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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사랑은...... [1장 : 3화]

권정선재 2012. 8.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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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왕실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겁니까?”

그렇소.”

고맙습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그대의 능력이지요.”

아닙니다.”

적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흑렵의 손을 꽉 잡았다. 흑렵이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빼주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더럽습니다.”

무엇이 더럽습니까?”

피가 묻은 손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고맙습니다.”

형님 그만 하세요.”

황호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흑렵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적호 형님이 한 번 기분이 좋으면 막 흥분하는 성격이라서 그렇습니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형님의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제 몸에서 비린내가 나는 더러운 놈이라 상대를 해주지 않는데, 적호 저 분은 제 손을 잡았습니다. 그것도 의술을 행하시는 분이 말이죠.”

의술이라고 말을 하기도 그렇습니다. 일단 궁으로 가야겠죠. 그래야 페하의 건강을 진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 자들인가?”

.”

고개를 숙인 흑렵 곁에 선 일곱 사내를 본 백설의 표정은 도도했다. 대단한 자들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셋을 제외하고는 모두 추했다.

폐하를 낫게 할 수 있다고?”

. 대단한 의술을 지닌.”

그대에게 묻지 않았다!”

카랑카랑하게 백설의 목소리가 울리자 흑렵은 고개를 숙였다. 백설은 묘한 눈길로 적호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는 내 침소로 들게.”

공주님.”

그저 얼마나 대단한 의술을 펼치는지 궁금할 따름이야.”

백설의 싸늘한 시선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적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흑렵의 탓이 아니었다.

일단 이 궁으로 저희를 불러준 것만 하더라도 감사할 일입니다.”

그런데 왜 궁으로 들어오고 싶었던 겁니까?”

더 이상 무시를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무슨?”

생각을 해보십시오. 천하디 천한 일곱 사내가 궁으로 불려갔다. 사람들은 궁을 증오하면서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궁에 저희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저희들의 존재가 그저 미천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폐하께서 낫기만 하신다면 제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대들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겁니다.”

아닙니다.”

적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매만지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저희는 원하는 것에 다가섰으니까요.”

흑렵은 더 이상 묻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사냥감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놀라서 도망을 갈 것이 분명하니까.

 

공주가 자신의 침소로 들였다.

.”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을 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짓을 했다는 건가? 경들은 무엇을 한 게야!”

은하의 고함에 신하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아무리 백설이 두렵다고 하더라도 이 나라의 여왕은 엄밀히 은하였다.

그런 사내들이 궁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궁의 명예가 떨어질까 걱정이 되는데, 그들 중에 가장 으뜸이라는 사내가 공주의 침소로 들어갔다고? 도대체 그 소식을 왜 내가 마지막으로 듣는 건가?”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뒤늦게 듣게 해요? 내가 그대를 얼마나 믿는데!”

건강에 좋지 않으십니다.”

지금 하나뿐인 딸이 도대체 출처를 알 수 없는 그리 미천한 사내를 품으로 끌어들였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으라는 겁니까?”

외로워서 그런 겁니다.”

뭐라고요?”

다들 물러가게!”

흑렵의 명령에 신하들은 당황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흑렵은 검을 뽑아서 바닥에 있는 힘껏 꽂았다.

비록 내 신분이 사냥꾼이라서 천하다고는 하나 지금은 왕비의 직속으로 그대들보다 직급이 높을 진대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건가! 정녕 그대들이 왕비 마마의 신분을 공주보다 천하게 여겨서 그러는 것인가!”

흑렵의 호령이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나서야 겨우 신하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치를 보면서 여왕의 앞에서 사라졌다. 문이 닫히고 고요한 방 안에서 흑렵은 안타까운 눈으로 은하를 응시했다.

일부러 말리지 않은 겁니다.”

뭐라고?”

다시 백성들의 신망을 공주가 아닌 그대에게로 가지고 와야 합니다. 왕비께서 그 모든 권력을 가지셔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이들이 더 이상 마마를 무시하지 않고 존경하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은하는 싸늘하게 흑렵을 응시했다.

