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해바라기
어쩌면 이렇게 느린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느린 영화인 [해바라기]는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사실 별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 방문한 감독은 우연히 그 마을에서 자기 영화와 딱 어울리는 노인을 발견을 합니다. 하지만 그 노인은 그다지 영화에는 관심이 없죠. 게다가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 역시 그 노인과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한 나라 안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 우리의 기준으로는 너무나도 낯선 것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나라는 아무리 사투리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가만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니 말이죠. 아무튼 [해바라기]는 그런 이질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조금 잔잔하고 느린 이 이야기는 오히려 그래서 더 순수하게 다가갈 수 있는 느낌입니다. 언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말이 술술 통하는 상대보다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어떤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헤프닝 같기도 한 [해바라기]는 그 순수함이 더 매력적입니다.
시골 마을에 낯선 이방인들이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 같은 마을에 변화? 같은 것이 생겨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매혹적인 여자를 쫓아다니는 소년들의 행동이 짓궂기는 하지만 그래도 밉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게 순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것은 죄가 되지만 말이죠. 최대한 상냥하게 배려를 하려고 하는 모습 역시 매력적이고 말이죠. 낯선 이방인들에게까지 마음을 열어주려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커다란 해바라기밭 역시 이 영화를 설명하는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도시에서는 해바라기가 그냥 멀뚱히 큰 꽃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드넓게 펼쳐진 공간이라는 사실이 마치 환상과도 같은 공간으로 그려지는 것 같아요. 자연 속에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어떤 장소를 의미를 하는 것 같아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있는 그 시간은 또 다른 시간의 흐름과도 같아 보이는 거죠, 도시 사람들을 유혹하는 어떤 느낌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실제로 해바라기가 지게 되면 이야기는 또 다른 흐름으로 변하고요. 낯선 공간 안에 누군가가 섞여 들어갈 때 그들의 눈으로 보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시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잔잔한 영화이니 만큼 졸린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딱히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영화는 계속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거든요. 물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무조건 강하게만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편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 더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화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노인의 이야기라거나 그것을 번역해주는 소년의 모습이 아름답고 그곳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저 그곳에 있었을 뿐이라는 느낌이랄까요?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 드넓던 해바라기가 모두 사라지고 그저 농민들을 위한 생계수단에 불과하며 목이 잘리고 씨가 발리는 모습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러한 것은 없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냥 끝이 나버리는 것 같거든요. 다만 잔잔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보고 나면 아. 라는 느낌이 들지 않나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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