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소울 메이트
두 남자의 단어에 대한 시시껄렁한 농담과도 같은 [소울메이트]는 그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 않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읽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이걸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당연히 소설의 형식을 지니고 있지 않으니 소설이라고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산문이라고 이야기를 하기에도 다소 묘한 느낌입니다. 그냥 아저씨들의 수다라고 이야기를 하기에는 꽤나 진지하고 번뜩이는 재치가 묻어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별 것 아닌 이야기다. 라고 생각을 하고 넘기기에는 확실히 별 것 맞는 이야기라서 조금 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인터넷 신문 문학 평론가 ‘이토이 시게사토’가 공동으로 집필한 이 책은 그래서 더 묘한 느낌이 묻어나는 책입니다.
알파벳 순서로 정리가 된 단어들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책은 그냥 별 것 아닌 사담으로 보이지만 그래서 기발합니다. 사실 우리들도 이것저것 정리가 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이렇게 순서에 딱딱 맞게 어떠한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잖아요. 그리고 그 다른 단어들이 모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묘한 느낌입니다. 그에 대한 정리나 단상 같은 것들이 모이는데 이미 그 자체로 일종의 꿈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들하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여져 내려가고 이용이 되는 그들만의 사전을 펼쳐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사실 소설가란 모두 단어를 어떠한 의미로 자신만의 것으로 받아들이곤 하잖아요. 뭐, 이건 비단 소설가들만의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아무튼 자신만의 느낌으로 자신만의 단어를 이야기를 하는 만큼 우리들도 우리만의 방법으로 우리의 단어를 만들게 만드는 느낌도 듭니다.
게다가 단순히 그에 대한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풍자가 가득한 작품들은 이미 하나의 독립된 소설입니다. 그것이 그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도 있고, 독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싶을 정도로 색다른 이야기를 내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각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또 하나의 연결된 세계 안에서 움직입니다. 이야기들이 저마다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떠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모두가 다 다양한 이야기와 기발한 상상으로 모여있는 만큼 그냥 부담없이 편하게 읽기에도 그다지 나쁜 느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간이 남을 때. 그냥 즐기기 위해서 읽기에도 나쁘지 않죠.
워낙 기발한 상상력과 필력을 가지고 있는 ‘하루키’의 이야기인 만큼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하루키’는 주로 장편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만큼 단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에도 딱 좋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전문 소설집이 아닌 만큼 그런 재미를 느끼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더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하기에 평소 ‘하루키’라는 사람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다소 무거움 같은 것을 덜어내기에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하루키’의 소설이 너무 두꺼워서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런 작품을 통해서 먼저 ‘하루키’라는 이름이나 그의 상상력 같은 것이 친근해진다면 조금 더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만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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