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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슈어 홀릭

권정선재 2013. 4. 1. 07:00

[행복한 책방] 슈어 홀릭

 

신발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여자 이야기는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던 [쇼퍼홀릭]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슈어 홀릭]은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입니다. 신발이 더 이상 신발로만 남지 않게 되는 이야기거든요. 게다가 한국적 칙릿 소설이라서 더 매력적입니다. 늘 구멍 나는 통장, 하지만 지름신 강림을 막을 수 없는 여주인공 이야기 그리 낯설지 않죠? 칙릿 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실제 이야기와도 너무 닮아있어서 그런 것만 같아요. 저만 하더라도 백팩이라거나 피규어 같은 것 사는데 돈을 정말 엄청나게 썼거든요. 물론 요즘에는 절제하는 삶?을 이루고 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는 그 슬픔. 지름신 제대로 강림을 해보섰던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을 하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슈어홀릭

저자
신명화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9-10-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슈어홀릭 효주의 신랑감 구인 작전!못 말리는 슈어홀릭의 좌충우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실 직장인이라면 모두들 같은 고민을 또 하게 되는 것이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올 때도 있어서일 겁니다. 주인공 역시 그렇습니다. 분명히 그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아닌 데도 회사에서는 누군가를 재물로 바쳐야 하기에 책임을 지게 되죠.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하지만 회사 생리에서는 그게 당연한 것이기에 그다지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나오게 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주인공 역시 그런 상황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진짜로 무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아니, 이미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그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게 되는 나이가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성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또 다른 실패를 의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 말이죠. 주인공의 망설임은 당연한 거겠죠.

 

그런데 더더욱 억울한 것은 일이 안 풀리면 사랑이건 우정이건 그 외의 것들까지 다 꼬이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하나라도 일이 잘 풀린다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텐데 말이죠. 그렇지만 아무리 모든 것이 다 막막하더라도 결국에는 누군가 멋진 왕자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거 다들 알고 게시죠? 조금은 무뚝뚝하기만 하지만 매사에 든든하게 챙겨주는 멋진 한의사가 있다면? 그보다 더 낭만적인 일이 또 있을까요? 매일 왜 이렇게 높은 구두를 신는 거냐고 틱틱 대면서도 은근히 챙겨주고,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저라도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보면서 내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에 이야기를 읽어나가는데 그다지 부담감이 없는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보기만 하면 되거든요. 게다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속이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니 속 시원합니다.

 

마지막까지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뭔가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순간에 읽기에 딱 좋은 느낌입니다. 확실히 휴식을 위한 책이거든요. 게다가 엉뚱하게 로맨스를 꼬아놓는 느낌도 아니고 조금 더 달달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서 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서 더 만족스럽습니다. 확실히 요즘 칙릿 소설은 그저 사치만 부리면서 남자에게 빠지는 여자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 안에서도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대해서 시작을 하니 말이죠. 물론 이 소설 역시 약간의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가족의 단단함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니 말이죠. 읽고 나서 머리가 아프지 않은 달달하고 매력적인 소설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슈어 홀릭] 어떠신가요?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그의 가시 돋힌 말과 엉뚱한 행동 안에서 난 진심을 캐치해 낼 수 있었다. 그에게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난 어느새 그와 만날 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