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촬영이라면서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거예요?”
“네.”
선재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은근 닭살이라니까.”
“괜히 로맨스 소설 쓰는 줄 알아요?”
“그러니까.”
은비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권선재 씨.”
“네.”
“고마워요.”
“뭐가요?”
“나를 좋아해줘서.”
“쿡.”
선재는 낮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은비의 손을 잡았다. 살짝 떨리는 은비였지만 그 손을 빼내지는 않았다.
“내가 더 고마워요.”
“왜요?”
“도망을 가지 않으니까.”
“도망을 갈 데도 없네.”
“그러니까.”
선재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잘 할게요.”
“앞으로의 기회를 준 건 아니라니까?”
“그래도.”
“알았어요.”
은비도 빙긋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 나 권선재 씨라는 사람은 안 편하거든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권선재 씨랑 있으면 편하더라. 권선재 씨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니까요.”
“조은비 씨라서 그래요.”
“네?”
은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재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다 나 보고 미친 놈이라고 해요. 적응도 안 되는 사이코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조은비 씨는 혼자서 나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그건 조은비 씨라서 그러는 거라고요. 조은비 씨라서 내가 더 잘 대해주는 거고, 조은비 씨라서 내가 더 행복하게 만들여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거고, 조은비 씨라서 내가 더 많이 웃고 있는 거고, 그래서 조은비 씨가 편한 거고.”
“그런 건가?”
은비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그럼 나도 권선재 씨 만큼 특별한 사람인가?”
“당연하죠.”
“좋다.”
은비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어릴 적부터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물론 특별한 사람이기는 하죠. 엄마도 아빠도 없는 혼자니까. 오직 친구인 채연이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조금은 좋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권선재 씨처럼 모두가 좋아하고 박수를 쳐주고, 환호성을 해주는 그런 특별한 사람 말이에요.”
“만들어줄게요.”
선재는 조심스럽게 은비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갔다.
“조은비 라는 여자는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특별한 여자이니까 그게 가능하도록 해줄게요. 조은비라는 사람을 모두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도록, 그럴 수 있도록 도와줄거예요.”
“아니요.”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 사람에게만 특별하면 된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실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아.”
선재는 행복했다. 이 여자는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를 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마음을 열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니까.
“조은비 씨.”
“네.”
“사랑합니다.”
은비는 놀란 듯 입을 다물고 선재를 바라봤다.
“놀랐어요?”
선재가 웃음이 살짝 섞인 목소리로 반문했다.
“해주고 싶었어요. 요즘 가장 힘든 데 누가 먼저 생각이 났는지 알아요? 우리 아빠? 엄마? 아니요. 조은비 씨였어요. 가장 힘든 상황에서 생각이 나는 사람이 조은비 씨더라고요. 그래서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사랑한다고. 이 말을 하면 정말로 조은비 씨를 사랑하는 게 될 테니까 하고 싶었어요.”
“궈, 권선재 씨.”
“알아요.”
선재가 애써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고백을 하기에는 조금 성급한 말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나도 성급하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었거든요.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이에요. 조은비 씨라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나도 고마워요. 조은비 씨가 나보고 고맙다고 했죠? 천만해요. 내가 더 고마워요. 만일 조은비라는 여자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힘든 시기 하나도 견뎌내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이 있으니까, 조은비 라는 여자가 있으니까 가능하고 참을 수가 있는 거라고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은비는 수줍게 선재의 고백에 대해서 답을 했다. 뭐라고 말을 하기는 해야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나오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고마워요 였다.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고맙다니까 다행이다.”
선재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 내 뺨이라도 때리고 내려 버릴까 걱정을 무지하게 하고 있었거든요.”
“내가 왜 그래요?”
“조은비니까?”
“하여간.”
은비는 귀엽게 눈을 흘겼다. 그런 은비의 모습을 보면서 선재는 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평범한 여자를 만나서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행복했다. 평범한 이 여자와의 너무나도 평범한 이 시간이 행복했다. 명품은 물론이고, 명품 짝퉁도 없는 이 여자가, 이 평범하고도 가난한 여자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매일 전화를 할게요.”
