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여섯 번째 가족
반려 동물을 키운 적이 없기에 그들이 얼마나 커다란 위안이 되는 가족인지는 사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온기는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섯 번째 가족]은 형이 죽고 난 이후 뒤늦게 그를 받아들이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사라진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더라도 쉽게 이해가 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믿고 따르던 그런 존재가 사라진다면 그 상실감은 다른 것에 비해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그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화석처럼 단단히 굳어 있을 겁니다. 그 사실 자체를 잊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 자체의 아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3남매로 구성이 된 이 가족은 오랜 시간의 부재 끝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자신들에 대해서 조금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그렇게 밝은 느낌을 주는 가족은 아닙니다. 뭔가 사연을 속에 숨기고 있고 자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죠.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나쁜 느낌의 가족은 아니지만 정작 그 안을 바라본다면 흔히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그런 다정한 가족의 모습은 아니니 말이죠. 그 묘한 느낌의 이질감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계속 독자들에게 달라붙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독자들도 다 알아채고 있는 그 묘한 불쾌함 같은 것을 주인공이 직접 확인을 해주는 순간 더 묘한 느낌이 듭니다. 독자들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부정하고 싶었던 그것이 결국 현실이 되고 그것이 거기에 고스란히 머물게 되니까요.
그다지 밝은 느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족을 구성하고 있고 위로를 받고 있기에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많은 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묶일 수 있다는 걸까요? 뭐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지만 말이죠. 특히나 시간의 흐름을 주인공의 눈으로 바라본 것 역시 이 이야기를 더욱 묘한 느낌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 일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의 일들을 모두 다 알지는 못하는. 그래서 그의 시선으로, 그의 생각으로 가족들을 받아들이고 이 모든 사태에 대해서 제한적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마치 독자들의 상황과 비슷하기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과연 그것이 무슨 일일까? 그리고 어떤 식으로 이것들이 풀리고 해결이 되고 진행이 될까? 하는 그런 궁금증으로 말이죠.
마지막 장까지 강아지 ‘사쿠라’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의 가치가 더욱 큰 소설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 만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잘 짖지도 않는 강아지는 그래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합니다. 늘 곁에서 묵묵히 주인을 위로하고, 그 사람의 곁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비록 그의 언어로는 절대로 이해를 할 수도 없고,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참 이상하게도 마음이 놓이는 거죠. 결국 가족의 곁에는 늘 ‘사쿠라’가 있었고 가족이 끝이 나서 모두 헤어지게 되는 순간에도 가족을 잇기 위해서 노력을 하던 것은 다른 그 어떤 가족 구성원도 아닌 바로 강아지 ‘사쿠라’였습니다. 정작 강아지가 나오는 소설을 원하시던 분이라면 다소 당황하고 아쉽게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정말로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되새기려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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