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여울물 소리
‘황석영’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울물 소리]도 그 자체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슬픈 시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꽤나 방대한 이야기를 한 권에 담고, 그 방대한 이야기도 그렇게 상냥하게 적혀 있지 않아서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대화 부분을 따로 표시하지 않은 거시 조금 더 책을 딱딱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울물 소리]는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고, 그리 쉬운 소재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 안에 힘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말 그대로 이야기 그 자체라는 것이 [여울물 소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여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니, 여인이 사모한 사내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시절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그런 형식이니까요. 우리나라가 가장 아팠던 시절.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이들의 이야기인 만큼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울물 소리
사실 천주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지만, 천주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밖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늘 그러한 이야기를 할 적에는 그 안에 뛰어든 사람이 그 모진 박해를 당하면서 그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강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의 경우에 살짝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밖에서 이야기를 하는 이 느낌이 더욱 강렬하고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내가 아끼던 이가 그러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 이야기는 더욱 슬플 수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기구한 삶을 살아온 여인의 입을 빌어서 들려주는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는 더욱 더 서글프고 애잔하게 흘러갑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한 번 더 거쳐서 나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그 안에 어떠한 감정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밖에 없기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해도 객관적이지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중 그 누구도 그저 행복하다.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없습니다. 나름대로 모두 삶의 고충을 겪고 있고, 사명감에 행동합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잔혹한 시기를 담고 있기에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행복한 이야기를 담아도 될 부분 역시 이 소설은 언젠가 일어날 비극 같은 것을 암시합니다. 조금 더 아프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간들이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비록 여주인공이 첩의 여식이라서 조금 대우를 받기는 하지만, 그녀 역시 그다지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여럿이나 있는, 당시로는 생각을 하기도 어려운 그런 문제 여성이고 말이죠. 이런 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다 보니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슴이 다소 먹먹해 옵니다.
[여울물 소리]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탁월한 이야기입니다. 소설로 느껴지기 보다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버겁고 묵직한 이야기도 다소 읽기 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분명히 무겁고 어려운 글입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읽어 내려가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한 여자의 기구한 인생.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남자를 따라가면서 듣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자들과 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인한 포기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이야기로, 여기저기 퍼즐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자리에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데 그 자체로도 완벽하고 각자의 이야기로도 탁월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가장 아래 있는 사람들부터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여울물 소리]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
'☆ 문화 > 행복한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방] 나의 고독한 두리안 나무 (0) | 2013.02.15 |
---|---|
[행복한 책방] 성인식 (0) | 2013.02.14 |
[행복한 책방] 스위트 스위트 배스룸 (0) | 2013.02.12 |
[행복한 책방] 어쿠스틱 라이프 4 (0) | 2013.02.08 |
[행복한 책방] 시간을 파는 상점 (0) | 2013.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