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의 현장

‘김기덕’ 감독님의 신작 [피에타] 제작 보고회에 다녀왔습니다.

권정선재 2012. 7. 20. 07:00

 

김기덕감독님의 신작 [피에타] 제작 보고회에 다녀왔습니다.

 

[피에타] 제작보고회에 다녀와서 쓰는 후기입니다.

 

사실 김기덕감독님의 영화는 어렵다. 그리고 무섭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고, 그 분의 영화가 굉장히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늘 감독의 작품 개봉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정말 김기덕이다! 라는 영화는 극장에 가서 본 적이 없습니다. [영화는 영화다][풍산개] 정도가 겨우 본 영화였습니다. 그레도 제작 보고회에 초대가 된 터라 진짜 김기덕다운 영화를 다운 받았고 그래서 본 영화가 [수취인 불명][], 그리고 [시간] 등이었습니다. 사실 89년생인 제가 제대로 극장에 가서 보기에는 워낙 등급이 높았던 영화들이었죠. [빈집]이라거나 [비몽], 그리고 [나쁜 남자] 같은 작품들은 개봉 당시에 호기심이 많이 갔지만 볼 수 없는 작품들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 어려운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든 것은 의외로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겁니다. 사실 영화라는 것은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장르이기에 감독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만들었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풍산개]에서도 도대체 왜 그 비극적인 결말은 맞은 걸까? 라고 생각이 되었고, [시간] 같은 경우에도 참 슬픈 영화였죠. []은 조금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완벽히 어려운 영화였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알 수 없는 연민. 그리고 위로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번 [피에타]에서도 그 슬픔과 무거움이 고스란히 담겨있겠죠.

저의 경우에는 김기덕감독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영화로 보다는 개인사적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안타깝게 생각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매년 영화를 만들 정도로 엄청난 재능을 가진, 그리고 이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시 또 찬사를 받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죠. 그런데 아끼던 제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실상 세상과의 단절을 말했을 때. 인간적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을 우선했습니다. 사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다 준다는 의미잖아요.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누구도 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할 그런 부분일 겁니다. 그리고 이 상실감이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왔을 테고 말이죠. 진짜. 혹은 가짜. 그리고 믿음과 신의. 그리고 배신. 이 모든 것이 사실 김기덕이라는 사람의 뒤에 어떤 아우라처럼 번지고 그 사람을 더욱 아픈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키워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피에타]는 중요합니다. ‘김기덕감독이 더 이상 움츠리지 않겠다는. 더 이상 뒤로 숨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을 보여주는 영화였으니까요. 사실 제작 보고회에 다녀와서는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쓰지 않는데 이토록 거창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정말로 이 분에 대해서 존경하고 동경하고 감동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피에타] 제작 보고회는 특이하게 주교좌 성당에서 열렸습니다.

 

 

Q. 어떻게 준비를 했나?

A. (이정진) 김기덕 영화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야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 자체에 대해서 고민. 새로운 영화. 다들 궁금하겠지만 나도 궁금하다.

(조민수) 극중 인물이 엄마로만 나와있다. 그런데 강도라는 인간에게 들어가서 가슴을 헤치고 나와서 홀연히 사라지는 미스테리 인물로 그려졌다. 결국 쫓아가다 보면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 이유는 분명히 있다.

 

Q. 김기덕과 영화를 찍은 계기나, 해봤는데 이렇더라. 이야기 할 것이 있나?

A. (조민수) 쉬운 분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는 까다롭지도 않고 일할 때 즐겁더라. 그리고 많은 것을 얻었다. 다른 작품 영화에서는 돈을 얻었는데 여기에서는 열정을 얻었다. 연기를 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얻어왔다.

(이정진) 저 역시도 실제 뵌 적은 없지만 매체나 주위 말들을 통해서 김기덕에 대한 느낌을 받았다. 촬영 하다 보면 서로의 욕심에 목소리가 높여지거나 그럴 수 있었는데 촬영 분위기 자체는 조용하고 평안했다.

