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어떤 시선, 인권 삼합
[어떤 시선]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글입니다.
Good – 인권 영화에 관심이 많은 분
Bad – 딱 끊어지는 결말을 찾는 사람
평점 - ★★★★
우선 [어떤 시선]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어떤 시선]이라는 영화가 그 어떤 누구도 아닌 바로 국가 인권 위원회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라 그런데요. 그 누구보다도 인권을 가장 우선으로 지켜야 할 국가 인권 위원회. 그런데 최근 들어서 국가 인권 위원회의 인권을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가 인권 위원회의 소극적인 행보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정말 그들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침묵하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않는 것이죠. 정말로 사람들의 시선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발 이 영화처럼 우리의 인권이 꼭 필요한 곳에 힘을 써주세요.
[어떤 시선]은 국가 인권 위원회가 만든 영화이니 만큼 작은 곳을 향해 바라보는 눈을 지니고 있는데 ‘장애 청소년’에 대한 문제 ‘노인 일자리’에 대한 문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세 가지 문제는 꽤나 매력적인 단편들로 어울립니다. 세 편의 영화가 모두 결이 다르다는 것은 다소 낯선 느낌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영화를 마지막까지 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마지막 영화의 경우에는 아, 꼭 이런 것을 다루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조금 더 무거운 영화라서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말이죠.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생각보다 괜찮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아서 더 좋더라고요. 사실 작은 영화나 단편 영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조금 부족한 배우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인데 [어떤 시선]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점. 그리고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한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강점일 겁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하니까요. 우리가 그저 사소하게 넘어가던 것들. 그리고 우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 것. 그리고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을 했던 것들. 그것들을 우리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을 할 것들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통의 문제인 거죠.
첫 번째 이야기인 [두한에게] 같은 경우는 신체 부자유 청소년과 가난한 청소년의 우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아이는 모두 자유롭지가 못한 상황이죠. 한쪽은 신체에 갇혀 있고, 한쪽은 환경에 갇혀 있습니다. 영화를 볼 적에는 아무래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운 ‘두한’의 경우가 조금 더 불편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철웅’ 역시 그다지 편안한 상황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 아이가 바라는 그 무엇도 제대로 이루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죠. 서로 너무나도 다른 두 아이는 이렇게 친구가 됩니다.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은 사실 그다지 평범한 친구가 아닙니다. 그러다가 ‘철웅’이 결국 ‘두한’의 형의 아이패드를 훔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꽤나 큰 문제가 생기게 되죠. 두 아이는 그저 평범한 우정을 이야기를 하기에는 ‘두한’의 쪽이 너무나도 약하고 부족한 것이 많은 쪽이었는데 이내 그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가 결핍이 가득한 상태에서 서로를 간절히 바라는 사이가 되는 거죠. ‘두한’과 ‘철웅’ 모두 친구라는 존재로 이름으로 상대를 갈구하게 됩니다. 그저 필요에 의해서 서로를 찾던 두 아이가 진짜 친구가 되어서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는 이야기는 꽤나 뭉클합니다.
노인 일자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두 번째 [봉구는 배달중] 같은 경우 세 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유쾌한 시선으로 다가갑니다. 실버 배달을 하고 있는 ‘봉구’ 사실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대두가 된 부분이죠.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일당을 지급하지 않고 알바로 활용한다는 것이 말이죠. 아무튼 이런 일을 하는 ‘봉구’는 우연히 유치원 버스에 타지 않은 꼬마 하나를 발견합니다. 미국으로 이민 간 딸과는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는 까닭에 그 어린 아이를 마치 자신의 손주처럼 생각을 하고 ‘봉구’는 유치원에 데려다주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다지 순조롭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꼬마는 ‘봉구’에게 제대로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유치원 선생님과 아이 엄마에 의해서 ‘봉구’는 이제 유아 납치범이 되어버리고 말거든요. 그러거나 말거나 ‘봉구’는 그 사실도 제대로 모른 채로 아이를 제대로 데려다주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움직입니다. 이 과정이 꽤나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게다가 완전 예쁘게 생긴 꼬맹이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 노인과 꼬마가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는 그다지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외로운 노인이 나온다는 점에서 우리와 절실한 소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인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존재이니 말이죠.
마지막 [얼음 강] 같은 경우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뿐더러 다소 묵직합니다. 다른 두 편의 영화보다 압도적으로 무겁거든요. 배우들의 연기가 꽤나 괜찮은 편이기에 그다지 크게 불편하게 볼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다지 관대하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기에 불편했습니다. 차라리 종교적 병역거부라는 단어를 사용을 한다면 조금 더 맞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을 반대로 잘못 적용하면 다른 성인 남성들이 모두 비양심적이라는 것이 되어버리니 말이죠. 아무튼 이 영화는 여호와의 증인인 남편과 아이들을 둔 엄마와 막내 아들 사이에 갈등입니다. 적어도 막내 아들만은 감옥이 아닌 군대에 보내고 싶은 그녀의 마음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합니다. 아이가 바라는 것은 그대로 들어주고 싶기는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상실감을 견딜 힘 같은 것이 남아있지 않은 거죠. 이대로 갔다가는 그냥 무너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끼는 인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두 배우의 연기가 꽤나 괜찮은 편이고 두 배우의 합이 괜찮은 편이라서 더 푹 이야기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것을 꼭 이런 식으로 풀어내야만 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명확히 답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식의 결말은 불편했거든요.
신체가 부자유한 소년은 정신이 부자유한 청년이 되고 마음이 부자유한 노년이 됩니다. 마치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세 사람은 모두 결핍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꽤나 안쓰러운 존재이기도 하고 꽤나 가련한 존재들이기도 한 거죠. 이 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은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이 순간을 같이 견뎌낼 사람. 그리고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확신과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겠죠.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느낌입니다. [두한에게] 같은 경우는 단순히 장애 아동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폭력 같은 문제도 같이 어울려 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나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어떤 시선]을 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아닐 것 같은, 그러나 결국 우리와 닮은 이들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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