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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스위트 스위트 배스룸

권정선재 2013. 2. 12. 07:00

[행복한 책방] 스위트 스위트 배스룸

 

당신의 화장실에 유령이 나타난다면? 그런데 그 유령에게 자신도 모르게 연민이 품어진다면? [스위트 스위트 배스룸]은 흔하디 흔한 로맨스 소설일 겁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일본의 소설이고, 게다가 여자 주인공이 유령이라는 것이 특별하죠. 개인적으로 일본의 소설 중에서는 멜로를 좋아하는 편인데, 한국 멜로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그 안에 감정을 건드리는 어떠한 코드를 집어넣는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의 능력이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유령이 나타나면 두려워하는 것이 보통일 겁니다. 우리와는 아무래도 다른 존재이니 말이죠. 그것도 욕실 안에서 갑자기 유령이 짠! 하고 나타난다면? 그 유령에 대해서 어떠한 연민을 품기 이전에 이미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유령이 나를 떠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유령의 입장 같은 것은 필요가 없고 말입니다.

 

 


스위트 스위트 배스룸

저자
AOIRO BOTAN 지음
출판사
일출봉 | 2009-01-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따뜻하고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욕실에서 시작된 두 남녀의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실 초반부가 한국 영화 [헬로우 고스트]랑 비슷해서 놀랐는데, 막상 진행이 되다 보니 그랑은 또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조금 더 진지한 멜로물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다가 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쓸쓸함까지 더 해지니 이 소설 사실 그리 밝은 소설만은 아닙니다. 조금은 암울하고 조금은 슬프죠. 하지만 그 슬픔 너머에 서로를 위하는 두 존재가 있기에 시 소설은 아름다워집니다. 게다가 얼마나 섬세하게 감정 묘사를 하는지. 조금씩 유령에 대해서 어떠한 연민을 품다가, 그에 대한 사랑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는 한 남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스위트 스위트 배스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천히 유령에게 품는 마음이 단순히 연민이 아니라 어떠한 애정처럼 변하는 것도 매력적이고 말입니다. 특히나 진지한 멜로가 한국에서는 극히 드물어졌는데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이 소설은 일반 컴퓨터 연재가 아니라 모바일 연재이다 보니 조금 더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꽤나 빠르게 읽히더라고요. 워낙 책을 빠르게 읽기는 하지만 애초에 템포 자체가 빠르다 보니 확실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빠른 속도에 날이 저절로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그 날 자체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또한 인물들의 관계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것도 좋습니다. 보통 한국 로맨스 소설의 경우 기본적으로 네 사람이 엮이는 것을 보통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의 경우에는 당연히 두 사람의 이야기로 모든 것이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이는 감정 역시 커다랗게 말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존재가 없다는 것도 조금 독특한 설정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 방해를 하지 않고 서로만을 애틋하게 생각을 하니 이 소설이 두 주인공의 사랑은 점점 더 짙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택하는 일본 소설 특유의 어떠한 분위기는 조금 아쉽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달콤하고 말도 안 될 정도로 환상적인 멜로 소재를 선택을 해놓고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현실로 가지고 오거든요.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 거면 도대체 왜 이렇게 환상적인 소재를 쓴 거야! 매력적인 유령 이야기 보다는 조금은 애틋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그 애틋함을 위해서 사실 주위의 이야기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몰입이 되더군요. 그리고 어쩌면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도 곁에 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진짜로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을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조금씩 남자 주인공의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스위트 스위트 배쓰룸]이었습니다. 당신의 욕실에 유령이 나타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신가요?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세이지는 해바라기 꽃이 활짝 기쁜 듯 함박웃음을 짓는 구미코의 웃는 얼굴과 겹쳐 보였다. 밝은 태양빛을 닮은 꽃이 하늘을 향해 똑바로 자라 두 손을 뻗듯 초록빛 커다란 잎을 펼치며 힘차게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