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원더풀 초밥

권정선재 2013. 11. 5. 18:49

[신나는 공연] 원더풀 초밥

 

[원더풀 초밥]에 초대를 받아 다녀오고 쓰는 리뷰입니다.

 

서초역에 있는 독특한 공간 씨어터 송에서 지난 번에 [듀스]라는 연극에 초대를 받고 다녀와서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원더풀 초밥]이라는 공연에 초대를 받고 다녀왔습니다. [원더풀 초밥]은 좁은 무대 공간을 오히려 더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내며 하룻밤의 여러 이야기들을 환상적으로 모아놓은 맛있는 연극입니다. 사실 [듀스] 같은 경우 매우 좋기는 했지만 다소 심오한 느낌이어서 아 조금 어렵다. 아무래도 이러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인물들을 가지고 보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요. 아무래도 씨어터 송은 굉장히 좁은 공간인데 그러다 보니 무대에 있어서 다소 흥미로운 구성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원더풀 초밥] 역시 그렇습니다. 네모난 공간 중 절반을 무대로 활용하고 나머지 절반이 관객석인데 오히려 그러다 보니 좁은 무대가 더 넓게 그리고 더 다채로운 공간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무대와 관객석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 이 연극의 포인트입니다.

 

다섯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는 만큼 지루하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없이 그냥 푹 빠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 당신이 잠든 사이]가 떠올랐어요. 여러 이야기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다는 점이 일단 그렇게 느껴졌고 그 이야기들 안에 담긴 감성이 따뜻하기에 다시 또 그런 생각이 들었죠. 요즘 같이 쌀쌀한 날씨에는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힐링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마련이잖아요. 그러한 점에서 [원더풀 초밥]이 가장 완벽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너무나도 다른 여섯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되는 이야기거든요. 장사가 안 되는 초밥집이지만 성실하게 근무하는 주인이라거나 매일 거기에서 밥을 구걸하는 노숙자 할머니, 비즈니스라는 다소 애매한 일을 하면서 꿈을 마음에만 담는 비너스 No. 5, 조신한 척 하면서도 상처가 가득 찬 여인 진순애,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 따라. 이 모두를 한 공간에 몰아넣고 나가지 못하게 하는 한 청년. 이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섯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을 꺼내놓으면서 초밥집 주인과 어울리는 모습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고요. 식당이라는 공간이 우리들과 사실 그다지 멀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공감가고 신기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고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서 보듬는 이야기는 예쁩니다.

 

다섯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을 꺼내는 만큼 극의 분위기는 계속 변하는데 신파에서 뮤지컬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입니다. 아무래도 연극은 아무리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고 하더라도 관객의 입장에서 비슷한 패턴이 반복이 된다면 살짝 지루한 느낌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아무리 배우가 눈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다섯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주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의 분위기가 계속 바뀐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설정이었습니다. 게다가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고 무대 위의 그들과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멋진 것 같아요. 중간중간 무거운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낄낄거리면서 박수를 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 역시 매력적이었고요. 그리고 단순히 그들의 이야기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결국 누군가가 한 번은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결국 누군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의 이야기가 되는 거죠. 우리가 좌절을 느끼고 지금 내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라고 생각을 하는 그러한 지점들을 만지거든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꼬인 것인지. 꼬였다면 어느 지점에서 꼬였는지 괴로워하고 있는 순간에 대한 연극이거든요.

 

대다수의 연극이 연인끼리 보기 좋은 연극이라면 [원더풀 초밥]은 누구랑 보더라도 좋은 연극이었습니다. 특히나 어머니랑 같이 오면 더 좋은 연극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공연을 보러 간 날 모든 사람들이 공연을 즐겁게 보기는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공연을 흥겹게 즐기면서 박수를 친 사람들은 바로 중년의 여성 분들이셨거든요. 아무래도 박수를 치면서 깔깔거릴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눈시울을 붉힐 수 있는 이야기 역시 덧붙어져 있고요. 그러면서도 다시 내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엄마랑 같이 손잡고 가서 보기에 딱 좋은 공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연인이 보기에도 충분히 좋은 공연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여섯 명의 배우라는 그리 적은 배우가 등장하는 공연이 아니기에 더욱 풍성하고 알차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쌀쌀한 가을에 깔깔대며 보기 딱 좋은 [원더풀 초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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