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나의 고독한 두리안 나무
아이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보호하는 존재가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고 느낄 적에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 일단 첫 시작부터 우리나라가 아닌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야기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아무리 보더라도 동남아의 국가 중에 하나였는데 말이죠.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라거나 묘사가 한국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읽어보니 결국 한국에서 간 아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좋게 말을 하면 조기 유학. 하지만 나쁘게 이야기를 하면 결국 부모가 살기를 원하지 않아서 자신만의 살길을 찾아야 하는 아이들이 이 소설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소녀는 그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아픈 상황입니다. 생리도 아직 하지 않은 어린 소녀이지만 한국에서 생활비도 제대로 오지 않고 있죠. 게다가 어머니 역시 그녀가 거는 전화를 잘 받지도 않습니다. 소녀는 서서히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우리와는 약간은 다른 상황,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고립된 아이의 이야기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더 눈이 가게 됩니다. 그리고 소녀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는 일상이라는 점 역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자신은 이미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주위에서 보기에는 마냥 어리기만 한. 그래서 보듬어주어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어쩌면 인질일지도 모르는 소녀는 이름이 한 가지가 아닙니다. 한국에서의 이름, 현지의 이름, 그리고 섞어 부르는 이름.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이 되지 않은 소녀에게 많은 이름은 어쩌면 또 다른 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천천히 엄마가 자신을 떠난 거라는 사실을 인정을 해야 하는 소녀의 무거운 마음이 느껴지기에 조금 더 먹먹하기도 합니다. 비록 일부러 엄마가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을 외할머니가 엄마를 챙긴 것처럼 챙기지 않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죠.
이 소설에는 이름이 꽤나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본명을 알게 되면 진심으로 친한 친구가 되게 되고, 아무리 소중한 이라도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있죠. 소녀에게 친구가 되는 방법은 어쩌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이야기를 해주고, 상대방 역시 자신에게 비밀을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두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공유하게 되는 그 순간이 바로 친구가 되는 겁니다. 소녀는 이런 방식으로 친구를 만들어 나갑니다. 어른들과. 하지만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들과 친구가 되어가죠. 그 누구도 곁에 있고 싶어하지 않는 퇴물 여배우라거나, 가정부 같은 존재들과 말입니다. 소외된 자들의 삶, 그 안에서도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소설은 조금은 암울합니다.
허나, 이 암울한 이야기를 암울하게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소설의 화자가 소녀라는 것 덕분일 겁니다.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어쩌면 조금은 철이 없을 수도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오직 소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른들이 나름 자신을 배려를 해준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자신의 아픔을 알고 있기에 주위의 아픔까지 이해할 수 있는 소녀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가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뽀르뚜까 아저씨?(가 맞나요)를 잃고 난 이후의 ‘제제’의 모습 같기도 하거든요. 어린 소녀가 낯선 땅에서 엄마도 없이 혼자서 어른이 되어가는. 그렇게 하나하나 세상을 배워가는 [나의 고독한 두리안 나무]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데니슨 가 14호는 이제 없다. 집이 아니라, 무슨 우주의 구멍 같다. 이곳에, 한때 내가 좋아하던 아줌마가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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