지금 그대의 이야기는 내가 내 딸의 자리를 넘봐야 할 정도로 볼품이 없다는 것인가? 그렇게 약하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흑렵!”

안타깝습니다.”

흑렵은 가만히 은하의 눈을 응시했다.

사모하는 이가 그리도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사모하는 이라고?”

모르시는 겁니까? 모르는 척을 하시려는 겁니까? 모르는 척을 하시려면 제대로 하십시오. 제 눈에 그것이 보이지 않게 하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런 것이 다 보이는데 지금 도대체 누구를 속이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대의 마음은 내가 모른다. 허나 나도 한 가지 알고 있다. 내가 내 딸을 위기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아무리 그 아이가 나를 존중하지 않더라도 그 아이는 나의 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지켜야 하는 딸이다. 그런 딸을 지금 나보고 내치라고 하는 것인가?”

.”

흑렵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단호한 태도에 은하는 가만히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흑렵은 전혀 물러날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물러나신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겁니다. 지금이 공주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란 말입니다.”

그래서입니까?”

?”

그래서 그들을 그렇게 힘들게 데리고 온 겁니까?”

.”

폐하를 위해서가 아니라요?”

폐하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폐하가 일어나 보십시오.”

흑렵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일어나신다면 누구나 아는 그 천한 자들과 동침에 드신 공주님을 옹호하실 거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그녀를 쳐낼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여왕께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실 수 있습니다.”

혹여나 폐하께서 깨어나시지 않더라도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 여왕의 지위에 오르도록 하고요?”

.”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은하는 주먹을 꽉 쥐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백설이 그녀에게 무례하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그녀를 몰아세울 수는 없었다.

물러나세요.”

마마.”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마마를 연모해서, 그래서 이러는 것을 왜 모르시는 겁니까? 그대를 향한 저의 마음을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그런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다고요?”

.”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대의 그런 마음을 혹여나 내가 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대의 곁에 가지 않을 테니까요.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은하의 단호한 어조에 흑렵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하가 이렇게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에 무언가를 말하기란 어려웠다.

언젠가 후회를 하시게 될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이 기회였구나. 이렇게 생각을 할 날이 올 겁니다.”

오지 않을 겁니다.”

마마.”

혹여나 오더라도 나는 기쁠 겁니다. 그 순간 공주는 진짜 여왕이 될 자격이 생겨서 그런 거니까.”

 

무슨 일로 침소로 들러 하셨습니까?”

정녕 모르는 겁니까?”

백설은 묘한 웃음을 흘리면서 침대에 다리를 모으고 올라갔다. 적호는 그런 그녀를 무뚝뚝한 눈으로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지금 내가 그대에게 신분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야! 그런데 지금 나를 거부한다고?”

.”

네 목숨이 달아날 수 있어도?”

자르십시오.”

적호는 가만히 백설을 응시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아비를 살릴 수 있는 의인을 죽인 딸을 뭐라고 부를지 궁금하시다면 제 목을 자르십시오. 그러한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목이 달아나는 것이 두렵다면 애초에 궁으로 오지 않았을 겁니다. 공주께서 사람들의 목숨을 얼마나 천하게 여기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에 왔다는 것은 그대도 원하는 뜻이 있다는 거군. 그리고 그것은 내 몸이 아니고.”

절대로 아닙니다.”

그래.”

백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가운을 발끝까지 내린 채로 꼿꼿이 적호를 응시했다. 적호도 그녀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내 눈을 피하지 않는다?”

무릇 사람을 대하는 때에는 눈을 보는 거라 하였습니다.”

그래, 이렇게 눈을 봐서 무엇을 원하는 건가?”

거울입니다.”

거울?”

궁에 숨겨져 있다는 그 거울. 그 거울이 저는 필요합니다.”

그런 거라면 잘못 짚은 거군.”

백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다가 얼굴에서 모든 표정을 지우고 빤히 적호를 응시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단도를 적호의 얼굴을 향해서 날렸다. 적호의 뺨에 단도가 스치고, 새빨간 피가 새어나왔다.