“꼭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 나는 권선재 씨가 나에게 의무감 같은 거 느끼지 않았으면 좋곘어.”
“의무감이 아니에요.”
선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을 하며 고개를 저ᄋᅠᆻ다.
“진짜로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요.”
“그걸 어떻게 믿어요? 마음을 뒤집어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걸.”
“미치겠네.”
선재는 가슴을 두드리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안 보여요?”
“안 보여요.”
“눈이 나쁜가 보네.”
“사랑이 약한 건 아니고?”
“내 사랑은 무지하게 찐하다니까. 진짜 완전 제대로 농축이 된 거라니까요. 이거 뭐 말을 할 수도 없고.”
아이 같은 선재는 늘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행복하고 순수하고 참 좋은 사람이었다. 은비는 가만히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가슴이 뛴다.”
“가슴이 뛰어요.”
“이게 나를 향한 거라고요?”
“네. 은비 씨를 향한 거예요.”
“거짓말.”
“진짜로.”
“권선재 씨.”
“네.”
“고마워요.”
은비는 선재의 가슴에 조심스럽게 기댔다. 선재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강하게 그녀의 귀에 울렸다.
“북을 치는 것 같아.”
“지금 조은비 씨 때문에 더 심하게 뛰고 있다고요. 쿵쾅쿵쾅, 이런 마음을 아는 지나 모르겠네.”
“알아요.”
은비가 싱긋 웃으면서 가슴에서 얼굴을 떼고 가만히 선재의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이 붉어진 이 사내는 확실히 순수했다.
“그런데 선재 씨 은근히 선수 같아.”
“네?”
선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은비를 바라봤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멘트를 봐요.”
은비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말들이잖아. 평범한 사람들이 연애를 하면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잖아요.”
“내 직업이 뭔데요? 로맨스 소설가에다가 드라마 배우라고요. 그런 말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못 믿겠네.”
“아우, 답답하네.”
선재는 은비가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두 맞춰주고 있었다. 이 행복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어떻게 하면 믿을래요?”
“그냥 믿을래요.”
“네?”
“그냥 믿을 거라고요.”
은비는 행복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선재를 바라봤다.
“그냥 믿고 싶어. 다른 사람이라면 그게 꾸며낸 거라고 생각을 하겠는데, 다른 사람이 아니라 권선재잖아. 그러니까 그냥 믿고 싶어요. 그 마음이 진짜라고, 꾸며낸 것이 아니라고 말이에요.”
“다행이다.”
선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은비 씨.”
“네.”
“앞으로도 노력을 할 거예요.”
선재는 조심스럽게 은비의 손을 잡았다.
“내 마음을 의심을 하지 않도록,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의아한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을 할 거예요. 그러니까 조금 더 믿어줘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권선재라는 남자에 대해서 말이에요.”
“알았어요.”
은비가 웃으면서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멋있게 보여줄 지는 모르겠지만 믿어볼게요. 권선재라는 사람이 보여주는 마음이 진짜라는 것을 믿으니까. 그 마음만 믿으면 권선재 씨를 계속 믿어도 되는 거니까. 나 그냥 믿을래요.”
“고마워요.”
선재는 조심스럽게 은비에게 다가섰다.
“은비 씨.”
“네.”
은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답했다.
“키스해도 되요?”
“아, 아니.”
순간 은비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세상에 키스를 하면서 묻는 남자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되게 하고 싶은데 은비 씨에게는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요. 은비 씨에게 키스를 해도 될까요?”
“음.”
은비는 조심스럽게 아랫입술을 물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선재의 얼굴은 이미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다.
“은비 씨?”
“해요.”
은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뜨거운 숨결이 은비를 덮쳤다. 얼음을 녹이는 봄의 햇살처럼, 향긋한 벚꽃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의 내음이 입안 가득 퍼졌다. 부드러운 무언가가 자신의 치아를 두드리자 은비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달콤했다. 선재의 손은 조심스럽게 은비의 등을 받쳤다. 그저 일방적인 방문만 받던 은비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부드럽게 선재에게 노크를 했다. 두 사람의 혀와 타액이 엉키면서 은비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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