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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사랑은...... [프롤로그]

권정선재 2012. 8. 7. 07:00

..1

이런 곳에 뭐 카페라도 차려서 장사가 되겠어? 영준이 너 이러다가 제대로 망하는 거 아니냐?”

선재 너만 이 옆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차리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동네 가게라서 괜찮아.”

영준은 카페를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만든 가게라서 더욱 뿌듯했다.

그나저나 권선재 너는 가서 일 안 하냐? 무슨 재벌이라는 놈이 매일 같이 그렇게 뽈뽈 거리면서 돌아다니기나 하냐? 일은 하나도 안 하고. 그런데도 너희 주주들은 너를 안 쫓아내는 거야?”

내가 뭐 일을 못 해야 쫓아내는 거지. 내가 일을 무지하게 잘 하는데 나를 쫓아낼 이유가 있나?”

하여간 그 말도 안 되는 자신감. 그게 권선재 너를 이끌어나가는 힘이기는 하지만. 무지하게 재수 없기는 하다.”

그래도 자주 오게는 생겼네.”

선재는 가게 여기저기를 매만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프랜차이즈 커피에 질리던 그였다.

사장님 이거 어디다가 둘까요?”

. 콕스 왔어요? 그거 저기 창고에 가져다 두면 될 거예요.”

누구야?”

카페에 갑자기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여자가 들어오자 선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유학까지 다녀온 주제에 외국인만 보면 이상하게 목소리가 낮아지고 눈치를 보게 되는 그였다. 영준은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왜 누구면 어떻게 하려고?”

너 외국인도 고용을 하는 거야?”

애초에 이런 모델을 소개를 해준 분이야. 캐나다에서 한국인이랑 룸메이트를 하다가 한국이 좋아져서 왔다고 하더라고.”

그래?”

선재는 콕스의 뒤를 보더니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황급히 어색하게 행동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영준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콕스 이리로 와 봐요.”

?”

이쪽은 권선재. 우리 같은 평범한 가게를 없애려는 정말로 사악한 대한민국 재벌의 온상이죠.”

너 그러면 정말로 이 가게 그냥 빼앗는 수가 있어. 그냥 임대료만 올려준다고 하면 끝이 날 문제를.”

들었죠?”

.”

콕스는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이쪽은 케이티 콕스.”

반가워요.”

콕스는 손을 내밀었다. 선재도 정중하게 손을 잡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도 반가워요. 그런데 지금 일을 하는 중이라서.”

.”

콕스는 짧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피했다. 선재는 카운터에 올라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이런 카페를 차려서 장사나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네. 요즘 사람들이 다 프랜차이즈 가지 무슨.”

너는 내가 가게를 차렸는데 조금 잘 되라고 이야기를 해주지. 무슨 그런 최악의 상황만 이야기를 해주냐?”

부동산 침체할 때 집 사려고 하는 친구에게. 그래 집값이 오를 거야.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야? 아니면 나처럼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위험을 피하게 해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냐?”

너는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소한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이나 하고 가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네?”

그건 그러네.”

영준도 힘없이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여기에 직장인들이 많고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은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이 뭐 커피가 맛있어서 먹어? 그냥 포인트 적립이 잘 되고, 테이크아웃 하기 편한 곳으로 가는 거지. 솔직히 커피 맛으로 먹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다들 그냥 자기 직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잖아.”

그런 사람들을 찾아야지.”

글쎄다.”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창가로 바짝 붙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누군가가 그렇게 행동을 한다면 신기해서라도 쳐다보기라도 할 텐데 아무도 관심 자체를 두지 않았다.

이거 망하는 거 아니야?”

권선재.”

아니 걱정이 되어서.”

너는 입이 방정이야.”

이런 말도 못 하는 거야?”

못 해.”

야박하기는.”

선재는 입을 삐쭉 내밀고 다시 카운터로 들어갔다. 영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선재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봐요. 권선재 씨. 너는 회사 가서 일 안 하냐? 사람들이 너 보면 너희 회사 주식 다 팔 걸?”

팔라고 그래. 안 그래도 회사 지분이 낮아서 휘청휘청한 자리가 이 자리거든. 지분 좀 내놨으면 좋겠네.”

지랄도.”

여기 지금 영업하나요?”

그렇게 두 사람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턱 선에 칼처럼 맞춘 새까만 머리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액세서리도 하나 없이 검은색 원피스에 아무런 무늬 없는 검은색 가방을 들고 굽도 높지 않은 신발을 신은 여자가 들어왔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요.”