피하지도 않는다?”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 순간 공주께서 저를 죽이신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아버지께서 일어나시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말이죠. 공주께서 아무리 폭군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간단한 것까지 계산을 하지 못할 그런 바보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서 말입니다.”

확신이라.”

백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적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물러가라.”

정말 물러가도 되는 겁니까?”

여기에 그대가 있는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줄 텐가?”

아닙니다.”

그럼 여기에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공주님을 지켜보는 겁니다.”

무어라?”

이상해서 말입니다.”

백설은 가만히 적호를 응시했다. 적호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백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설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공주님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 나라의 권한을 모두 가져가셔서 말입니다. 마치 준비가 된 것처럼 말이죠.”

그게 무엇이 이상하단 말인가? 일국의 공주가 그 정도 마음가짐도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말입니다. 그리고 일국의 공주라서 더욱 이상한 겁니다. 보통 공주들께서는 자신들이 권좌에 오를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으십니다. 다들 왕자님을 맞이하실 준비를 하시죠.”

나는 아니야. 나는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고 싶지 않거든. 더 이상 옛날 옛적에 누가 살았는데 그녀는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런 결말 우습지 않은가? 나는 그런 결말을 벗어나고 싶어. 내 손으로 권력을 쥐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것이군요.”

뭐라고?”

백설은 눈썹을 치켜떴다.

그게 무슨 말이지?”

국왕 말입니다.”

아바마마가 왜?”

그대가 그리 만드신 거죠?”

무어라?”

백설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 다르게 적호는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폐하를 보니 독이었습니다. 그저 노쇠하셔서 그러신 것이 아니라 독을 드셔서 그런 거였습니다.”

그럼 내 어미가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녀가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을 쥐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 것 아닌가?”

저를 속이려고 하시는 겁니까?”

뭐라고?”

숲에서 오랜 시간 살았습니다.”

적호는 숨을 들이쉬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바른 것을 보니 사람들이 바른 것을 말을 하지 않을 적 그것이 모두 다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주님께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도 다 보입니다. 무슨 말을 하시고 계신 건지도 다 보입니다.”

그게 무슨.”

폐하께 약을 먹이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까? 폐하를 그런 식으로 돌아가시게 해서 얻는 권력이 진짜라고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대!”

너무 약하셨습니다.”

백설은 순간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 적호가 기척도 없이 그녀에게 다가서 있었다. 그리고 적호는 부드럽게 백설에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백설은 입술을 바르르 떨며 적호를 노려봤다.

공주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건 저에게는 그것이 다 보입니다. 공주님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나를 돕는다?”

.”

나를 왜 돕는 거지?”

저를 배우자로 맞으십시오.”

뭐라고?”

잠시 멈칫하던 백설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싸늘한 시선으로 가만히 적호를 응시했다.

내가 숲에서 사는 너처럼 미천한 것을 배우자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내가 그럴 것으로 보여?”

그렇지 않다가는 지금 공주님께서 바라시는 것들을 손에 넣으시지 못할 테니까 말입니다. 당연한 것이죠.”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지?”

이 나라입니다.”

그럼 그대가 바라는 것은?”

?”

그대도 바라는 것이 있으니 이러는 것 아닌가?”

저도 바라는 것이 있지요.”

적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가지는 제가 이루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가?”

더 이상 이 나라에서 그 누구도 우리를 미천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대들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우리가 조금 다르게 생겼다고 무시를 하는 짓은 우스운 것이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그래서 궁에 들어온 것이군.”

.”

백설은 가만히 적호를 응시했다. 미남자였다. 하지만 그의 동생들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그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

인간인가?”

그렇습니다.”

인간이 그리 생겼던가?”

숲에서 오래 살면.”

동생들처럼 추해지지.”

적호는 숨을 살짝 들이쉬고 주위를 살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혹여나 동생들이 듣는다면 끔찍해질 터였다.