 

 

김기덕 감독님 질문들

 

Q. 김기덕 감독님의 오랜만의 작품인데?

A.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쉬면서, 작은 영화는 만들었지만. 좋은 영화 만들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Q. 피에타라는 제목은?

A. 무게가 있는 만만치 않은 제목. 많은 제목이 있었지만 이걸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결국 자비를 베푸소서. 이 의미가 중요했다. 대부분의 다툼이 돈과 명예 탓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시사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 또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현대를 살아가는 공범이 아닐까 생각을 많이 했다.

 

Q. 두 배우를 캐스팅 한 이유는?

A. 일단 조민수는 내가 팬이고 그 안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졌구나. 이걸 알고 있었다. 저 에너지를 나도 영화를 하면서 함께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 캐스팅을 하고 같이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놀랐다. 씬 하나도 여러 안이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몇 시간 혼자서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와서 멋지게 연기하는데 잘 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훌륭하다 느낌.

이정진은 경쾌한 드라마를 많이 했고, 멋지고 키도 크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백지 같은 배우다. 아무도 쓰지 않은,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많아서 겉으로 강하지만 속으로 유아적인 캐릭터. 이게 피에타의 남자 주인공 캐릭터라서 제대로 부각했고 잘 해냈다.

 

 

 

 

 

 

유쾌한 O/X 문답

 

Q. 나는 피에타 출연 제의 받고 망설였다.

A. 조민수 (O)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참 많이 불편했다.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이해가 안 되면 안 되기에 한 번 뵙고 싶었다. 그래서 관찰을 했다. 그랬더니 느낌이 좋아서 바로 다음 날 참여하기로 했다.

이정진 (O)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남자 배우로 김기덕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지금의 내가 어울릴까? 라는 생각을 했고, 또 감독님 만나고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캐스팅과 촬영이 빨랐다.

 

Q. 감독님. 나는 국내보다 해외 인기가 좋다.

A. 김기덕 (O) 일단 개인적인 생각보다 영화들이 프랑스, 미국 등에서 반응이 있고, 예술 영화가 아니라 상업 영화로 개봉이 된다. 그리고 외국에서 많이 알아보기도.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는 조금 슬프다. 이태리 고등학생도 이해하는 것을 한국에서는 왜 못할까? 섭섭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법 다운로드나 비디오나 많이 본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관객이 잠정적 50만은 될 것.

내 영화를 보면 인생을 알 것. 처음에는 아프지만 접근하면 어떨까?

 

Q. 나는 상대 배우에 설렌 적 있다.

A. 이정진 (O) 평소 알고 있던 선배인데, 이 사람하고 연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설렘. 특히나 첫 촬영이 강도의 집인데 기록적으로 추웠음.

조민수 (O) 안에서 남자로 다가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다가갔다. 그리고 멋졌다. 잘생겼다.

 

Q. 나는 연기에 욕심이 있다.

A. 김기덕 (O) 여기 기자님들도 그렇고 카메라 앞서 한 번 서고 싶지 않나? 나는 감독이니 조금 더 유리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온 적도 있고. 아직 대사는 할 자신이 없다. [아리랑]은 다큐라 제외하고,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다.

 

Q. 나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다.

A. 이정진 (O) 영화처럼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스스로 좋은 것 같지 않다.

조민수 (O) 양심상.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악을 가지고 있다. 그게 어느 순간 어떻게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감히 못한다.

 

Q. 감독님 헤어스타일 바꿀 생각이 있나요?

A. 김기덕 (X) 한 번 머리를 길러보면 내 심정 안다. 길러 보니까 이걸로 뭐 하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는 언제나 짧을 수 있으니 일단 길 때 뭐 하나 해보면 어떨까? 운전 할 때도 바람에 날리고. 어쨌든 자르기는 하겠지만 누구는 괜찮다고 하기도 하고. 어쨌건 그게 내 삶의 시츄에이션이다. 시대에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Q. 앞으로 나는 이 사람들과 작품하고 싶다.