. 영업 합니다.”

메뉴가. 저게 전부인가요?”

뭐 다른 것도 가능하고요. 원하는 커피가 있으신가요?”

혹시 메이플 시럽이 있나요?”

메이플 시럽은 아직 없는데.”

.”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 선재가 손뼉을 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기다리라는 듯 검지를 들어 보이더니 밖에 있는 자신의 차에 가서 박스를 들고 들어왔다.

저 메이플 시럽 있어요.”

그런 걸 왜 차에 가지고 있는 거야?”

집에 가서 와플이나 하나 구워먹으려고 가지고 있었지. 이거 말고 초코 시럽도 있고 별 거 별 거 다 있다고.”

그런 건 필요 없고.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메이플 마끼아또 아이스로 말고 그냥 종이컵에 우유는 데우지 말고 에스프레소 트리플 샷 추가해서 주실 수 있나요?”

에이. 그럼 쓸 텐데.”

아니요.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영준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라인더로 직접 원두를 갈았다. 선재는 가만히 여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여자는 노골적인 선재의 시선에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권선재 너 뭐 하는 거야? 사람을 그렇게 빤히 보니까 가버리잖아.”

예쁘네.”

직장인인가 보지.”

직장인이 다 예쁜가?”

아서요. 남의 결혼식에 가서 파토까지 낸 양반이.”

왜 또 그런 말은 하고 그러냐?”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종이 여과기에 곱게 간 원두를 넣고 조심스럽게 물을 적셨다. 향기가 나고 아래로 커피가 내려졌다.

머신 안 써?”

아직 쓴 적 없는 새 기계라.”

. 저 레이디에게 대단한 관심이네.”

안 그래도 너한테는 드립 커피 주려고 했어.”

그런 건 됐고. 이제 나 오면 그냥 공짜로 주면 안 되나? 그래도 명색이 내가 네 친구인데. 안 그래?”

미친. 가서 우유나 꺼내와.”

알겠습니다.”

선재는 장난스럽게 경례를 하고 주방으로 가서 우유를 꺼냈다. 영준은 커다란 머그에 에스프레소를 담고 데우지 않은 우유 약간을 넣은 후 시럽을 넣고 다시 우유를 부었다. 잠시 멈칫하다가 여자를 보고 잔을 우유로 채웠다.

물은 안 넣어?”

어차피 커피 내릴 때 넣었으니까.”

그래도.”

네가 봐도 밥은 잘 안 먹는 사람 같지?”

?”

말랐잖아.”

그러네.”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을 하거나 그래서 마른 것이 아니라 그냥 제대로 먹지 않아서 마른 것 같았다.

그래서 레이디 건강을 생각까지 다 하셔서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 평소에 나에게 좀 그래보지?”

너는 내가 안 이래도 알아서 다들 신경을 쓰잖아. 몸에 좋은 거라면 별 거 별 거 다 먹는 놈이.”

그래도.”

그냥 조용히 계세요.”

.”

선재는 입을 삐죽이면서도 자리에 앉았다. 영준은 창가의 그녀에게 커피를 건네주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서 조심히 그녀를 살폈다.

가서 말이라도 걸지 그래?”

?”

예쁘지?”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기는.”

그나저나 그 계획은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이야기 카페.”

.”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을 해보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더라고.”

그게 왜 말이 안 되는 일이야?”

요즘 같은 시대에 북카페도 제대로 안 되는데,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카페에 오는 사람이 있겠어? 이야기 카페라니. 그냥 커피나 팔면서 사람들의 사연을 만드는 것이 좋은 거지.”

, 아무튼 그래도 문창과라고 나와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리고 재밌잖아.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카페 말이야. 그리고 우리 카페 이름 죽이지 않아? 이야기 카페, 카페 사랑은. ?”

촌스러.”

선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소설이 쓰고 싶으면 내가 어떻게든 끈을 대서 책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니까? ?”

그런 건 좀 그렇지 않나? 내 실력이 아니잖아. 아무튼 그냥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우니까.”

저기.”

. 뭐가 더 필요하세요?”

거기에 참가 자격이 필요하나요?”

?”

여자의 말에 영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이야기 카페라는 거요.”

. 참가 자격은 없습니다. 잠시만요.”

영준은 상자에 들어있는 전단지를 꺼내서 여자에게 건넸다. 전단지를 받은 여자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이거 저도 소설을 발표할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누구라도 상관이 없어요. 소설을 쓰세요?”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아무튼 매주 금요일 모여서 하는 거죠.”

