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변호인, 안녕들 하십니까?
Good – 세상에 분노하고 싶은 당신
Bad – 정말 데모가 할 일 없는 이들의 행위라 믿는 이들
평점 - ★★★★★
[변호인]은 올 겨울 가장 이슈인 영화와 동시에 반드시 봐야 할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단순히 이 영화의 모델이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라서가 아닙니다. 단순히 특정한 누군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져야 하는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이 나라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모두 국민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그 누구도 국민에게 그 주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픈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것이 단순히 한 시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서도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것 역시 불편한 진실입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이 정말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고 단순히 자신들을 위한 사건으로 그것을 이용한다는 것이 진실이니 말이죠. 분노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좌와 우를 딱히 가리는 영화가 절대로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적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 가장 당연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은 딱 하나입니다. 이 영화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국가는 곧 국민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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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국가에 의한 개인의 압박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주먹을 쥐게 만듭니다. [부러진 화살]을 보고 분노했듯, [남영동 1985]를 보고 같이 괴로워했듯 [변호인]은 우리가 같이 아파하고 그 사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기 바랍니다. 우리들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다 끝이 났다고 생각을 하고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진실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고,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미 다 흘러버린 역사라고 해서 없었던 것처럼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역사. 그리고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야 하는 역사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가장 강하게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것 자체가 너무나도 무서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대체 왜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모티브로 삼은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침묵을 하고 그것이 그 사건이라고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일까요? 특정인에 대한 비방이 아닌 국가 자체에 대한 잘못을 이야기를 하는 영화. 온 국민이 같이 보고 분노해야만 하는 영화 [변호인]입니다.
‘송우석’ 변호사를 맡은 ‘송강호’는 올 한 해 그가 맡았던 두 편의 영화와 다르면서 또 같은 역할을 맡은 인물입니다. 권력을 바꿀 힘이 있지만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바꾸기 보다는 누군가를 기다렸던 [설국열차]안의 ‘남궁민수’부터 권력에 의해서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침묵을 해야만 했던 [관상]까지. 그가 맡은 역할은 결국 시대의 흐름과 관련이 있는,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그런 개인에 불과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역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속물 변호사로 돈만 벌면서 살고 싶었던 그는 애초에 사회 문제에 대해서 전혀 상관이 없던 인물입니다. 개인용 조그마한 경주 요트로 운동을 하는 것이 전부이고, 서울대까지 가서 데모나 하는 학생들은 그저 공부가 하기 싫어서 그런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인물이니까요. 하지만 이 인물은 결국 변화하게 됩니다. 법으로, 논리로, 모든 것을 이야기를 하면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세상이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아무리 억울하다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는 세상을 향해서 직접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방법이 너무나도 무식하고, 그 누구도 듣지 못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해서 전혀 물러나지 않고 올곧게 이야기를 하는 거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인물이 멋진 이유는 그가 믿는 진실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사람을 가엽게 여겨서 일겁니다. 속물 변호사에서부터 인권 변호사까지의 다양한 얼굴을 ‘송강호’는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표현해냅니다.
‘김영애’는 부림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역을 맡았는데 그녀의 연기 자체가 서글펐습니다. 정말로 ‘임시완’의 어머니의 모습처럼 행동하는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관객들이 영화에서 몇 번 눈물을 짓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모든 장면이 ‘김영애’라는 사람과 관련이 되어 있기에 더더욱 절절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그 누구보다도 강인한 여인의 모습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까지. 아이고 변호사님아. 이렇게 송강호를 부르는 순간 무언가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죄 하나 짓지 않은 채로 공부 잘 하는 아들만 보고 자란 그녀는 아들이 세상의 전부이고 자신의 모든 것인데 그 아들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미친 사람처럼 이리저리 쏘다니면서 모두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 슬픈 모정. 그리고 ‘임시완’을 보고 나서 그가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에 까무러지기까지 하는 그 모든 과정은 ‘김영애’이기에 더욱 완벽해보입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해서 더 절절하게 만들기에 영화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집니다.
‘임시완’은 아무래도 아이돌 출신에 너무 잘생겨서 미스가 아닐까 싶었는데 완벽하게 표현을 하더군요. 생각 그 이상으로 괜찮은 연기를 선보여서 놀랐습니다. [해를 품은 달]에서의 모습과 [스텐바이]에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라는 이미지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이 더 강한데 그 모든 것을 잊게 만들더라고요. 고문을 당하며 삼각 팬티 하나만 입은 채로 통닭구이 등을 당하는 모습은 정말 아이돌 출신이 아닌 배우라는 이름으로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연기하더라고요.
‘조민기’는 공안 검사 역을 맡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악랄할 수 있는지 화가 다 났습니다. 특히나 이 역할이 더 회가 나는 이유는 정말로 지적인 인물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위험한 순간이 오더라도 그는 그 순간을 벗어날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이 오는 순간 다시 그것을 공격 포인트로 삼아서 누군가를 공격할 수도 있는 인물이죠. 차가운 뱀과 같은 인물인데 그는 모든 것을 다 주도하면서도 정작 그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도 않는 존재입니다. 명석한 두뇌와 야심이 합쳐진 잔혹한 인물입니다.
‘곽도원’은 공안 경찰 역을 맡았는데 그릇된 국가관을 지닌 채로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며 자신이 영웅이라 믿는 자입니다. 국가는 절대로 국민 위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가 믿는 국가는 국민보다 위에 있는 국가이며 뭐든 다 할 수 있는 그러한 것입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불법을 다 저지르고도 그에 대해서 죄책감 하나 없고 자신의 행동을 무조건 옳다고 믿는 그런 역겨운 인물입니다. 끝까지 몰아가더라도 절대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면서 자신에게 온갖 변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죠.
‘오달수’는 사무장인데 정의롭다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가장 옳은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의를 보면 그에 대해서 분노하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 덤터기가 우리에게 올까 쉬이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는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그리고 그것을 그저 묵과하고자 하는 평범한 시민의 역을 맡았습니다, 그런 그가 특별히 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픈 역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침묵하는 이도 결국 같은 건데 말이죠.
‘이성민’은 마음만 뜨거운 기자 역을 맡았는데 그 비겁함에 다시 한 번 아파옵니다. 그도 그 스스로 이야기를 할 정도로 자신이 비겁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이 이미 삐뚤어진 상황인데 그에 대해서 잘못 이야기를 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까봐 그저 신문사의 어용 기자로만 남은 그는 과거 그가 돈만 좇는다고 뭐라 하였던 ‘송우석’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로 탈바꿈하면서 자신의 마음도 바꾸게 됩니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오직 정의를 위해서.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변호인]을 보고 감동한 이유는 이 시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 어떤 배우도 허투루 넘길 배우가 없다는 점에도 있었습니다. 악역들도 마찬가지고, 카톨릭으로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군의관 역을 맡은 ‘심희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배우 하나 자신의 역을 쉽게 넘기지 않고 모두가 그 시대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이 영화는 더욱 더 자신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리고 특별히 ‘노무현’이라는 사람 자체를 더 숭고하게 그리지 않기에 더욱 덤덤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국가보다 국민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히 국가보다 국민이 더 큰 존재여야 합니다. 국민이 모여서 결국 국가를 이루는 거니까요. 그 간단한 진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만큼 꽤나 먹먹하고 아리게 다가오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분노하게 되는 영화. 진보건 보수건, 문재인을 지지하건, 박근혜를 지지하건, 안철수를 지지하건 (가나다 순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변호인]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집앞의 송강호를 보고 눈물 짖는 김영애
둘 - 자신을 왜 찾아왔냐 따지는 송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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