A. 김기덕 다음 작품에서는 단역으로. (웃음)

조민수 (O) 여태 못 해봤던 캐릭터라서. 다른 캐릭터라면 해보고 싶다. 감독님이라면 충분히 해줄 것 같다.

이정진 (O) 글쎄요. 기다리고 있겠다.

 

 

 

 

 

 

 

 

 

 

 

 

 

 

 

본격적인 QnA

 

Q. 감독님께 터키 팬들의 질문. 도덕이나 종교 영화는 터키에서 야하지 않은데 왜 같이 나오는지 신기해서.

A. 나누어지게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종교나 사랑, 정치, 경제, 철학, 과학도 다 하나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섹스도 하나의 기도라고 생각한다.

 

Q. 감독님께 국제 영화제에서는 명성을 떨치지만 흥행과 멀다는 평. 스스로 어떤 감독이라 생각을 하고 제작함에 있어 철학은?

A. 몰래 많이 보는 듯. 전에 비디오 순위 되게 높았다. 다들 보고 있다고 생각. 그리고 요번 피에타는 극장에 오는 수고를 했으면. 그런 불만은 없고, 왜 그럴까? 생각만 했다. 요즘에는 편견이 없고, 내 영화 자체가 포괄적이다. 어느 나라의 부분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어느 나라 관객이건 어느 부분에서 국경과 이념을 넘어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나쁜 남자][영화는 영화다]는 흥행했다. 사기를 당해서 돈을 못 받았을 뿐.

 

Q. 감독님께 그 동안 우리나라 대표 배우들과 했는데 이번에 이정진과 작업하면서 어떤 다른 색이 있는지. 그리고 [나쁜 남자]는 여성을 보는 시각이 가혹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을 대하는 시각이 어떤 변화가 있는가?

A. 장동건이나 조재현, 크게 몇 분 계시다. 이정진은 말했듯 백지 같아서 중요하게 작용. 배우는 물감. 물감은 다양하기에 모든 배우마다 다양한 색이 있어서 항상 그 배우들을 선택한 거였다.

그리고 [나쁜 남자]의 여성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또 논란의 소지는 분명히 있다. 아마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할 듯.

 

Q. 감독님께 제작보고회까지 한 생각의 변화는? 아니면 그 계기는? 그리고 조민수는 고민을 했는데 김기덕이라서 다른 마음가짐이 있었다면 궁금하다. 또 오랜만에 영화 컴백한 느낌.

A. 감독. 지난해 한국 기자를 많이 피하고 인터뷰 거절해서 속으로 마음이 아프다. 영화 하는 동안 많이 알고 있는 분들이고 개인적으로 다 좋아하는데 개인의 신념 탓에 발언을 안 하고 인터뷰를 안 했다. 참 죄송하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감독은 영화로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원칙은 때로 감독은 자기 생각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머리를 기른 것처럼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이전처럼 고집스럽기만 하기 보다는 내 속에 있는 생각을 100% 객관화 하려고 하지 말자. 전부 동의 받으려고 하지 말자. 그래서 부드럽게 살자.

조민수. 이전에 했던 드라마나 그런 것과 완전히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도움 많이 받았다. 나의 다른 부분 따라가서 좋았다. 또 오랜만에 해서 기분 좋다. 오늘 참 즐겁다. 덥지만 즐겁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Q. 이정진에게 이렇게 강한 캐릭터는 처음인 것 같은데 힘든 부분은?

A. 말죽거리에서도 강한 연기를 한 적은 있지만 누가 앉아있어도 같은 질문. 이렇게 거친 연기는 처음이다. 거칠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인물이다. 단 한 번도 어떤 것에 대해서 선택받지 못한 사람.

 

Q. 감독님께 제목이 본인에게 하는 말은 아닐까 생각이.

A. 나에게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현재를 놓치지 말자. 이 말을 최근 3년간 간곡히 살고 있다. 시간을 잘 챙기지 않으면 현재를 놓치기에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많이 생각. 그리고 이 시대에 모두 자비를 베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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