, 매주는 아니고 격주로요.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서요. 사람들이 좋아하면 매주 하고 말이죠.”

글쎄다.”

선재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전단지를 쳐다봤다.

아무리 재미있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런데 시간을 낭비할 사람은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은데?”

이게 왜 낭비죠?”

?”

, 죄송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던 여자는 바로 그 사실을 깨닫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커피 잘 마셨어요. 앞으로도 자주 올 거 같네요.”

. 조심해서 가세요.”

여자가 나가고 선재는 뚱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봤다.

저 여자 뭐야?”

뭐가?”

아니 자기가 도대체 뭘 안다고 우리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저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안 그래?”

안 그렇기는. 케이티. 정리 다 끝났어요?”

.”

미안해요. 손님이 와서.”

아니요. 이런 걸 가지고요.”

케이티는 개수대에서 가볍게 손을 씻고는 자리로 가서 여자가 마시고 간 잔과 쟁반을 들고 와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래도 손님은 너무 없는 거 아닌가?”

아직 처음이니까.”

나는 일 간다.”

그래. 가세요.”

궁금해서 저녁에 다시 올게.”

마음대로.”

선재가 손을 흔들고 사라지자 영준은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말은 저렇게 하더라도 선재도 그를 걱정해주고 있는 거였다. 하긴, 영준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간 카페였다.

이거 망하면 안 되는데.”

?”

아니에요.”

무슨 말씀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케이티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다.

 

하아.”

영준은 한숨을 내쉬고 카운터에 팔을 괴고 앉아서 왼쪽 검지로 카운터를 두드렸다. 선재의 말처럼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가게를 투명하기라도 한 듯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아무리 카페가 많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다들 식상해서 사람이 좀 들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아직 처음이잖아요.”

.”

케이티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준을 바라봤다.

너무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지 마세요. 아직 처음인데 처음부터 잘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요.”

그래도 원래 식당 같은 것은 처음에 문을 열면 손님이 가장 많이 들고 그러잖아요. 안 그러니까 조금 그러네요.”

어차피 처음에는 까먹을 거 계산하신 거 아니에요?”

그래도 너무 많이 까먹을 것 같으니까.”

영준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요. 케이티 말이 맞지. 한국 속담 중에서 첫술에 배부르랴? 이런 말이 있거든요. 처음부터 다 잘 될 수는 없는 거죠.”

부르랴?”

.”

그게 무슨 뜻이에요?”

“Not Enough. 이거 맞나?”

되게 재미있는 말이네요.”

그래요?”

발음이 귀여워요. 부르랴? 부르랴?”

케이티는 싱그럽게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점심으로는 어떻게 하실래요? 제가 뭐라도 만들까요?”

요 근처에 떡으로 만드는 샌드위치 전문점이 있다고 하던데요. 내가 잠시 나가서 사올게요. 케이티는 토마토랑 치즈죠.”

고마워요.”

케이티는 가게 앞으로 나가서 영준이 골목을 꺾는 것을 보면서 미소를 짓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뭔가를 열성적으로 하려는 사람인데 가게에 손님이 너무 안 드니 걱정스러운 것이 당연해 보였다.

나라도 뭘 해야 하는데.”

여기 카페에요?”

?”

이런 곳도 있었나?”

오늘 개점했어요.”

케이티의 이런 걱정도 기우였다. 그녀가 가게 앞으로 나서자 갑자기 손님들이 어디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 커피 전문점을 차렸거든요.”

, 그래요.”

연주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커피를 파는데.”

저희는 샌드위치를 안 팔아요.”

, .”

여기는 드시고 가는 분은 거의 없는 모양이에요?”

아무래도 배달이 우선이죠.”

연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샌드위치를 정성껏 포장해서 종이봉투에 담았다. 순간 문이 열리고 연우가 헬멧을 벗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멀리는 이제 배달 안 갈 거야.”

그래도 어떻게 해? 거기 단골인데. 안 그래?”

단골은 무슨. 그나저나 이 분은 누구?”

여기 앞에 카페가 생겼다고 하던데 너 봤어?”

카페?”

연우는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다가 갑자기 물을 뿜고 손가락으로 영준을 가리키면서 눈을 크게 떴다.

그 사람들 무지하게 많이 줄을 서있는 그 카페요?”

아니요. 거기는 우리 카페 아닐 텐데요? 우리 카페에 지금까지 사람도 하나 없어서 무지하게 우울한 상태인데요.”

아닌데.”

연우는 검지를 물고 미간을 모았다.

