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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백만분의 일의 연인

권정선재 2013. 8. 5. 07:00

[행복한 책방] 백만분의 일의 연인

 

사랑하는 사람이 불치병에 걸렸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러브스토리와 불치병이라는 소재는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붙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극성이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거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야만 한다는 것. 그것은 비단 떠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떠나게 되는 사람 역시 불안한 느낌일 겁니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기에 무섭겠죠. 사랑한 만큼, 더 많은 것을 놓아야 하는 거겠죠. 이 소설은 불치병에 걸리고 난 이후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은 아닙니다. 다만 유전병으로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거죠. 불치병에 걸릴 수도 있고 걸리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 하지만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면 계속 그녀 곁에 있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저는 그 사람 곁에서 떠날 준비를 할 것만 같습니다.

 


백만분의 일의 연인

저자
사카키 구니히코 지음
출판사
멜론 | 2008-01-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2회 신쵸 엔터테인먼트 신인상 수상작 뇌의 신경세포가 퇴화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떠난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닐 겁니다. 너무 사랑하기에 떠나는 거죠. 사랑한 만큼 상실감이 클 테니까요. 그냥 이별을 할 적에도 우리는 늘 그 사람에게 우리가 못해준 것부터 생각을 하지 않나요? 서로 좋았던 시간들도 분명히 있으면서 우리는 늘 우리 사이가 가장 안 좋았을 때. 그리고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다 못해주었을 때. 그러한 순간들을 떠올리죠. 그리고 너무나도 큰 죄책감을 가집니다. 그 사람을 지키지 못한 거니까. 누군가 아플 가능성이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그 사람이 혹시라도 내 곁을 떠나게 되면 그 사람이 하고 싶다고 한 것 중에서 못한 것들이 늘 먼저 생각이 나겠죠.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면 내가 조금 더 희생을 할 걸. 이러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 거고 말이에요.

 

아무래도 남자의 눈으로 그려진 소설이니 만큼 조금 더 투박하면서도 순애보적인 느낌입니다. 보통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들이 조금 더 우직하지 않나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도 되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실적으로 고민을 해서 더 매력적입니다. 지금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서 그냥 머물러야 하는 걸까? 아니면 떠나야 하는 걸까? 이 모든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거든요. 그리고 떠나는 것도 단순히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사랑하고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해서 그러는 거겠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그 괴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그럴 바에야 그녀와 사랑한 지금 끝을 내는 일이 옳을 테니까. 그녀 역시도 비슷한 마음으로 그에게 고백을 한 것이고요. 더 이상 무언가가 망가지지 않기를 바람으로 이별을 고하는 것. 슬프지 않나요?

 

그다지 밝은 느낌도 그렇다고 우울한 느낌도 아니고 그냥 천천히 일상을 들여다 보는 느낌의 소설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라서 좋아요. 여주인공이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아보지 않으려는 그 마음도 너무나도 공감이 되고 말이죠.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무시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 해야만 하는 고민을 밀어두기만 하는 느낌인데 이 마음이 너무나도 공감이 됩니다. 굳이 지금 확인을 할 필요가 없는 거라면 지금 확인을 하지 않으면 되는 거죠. 아플 거라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나를 다치게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서로가 있으면 뭐든 다 해결이 될 거야. 라고 말을 하는 그런 순수한 커플은 더 이상 없을 거예요. 하지만 서로가 있기에 이 아픔을 같이 견뎌낼 거야.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커플은 있지 않을까요? 불치병.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 어떠신가요?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그래도 나와 미사키를 덮고 있는 불안과 곤란은, 끝없이 어둡고 무거운 것이다. 몇 천 개의 말로 자아낸다 하더라도, 도저히 말로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거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말과 사랑이 서로 맞설 수 없는 불안과 곤란도, 또한 존재하지 않질 않는가...... 나는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