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재의 스물셋: 아홉. 박근혜 후보는 천 원을 알까?
올해 부천 영화제 기간에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영화를 봤더니,
목이 무지하게 마른 거예요. 그런데 정류장에는 자판기뿐입니다.
그런데 저는 카드 지갑만 있어서 만원이랑 오만원 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참 애석하게도 집에 올 때까지 목이 말라 죽을 뻔 했습니다.
그리고 집 앞 정류장에 와서 편의점에서 물 한 병 먹는 순간.
그 천 원. 천 원도 채 하지 않는 물의 그 소중함을 그녀는 알까요?
잔액이 부족합니다. 라는 버스카드 멘트에 주머니 속에 잊었던 천 원이?
겨울 코트 다시 입었을 때 품 안에 만 원짜리의 행복을 그녀는 알까요?
[사진 출처 : 다음 검색]
사실 대통령이라고 해서 꼭 못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형편이 어울리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백화점만 가더라도 자가용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여름날 더워서 롯데마트 안에 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일곱 시간 있어보고, 재래 시장 갈 적에는 50원 더 아껴보겠다고, 경기도 버스가 아니라 서울 버스를 타보는. 이런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말이죠. (경기도 버스가 서울 버스보다 50원 비쌉니다.) 그런데 과연 ‘박근혜’ 후보가 이런 마음을 알까요? 사실 그녀가 버스를 타보기는 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그녀는 택시라도 타봤을까요? 자기 돈을 내고 말이죠.
물론 지금 대선 후보로 나서려고 하는 사람 중에서 이렇게 평범한, 혹은 누군가의 눈에는 너무나도 구질구질한 그런 행동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들 눈에는 전혀 비싸지 않은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동동 거리기도 하고, 그 비싼 테이크 아웃 커피 욕을 하면서도 하루 한 잔 나를 위해서 사주고, 가끔 50% 한다고 하면 한 시간 줄을 서서라도 마셔본 적이 있을까요? ‘박근혜’라면 그너가 원하는 커피는 언제든 마실 수 있을 테고, 그녀가 학교를 다닐 적에도 등록금 걱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겠죠. 그녀가 등록금 고지서나 받아봤을까 궁금합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도 그런 것을 경험하지 않은 것이 문제죠.
사실 지금 일부 후보가 ‘박근혜’ 의원을 까는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아이를 기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저도 불만이 많습니다. 아니 그럼 자기들은 아이를 길렀나요? 아내, 혹은 선생님들이 길러줬죠. 이럴 때만 시장에 가서 억지로 음식을 먹는 그런 행동을 하시는 분들이 진짜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나 싶습니다. 물론 ‘박근혜’ 의원도 여기에서 다를 것은 하나 없지만 말이죠. 사실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녀의 문제는 그녀 스스로도 힘든 대학생 시절을 보낸 적이 없다는 겁니다. 하다못해 ‘김문수’ 후보처럼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도 아니니까요. 516이 구국의 혁명이라니 이야기를 다 한 거겠죠?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새누리당에서 후보가 나와야 한다면 그래도 ‘박근혜’가 가장 낫다고 생각을 하지만 사실 대통령으로 생각을 한다면 ‘박근혜’처럼 위험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자신의 아버지라고 하지만 민주화라는 것 자체를 완전히 부숴버린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변명을 한다는 것은 역사 관념이 없는 것이니까요.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찬성을 한다고요? 거기에 북한이 쳐들어오려고 했다는 정확한 근거도 없이 합리화 하려고 하는 그들의 주장이 없다면 과연 어떤 어르신들이 거기에 동의를 할까요? ‘박근혜’가 가장 중요한 것은 ‘박정희’를 깔끔하게 털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실 그녀는 대통령을 해서도 안 되는 거죠.
결국 하려고 하는 이야기에서는 조금 벗어나게 되었는데요. 아무튼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깔끔하게 ‘박정희’를 털고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를 털어도 손해는 하나도 안 날 겁니다. ‘박정희’를 사랑한 사람은 그래도 그녀를 찍을 거고, ‘박정희’를 미워한 사람은 그래서 그녀를 찍을 테니까요.. 지금 그녀를 보면 전에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저 어린 아이 같습니다. 손에 모든 것을 다 쥐고 있으면서도, 다른 것을 쥐고 싶어 하면서도, 손에 있는 것을 놓아야 다른 것을 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절대로 놓지 않고 다른 것을 또 쥐려고 하는 그런 아이 말입니다.
이번 대선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오세훈’ 전 서울 시장 덕에 가장 빠르게 시작이 되었고, 가장 격렬하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격렬함의 중간에는 거의 아무 것도 잃지 않고, 처음부터 대통령이라는 출발선에 있는 것 같은 어떤 분도 있지만, 그 분도 최근에는 엄청난 장애물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일명 공천헌금 같은 것, 그리고 동생의 저축 은행 관련 문제 등도 역시 그녀의 발목을 잡을 것들입니다. 이 빠르게 진행이 된 대선 전쟁에서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아무런 의혹도 없이 깔끔하게 털고 가지 못한다면 결국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실 반쪽에 불과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집에 점점 인기를 잃겠죠.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뚜렷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그녀에게 투표를 하려고 하더라도, 그녀가 도대체 뭘 한 사람인지를 모르기에 투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 된다고요? 세종시 원안은요? 그리고 지금 그녀가 하는 일들이 정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렇게 반대를 하고 탄핵까지 하던 그녀가 지금은 그와 비슷한 노선을 걸으려고 한다는 것이 정말 자신만의 색일까요? 정말로 대통령이 하고 싶다면. 박근혜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것이 무엇인지 말을 해야겠죠. 설마 근현대사에 516 개정이?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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