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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여울물 소리

권정선재 2013. 2. 13. 07:00

[행복한 책방] 여울물 소리

 

황석영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울물 소리]도 그 자체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슬픈 시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꽤나 방대한 이야기를 한 권에 담고, 그 방대한 이야기도 그렇게 상냥하게 적혀 있지 않아서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대화 부분을 따로 표시하지 않은 거시 조금 더 책을 딱딱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울물 소리]는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고, 그리 쉬운 소재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 안에 힘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말 그대로 이야기 그 자체라는 것이 [여울물 소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여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니, 여인이 사모한 사내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시절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그런 형식이니까요. 우리나라가 가장 아팠던 시절.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이들의 이야기인 만큼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울물 소리

저자
황석영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12-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야기꾼 황석영이 들려주는 ‘19세기 이야기꾼’의 삶!한국 문학...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실 천주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지만, 천주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밖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늘 그러한 이야기를 할 적에는 그 안에 뛰어든 사람이 그 모진 박해를 당하면서 그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강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의 경우에 살짝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밖에서 이야기를 하는 이 느낌이 더욱 강렬하고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내가 아끼던 이가 그러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 이야기는 더욱 슬플 수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기구한 삶을 살아온 여인의 입을 빌어서 들려주는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는 더욱 더 서글프고 애잔하게 흘러갑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한 번 더 거쳐서 나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그 안에 어떠한 감정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밖에 없기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해도 객관적이지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중 그 누구도 그저 행복하다.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없습니다. 나름대로 모두 삶의 고충을 겪고 있고, 사명감에 행동합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잔혹한 시기를 담고 있기에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행복한 이야기를 담아도 될 부분 역시 이 소설은 언젠가 일어날 비극 같은 것을 암시합니다. 조금 더 아프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간들이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비록 여주인공이 첩의 여식이라서 조금 대우를 받기는 하지만, 그녀 역시 그다지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여럿이나 있는, 당시로는 생각을 하기도 어려운 그런 문제 여성이고 말이죠. 이런 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다 보니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슴이 다소 먹먹해 옵니다.

 

[여울물 소리]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탁월한 이야기입니다. 소설로 느껴지기 보다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버겁고 묵직한 이야기도 다소 읽기 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분명히 무겁고 어려운 글입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읽어 내려가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한 여자의 기구한 인생.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남자를 따라가면서 듣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자들과 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인한 포기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이야기로, 여기저기 퍼즐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자리에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데 그 자체로도 완벽하고 각자의 이야기로도 탁월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가장 아래 있는 사람들부터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여울물 소리]였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