그런 말씀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혹여나 제 아우들이 듣고 분노할까 그것이 걱정이 되니 말입니다.”

누가 여기를 들어와서 들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성전이 바로 나의 침소인대.”

저도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대야 내가 불러와서 들어온 것이 아닌가?”

제가 들어오면 제 아우들도 올 수 있다는 이야기죠.”

뭐라고?”

저희는 하나니까요.”

백설은 순간 스산한 기운에 입을 다물었다. 적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적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이 사실을 발설할 것인가?”

제가 어이하여 그러겠습니까?”

그건 무슨 말이지?”

이것을 누군가 안다고 하더라도 제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미천한 것이 공주를 능욕한다고 더 많은 모욕을 받을 뿐이죠.”

그렇다면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혼인입니다.”

그것만은 허하지 않을 것이다.”

허하시게 될 겁니다.”

적호의 미소에 백설은 손을 가늘게 떨었다. 적호는 다시 한 번 정중히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방을 나섰다.

 

나라에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의 고통이 커다랗습니다. 지금이라도 어서 세금을 줄여야 합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지?”

?”

나는 이 나라의 공주다. 당연히 내가 다른 이들에게 하나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고 사는 것이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백성들이 생활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내 탓인가?”

백설은 술이 든 잔을 세게 쥐면서 신하를 노려봤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신하는 침을 삼켰다. 직언을 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신하가 부지기수였다. 그도 나서지 않으려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참이었다.

멍청하게 기우제라도 지낼까? 날씨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들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러는 것인가?”

그러니 조금이라도 백성들을 달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라는 겁니다. 그게 옳은 일이니 말입니다.”

그대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두렵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대 같은 이 밑에서 일을 하는 것이 더욱 끔찍하기에 그렇습니다.”

신하들의 입이 모두 쩍 벌어졌다. 모두 직언을 한 신하를 바라봤다. 신하는 당당히 백설을 응시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 나라에 공주 같은 분이 계셔서는 안 될 겁니다.”

나는 이 나라의 공주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공주십니다.”

뭐라고?”

백성들의 고통 하나 어떻게 낫게 하실 생각도 하지 않으시는 분이 지금 공주라고 하시는 겁니까?”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 것인가?”

왕비께 모든 권한을 넘기십시오.”

무어라?”

오직 왕비께서만 지금 이 고난을 이겨내실 수 있습니다. 공주께서 아직 어리실 적, 국왕과 왕비께서는 이렇게 지독한 가뭄을 한 번 겪어내신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겪어내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덕이다.”

백설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고 신하에게 잔을 날렸다. 퍽 소리와 함께 신하의 머리에 박힌 잔에 머리에서 피가 흘렀지만 신하의 자세는 여전히 꼿꼿했다.

우리 아버지의 덕이다. 이 나라의 국왕의 덕이란 말이다! 그러니 국왕의 딸인 내가 이 나라를 제대로 지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정녕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래서 안 되시는 겁니다.”

뭐라고?”

당신은 그래서 반쪽짜리 공주입니다.”

백설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끝까지 그리 내가 반기를 들겠다는 건가? 지금 그대가 괘씸하게도 반역이라도 꿈을 꾸는 게야?”

지금 반역을 꿈꾸는 것이 저입니까?”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게야?”

이 나라의 실권은 당연히 공주께 가서는 안 되는 겁니다! 이 나라의 실권은 바로 여왕께 가야 하는 겁니다.”

여왕? 그 여자에게?”

그래.”

문이 열리고 은하가 흑렵을 대동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곁에는 황호와 녹호가 나란히 서있었다.

어머니께서 여기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더 이상 멍청하게 너를 보고 있지는 않을 테다.”

?”

이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 너와 나의 대립을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것이 정녕 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너의 독단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너를 내가 막을 것이다.”

어머니께서요?”

그래.”

도대체 무슨 근거로요?”

이 나라는 너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그렇다.”

?”

이 나라는 백성의 것이다.”

은하는 단호한 표정으로 백설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