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싱글맨
영화를 통해서 먼저 만나본 [싱글맨]은 한 중년의 사내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이야기였던 것과 다르게 소설 [싱글맨]은 그냥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쓸쓸하고 너무나도 외로운 감성을 그리고 있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다지 밝은 느낌을 주지 않는 주인공 ‘조지’의 모습은 정말로 짙은 회색과도 같은 삶입니다. 다른 사람과 그다지 어울리고 싶어하지도 않고 어울릴 필요 같은 것도 느끼지 않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거기에는 그가 사랑하던 이에 대한 부재 같은 것이 함께 묻어나고 있습니다. 정말로 사랑하고 곁에 있기를 바라던 이가 더 이상 곁에 없게 되었을 때. 그 절망감.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 그 느낌은 비단 동성애자 할아버지만의 몫은 아닐 겁니다.
싱글맨
- 저자
-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 출판사
- 그책 | 2009-12-0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2009년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콜린 퍼스) 수상, 영화 [싱...
영화와는 다르게 한 개인의 고독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큼 소설은 조금 더 진지하고 개인적입니다. 단순히 게이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된다면 어느 정도 외롭게 되곤 하잖아요. 이제는 무언가를 즐기거나 하는 것도 이전처럼 그리 쉽게 하기 어렵고요. 나이가 들게 된다면 그에 걸맞은 생활을 하게 되는데 사실 내가 그렇게 나이를 먹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경우들이 생길 겁니다. 아니 저 나이를 먹고도 저런 식으로 행동을 하지 않는단 말이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말이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책임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다는 건데 그 책임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더 무거울 수도 있는 거고요. 특히나 여전히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상대에게 그런 식의 나이 듦에 대한 무게는 꽤나 크게 다가올 겁니다.
과거의 어떠한 시대를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이 소설은 결국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그럴 겁니다.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던 시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세계 경기는 그다지 긍정적이기만 하지는 않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쳐있고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그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약간 섬처럼 혼자 떠다니는 ‘조지’는 오히려 더 외롭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래서 가장 외로운 거죠. 좁은 집 안에서 사랑하던 ‘짐’과 부딪치면서 생활하던 것이 오히려 그리운 그는 너무나도 외로운 생명체이고, 누군가의 온기를 간절히 바라는 존재입니다.
이렇게 외로운 한 사내의 삶에 어떤 청년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감정의 변화 역시 묘하게 다가옵니다. 그냥 단순히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좀 뭐 합니다. 화석처럼 이제 천천히 굳어가던 한 남자의 삶 속으로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게 되는 이야기. 라고 한다면 그나마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더 이상 곁에 누군가가 없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삶에 새로운 무언가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믿는 순간 바로 그러한 것들이 생겨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기도 전에 우선 떠오르는 것은 내 삶이 누군가로 인해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 그런 믿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년 남성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짙은 회색 빛의 소설 [싱글맨]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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