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내일은 멀리 갈 거야
‘이즈미’는 참 외로운 여자입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확신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들과 잡니다. 누군가와의 스킨십만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설명을 하게 되는 것. 너무나도 쓸쓸한 모습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다 느끼고 있는 공통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잖아요. 늘 타인이 있기에 우리에 대해서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우리 스스로는 뭐 하나 제대로 증명도 하지 못한 채 다른 이가 없다면. 다른 이들이 봐주는 눈이 없다면 내가 정말로 제대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전전긍긍 불안해하는 것이 전부이니 말입니다. 그것이 조금은 한심해 보이더라도 어쩔 수 없어요. 그것이 우리인 걸요. ‘이즈미’는 그런 자신을 관계를 맺는 것으로 모두 해결을 하려는 여인입니다. 그러면서도 뭐 하나 충족하지 못하죠.
내일은 멀리 갈거야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몸을 섞더라도 타인이기 때문이죠.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이해를 해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내가 생각을 한 것 이상으로 이해를 해주지 못하게 될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더 큰 실망감을 느끼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친밀감을 느끼는 사이일수록, 그리고 그 친밀감의 크기가 커다랗게 느껴질수록 더더욱 실망감이 클 테죠. 그리고 지금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애쓰게 될 겁니다. 그것만이 나를 온전히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될 테니까요. ‘이즈미’에게도 모든 존재가 바로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누군가에게 의지를 할수록, 거꾸로 그녀는 혼자가 되어가고 더더욱 누군가에게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갑니다. 그녀는 점점 더 자신 혼자서 일어날 수 없는 그러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는 거죠. ‘이즈미’는 점점 더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만 갑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만 하는 ‘이즈미’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허나 그녀가 행하는 모습은 스스로 일어나기 보다는 더더욱 누군가에게 기대는 모습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찾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의지를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나는 모든 남자가 그녀에게 충분히 의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갑니다. 자신이 오롯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누군가와 노력을 하면서 그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쉽게 몸을 주고. 그렇게 사랑을 기대하다가 다시 떠나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일어나기를 바라니 그녀의 이런 것이 그리 쉬울 리가요. 그녀는 담담한 척 행동을 하지만 그녀는 점점 무너지고 약해져 갑니다.
아무리 다르다고 생각을 하려고 하더라도 우리네 사는 이야기와 너무 비슷해서 더 묵직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혼자서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늘 외로워하고,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더라도 다시 한 번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우리들. ‘이즈미’는 어떤 누군가의 이름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이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사람 속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그 말처럼 우리 모두가 그러니 말이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즈미’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어쨌건 간에 혼자서 해외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마음을 먹기도 하고, 다른 이를 만나기 위해서 선택을 하면서 그녀는 조금 더 성장을 합니다. 아무래도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보니 조금 더 섬세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도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입니다. 한 여자의 조금은 슬픈 연애 이야기. 외로운 그녀의 [내일은 멀리 갈 거야]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창밖에는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지붕들과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는 광고 간판, 여러 가닥의 전선, 그 모두를 덮어씌우듯 페인트칠 해놓은 것 같은 파란 하늘이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아 익숙해진 그 광경에 뚜껑을 덮듯 창을 닫고, 나는 방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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