“아니.”
“그럼 기자회견 하고 나서 계속 나랑 이렇게 천하태평하게 있었다는 거야? 은비 씨에게 연락도 없이?”
“응.”
“미치겠다.”
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재의 전화기를 찾아서 그에게 던졌다.
“당장 전화를 해.”
“뭘?”
“그 사람 걱정을 하고 있을 거 아니야?”
“나도 복잡해.”
희준이 전화기를 들어 바닥에 던지면서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금 누군가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은비 씨도 이해를 할 거고.”
“그런 거 이해하는 여자 드물 걸?”
희준은 고개를 다시 한 번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갑자기 기자회견은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긴.”
선재는 헤드폰을 빼면서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어느 순간이건 즐거운 일이었다.
“너 지금 보면 완전 무서워.”
“무섭기는. 내가 무슨 사고라도 칠까봐?”
“그래.”
실장은 고개를 저으면서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재를 알고 지낸 것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도대체 선재가 무엇을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확신이 잡히지가 않는 그였기에 무섭게 느껴졌다.
“너 여기서도 사고를 치면 큰일 나는 거야. 우리가 너 하나 막는 거 너무나도 어렵다 이 말이야.”
“괜찮아요.”
“괜찮기는.”
실장은 이마를 짚으면 고개를 저었다. 선재에게 부자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에 그를 믿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은 이미 선재가 신인 때 한 번 쳤던 스캔들을 해결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우리는 너한테 밥줄이 달렸다.”
“저도 저한테 달렸어요.”
“형 시간 되었어요.”
“잘 해라.”
선재는 실장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무대로 올라갔다.
“너도 뉴스 봤지? 인터넷이 온통 그 사람 가지고 난리더라.”
“그러니까.”
퇴근을 한지 그리 시간이 오래 지나지도 않았음에도 채연이 바로 집에 들어온 것은 그녀 역시도 궁금했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너는 알아?”
“어제 선재 씨 레스토랑에 온 거 알지?”
“알지.”
“그게, 일이 있었는데도 온 건 가봐.”
“어머.”
채연은 외투를 벗자마자 의자를 끌어서 은비의 옆에 앉았다.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아마도 고깝게 보인 모양이더라고. 나라도 그랬을 거야. 보아하니까 그렇게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까칠하게 나왔으니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런데 기사는 이상하던데?”
“그러니까.”
은비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다들 선재 혼자 잘못을 했다는 식의 기사들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나 정말 미안해서 미치겠어.”
“네가 미안할 것이 뭐가 있어? 네가 그 사람에게 그런 것을 시킨 것도 아니고 말이야. 선재 씨가 알아서 다 한 행동인데, 네가 거기에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니? 너는 가끔 답답하게 굴더라.”
“그래도 나 때문이잖아.”
은비는 왼손 엄지를 물었다. 자꾸만 선재를 생각을 할수록 마음이 불편한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그 사람이 진짜로 다른 사람이구나. 이건 하나 확실하게 기억이 되거든. 그런데 그 사람이 정확히 어떻게 다른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인데 내가 그것도 모르고 그 사람에게 억지를 부리면 어떻게 되나 그것도 걱정이 되고 말이야.”
“어머, 얘 좀 봐.”
채연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은비를 봤다.
“너 그 사람이 좋구나?”
“아, 아니야.”
은비는 재빨리 양손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니?”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는 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지금 너를 보니까 좋아하는 것이 딱 보이는데?”
“어?”
은비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니 채연은 더욱 미소가 지어졌다.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긴. 내가 너를 몰라? 내가 어쩌면 너보다도 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을 지도 몰라.”
“설마.”
“어머, 얘가 설마라니. 너 맨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너 그거 생리인지도 모르고 어영부영 했었잖아.”
“그거야 어리니까.”
“너는 똑같아.”
채연이 부엌으로 가서 컵에 물을 따랐다.
“너도 한 잔 줘?”
“응.”
채연은 물을 가져오면서 소파에 앉아서 리모컨을 들더니 시계를 봤다. 방송에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할 시간이었다.
“텔레비젼 볼래?”
“나는 그런 거 안 챙겨 보는 거 알잖아.”
“지금 네가 좋아하는 것이 나올 지도 몰라.”
“어?”
방송에서는 선재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방송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저게 뭐야?”
“그러게.”
눈이 안 좋은 채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기자회견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기자회견?”
“그거 되게 심각한 거 아니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채연은 꽤나 흥미가 생겼다. 권선재라는 사람이 은비에게 접근했을 때는, 그래 이 사람 연예인하고는 조금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후로 그 사람에게 조금씩 관심이 가고 있었다.
“뭘까?”
“나도 모르지.”
은비는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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