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천유로 세대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한국을 휩쓸었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꿈을 꾸고, 자유롭고, 낭만적이라고 생각을 했던 이탈리아의 청년들도 아프다면 말이죠. [천유로 세대]는 지치고 또 아픈 청춘에 대한 조금은 유쾌한 느낌의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나름 회사라는 울타리에 다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를 지켜줄 수 있는 그러한 든든한 울타리라기 보다는 그저 잠시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자신의 일에 대해서 긍지를 가지고 기대를 하려는 주인공의 꿈을 부수려고만 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회사들과도 크게 다른 느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인턴을 한다고 하면 대다수가 그냥 복사나 하는 일자리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물론 한국의 88만원 세대하고는 조금 다른 것이 캥거루들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그래도 무언가라도 해보려고 더더욱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유로 세대
- 저자
- 안토니오 인코르바이아 지음
- 출판사
- 예담 | 2006-09-2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비정규 인생들이 펼치는 유쾌한 리얼드라마 2000년대를 사는 ...
[천유로 세대]를 읽으면서 막막한 이유는 그저 노는 청춘이 아니라 최선을 다 하며 일하는 청춘인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일을 더 세련되게 한다거나 조금 더 원활하고 진행을 하는 것 등은 아무래도 기성 세대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우리들처럼 아무 것도 하지 못하던 시기를 지나서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쌓게 되어서 그렇게 된 거잖아요? 그런데 마치 자신들은 처음부터 뭐든 다 잘 했던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의 청춘들을 구박만 하는 이들을 보면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청춘들을 눌러서 자신들이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아주 약간의 자만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의 상황도 그렇습니다. 조금은 주인공을 배려를 해주면 좋을 것 같은 회사 동료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만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걸 겁니다.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일들을 담고 있어서 더욱 재밌고 공감이 갑니다. 진짜 우리네 이야기랑 닮았거든요. 하우스 쉐어링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성과의 데이트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그나마 데이트를 하기는 하지만 뭐든 다 잘 해주고 싶은 심리와는 다르게 조금은 아쉬운 곳에서 나름 분위기를 내는 것 정도로 떼우는 것이 전부이고 말이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이루면서 살 수 있을까? 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걸까? 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것이 소설에 있는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먹는 것도 그리 편하기만 하지 않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마냥 짠하고 또 그들을 위로하면서 또 다른 날이 있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청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세상은 청춘이 쉽게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는 토양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청춘들은 포기를 하기 보다는 그래도 또 다른 내일을 위해서 살아가고자 노력을 합니다. 또한 무조건 우울한 삶을 살아가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청춘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누리고 싶은 것을 자신들이 가진 것 안에서 해결을 하면서 누리려고 하죠. 우리가 흔히 보는 뉴욕 배경의 트렌디 드라마는 아니지만, 한국의 재벌 2세나 3세 본부장이 나오는 드라마 속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인 이상 박수를 치고 싶고 그 마음에 동감을 하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현실을 어둡고 지루하게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유머까지 곁들여놓으니 더 매력적인 느낌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노숙자 아주머니의 말이 내게 자신감을 주었고, 이렇게 빚을 진 채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난 그녀에게 다시 10유로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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