그 사랑은? 거기 아니에요?”

맞아요.”

거기 줄 엄청나게 길어요.”

줄이 길다고요?”

영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걸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설 것까지는 없어 보였는데. 연주에게 빼앗다 시피 해서 종이가방을 받아서 가게로 간 영준은 자리에 우뚝 섰다.

이게 뭐야?”

남자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뭐 때문이야?”

영준이 겨우 사람들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니 모두 케이티 앞에서 헤벌레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모두 케이티를 보고 있었다.

, 사장님 오셨어요?”

손님이 이렇게 많았어?”

.”

그럼 부르지.”

혼자서 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와플 같은 것도 막 주문이 들어와서요. 이제 막 정리를 끝냈는데 일이 정말 바쁘네요.”

알았어.”

영준은 가지고 온 샌드위치를 냉장고에 넣고 케이티를 거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밀물처럼 밀려왔던 손님들이 썰물처럼 나가고 나니 저녁 아홉 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겨우 땀을 훔치면서 자리에 앉는데 선재가 혀를 내두르면서 가게로 들어왔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뭐가?”

아침에는 영 파리만 날릴 것 같더니.”

케이티 덕분이지.”

케이티?”

선재와 눈이 마주치자 케이티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케이티 미모가 소문이 난 모양이야. 장사진을 이루어서 이거 뭐,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더라고.”

그래?”

그런 거 아니에요.”

케이티는 어색한 말투로 변명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사장님이 그랬잖아요. 아침에 말이에요. 막 문을 연 곳에는 손님이 많다고, 이것도 다 그런 걸 거예요.”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다 남자잖아요.”

?”

카페라고요. 여기. 보통 이런 게 오픈을 하면 여자들이 오는 것이 보통이라고요. 그런데 다 남자들이라니.”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벨이 울리고 연주와 연우가 들어섰다.

정말 손님이 많네.”

아 떡가게의.”

.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선재는 연주를 가만히 응시했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사람인데 정확히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리 구면이죠?”

맞죠. 우리 본 적 있는 거?”

그럼요. 제 친구가 수아거든요. 김수아. 그리고 그 수아 남자친구가.”

강가온 씨. 그리고 안혁 씨랑 모델. , 이제 기억이 났습니다. 어떻게 여기에서 다 보게 되네요.”

그러게요.”

연주는 선재의 손을 꽉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여기에는 어쩐 일이세요?”

이 녀석이 친구거든요.”

그래요?”

그래도 당황을 하셨겠어요. 바로 근처에 커피를 파는 가게가 생겼으니까. 아무래도 타격이 좀 있죠?”

아니요. 우리야 뭐 방송국 근처에서 배달을 주로 하는 회사인데요. 게다가 아까는 저희 가게에서 점심도 사가지고 가셨다고요.”

맞다.”

영준은 그제야 손뼉을 쳤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점심을 사왔다는 사실까지도 완벽하게 잊고 있었다.

같이 먹겠어요?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굳었을 텐데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직 영업하나요?”

종소리가 울리고 아침에 그 여자가 다시 카페에 들어왔다. 영준은 밝게 웃으면서 샌드위치를 선재에게 건네고 그녀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오고 단골 다 되셨네요.”

그러려고요. 이 근처에서 커피 그 맛을 내는 곳이 없어서.”

고맙습니다. 앉으세요.”

.”

그럼 주문은?”

아침처럼 메이플 마끼아또 아이스로 말고 그냥 종이컵에 우유는 데우지 말고 에스프레소 트리플 샷 추가해서 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가능하죠. 앉아계세요.”

그거 쓰지 않아요?”

여자가 사라지자 연주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물었다.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맛있기는 하죠.”

그럼 우리도 그렇게 줄래요?”

이건 조금 쓸 거고, 그냥 메이플 마끼아또로 드릴게요. 케이티.”

.”

영준은 커피를 직접 들고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엷게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던 영준은 선재의 헛기침 소리에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유치하게.”

아니. 그냥 맛있나 그게 궁금해서 그러지. 주인으로.”

됐습니다. , 맞다. 이 분들에게도 드려.”

?”

이야기 카페.”

.”

영준은 손뼉을 치더니 연주와 연우에게도 전단지를 건넸다.

이런 거 사람들이 올까요?”

그러니까 그쪽 사장님이 와주셔야죠.”

알았어요. 아 커피 나왔네. 우와. 우리 집 커피보다 맛있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에이, 아무튼 금요일 뵐게요.”

.”

영준은 연주와 연우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여자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