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 다섯. 미안해요 ‘오상진’ 아나운서
문화방송은 저에게 큰 빚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봐오던 방송국이었습니다.
[뽀뽀뽀] 등. 정말 소중한 방송국이었죠.
그리고 [놀러와]는 저에게 하나의 역사였습니다.
그리고 커가면서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뮤직스트리트 전종환입니다]를 들으면서.
[불만제로]의 제로맨과 진행자들을 보면서.
아 문화방송에 가면 다르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 출처 : 다음 검색]
하나의 등불처럼 저의 마음에서 타오르던 문화방송은 그 등불을 들고 있던 이가 달라지면서 조금씩 식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불을 지키던 이들도 하나둘 사라져 갑니다. ‘최일구’앵커가 물러난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한 마디씩 촌철살인의 마무리 멘트를 날리면서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던 그가 결국 문화방송에서 떠나게 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상진’ 아나운서가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홀로 서기를 한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방송을 재미나게 했던. 그러면서도 균형을 잡고 진지한 모습을 갖추고 있던 문화방송의 기둥이 결국 무너져 내렸습니다.
오상진은 방송을 참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예능인처럼 변한 아나운서가 아닌 아나운서인데 예능을 할 줄 아는 이였으니까요. 전현무라는 사람은 예능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웃긴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와 뉴스는 사실 그다지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죠. 하지만 예능이라는 공간에 두게 되면 그 누구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게다가 자신만의 특성과 특유의 입심을 이용해서 다른 이들을 궁지로 모는 것이 가능한 전방위적 예능 진행자입니다. 하지만 ‘오상진’ 아나운서는 다릅니다. 그는 약간 허당이 섞인 어디까지나 매력적인 아나운서였거든요.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었던 이유는 오상진과 전종환의 후배가 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전종환 아나운서가 기자가 되면서 그리고 오상진 아나운서가 사퇴하면서 멀어져 가네요. 일단 제가 문화방송에 떡 하니 들어갈 재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어떠한 동경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 매력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사회에 대해서 올바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옳다고 생각을 했던 이들이 아무런 힘도 없이 그냥 무너져 내립니다. 제가 참 좋아했던 사람들이. 제 꿈이던 사람들이 사그라집니다.
비단 ‘오상진’ 아나운서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뉴스에서 보기 어려워진 전종환 기자부터 문지애 아나운서, 김나진 아나운서 등. 다들 지켜줘야만 하는데 말이죠. 물론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이기지 못하고 이기고 있는 중이니 말이죠.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께서 구두로나마 언질을 주셨던 부분은 특정 회사에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참 쉬운 말로 그냥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문화방송에서는 참 신기한 일들이 생겨납니다. 방송해야하는 이들이 사라졌습니다.
문화방송은 그 어떤 방송국들보다도 아나운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방송국이었고 아나운서들의 재능도 뛰어난 곳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나운서로의 품위를 지킬 줄 아는 곳이었죠. 한국방송과 서울방송의 중간 쯤에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나운서들의 재능도 꽤나 좋았습니다. ‘오상진’ 아나운서 뿐만 아니라 ‘김완태’ 아나운서의 입심도 참 좋았고요.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또 예능을 진행을 하면서도 모두 매력을 발휘할 줄 아는 이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이토록 매력을 살릴 줄 아는 전문직들이 또 있었을까요? 그런데 다 옛날 일이 되었네요.
오상진을 지키지 못한 우리들. 그런데 오상진과 최일구가 나가게 된 문화방송 정말 잘 되기만 한 건가요? 물론 지금은 마음이 편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엣가시 같던 이들이 하나둘 나가기 시작을 한 거니까요. 그리고 이들이 나가면서 남아있는 이들 역시 조금은 편하게 다루게 될 것입니다. 그것 봐라. 너희들도 결국 이렇게 지고 나가는 것 아니니?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되면 정말 문화방송 앞으로 살아날 수가 있는 건가요? 예능도 무한도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무너지고 있고. 드라마 역시 다 무너져 버렸고 말이죠. 심지어 라디오도 밀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할 건가요?
[놀러와]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오상진’이 다시 라디오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일구’가 다시 뉴스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눈에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문화방송하면 떠오르던 이들이 다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레이스 최. 최현정 아나운서가 다시 보고 싶습니다. 수줍게 웃으면서도 똑부러지던 문지애 아나운서가 그립습니다. 순진한 듯 하면서도 전문적인 시각을 가진 전종환 기자가 그립습니다. 선배 아나운서들과 알콩달콩 귀엽던 김나진 아나운서가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문화방송을 볼 때 더 이상 마음이 불편하고 싶습니다. 다른 이들이 눈에 밟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이 단지 제 바람일 뿐이겠죠? 이제는 이루기 어려워진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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