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살아남는다, 무염식 같아
Good – 감각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지루한 영화 싫은 사람
평점 - ★★★★ (8점)
‘톰 히들스턴’과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살아남는다]는 볼까말까 굉장히 망설였던 영화였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지만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거든요. 솔직히 생각을 해도 이 영화 그리 흥이 나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소 늘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다소 우울하게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지루하고 졸리게 그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잠이 오지 않거든요. 묘하게 관객들을 끝까지 끌고 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단순히 뱀파이어가 등장해서는 아닐 겁니다. 다만 그들의 세상에 대한 실증과도 같은 것이 고스란히 묻어나기에 그런 거겠죠. 실제로 그들은 우리를 단순한 좀비라고 묘사를 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그들과 같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이 세상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다소 묘하게 다가오고 살아가는 것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기에 뭔가 묘하게 동질감도 느껴졌고요. 그 오랜 시간을 살아가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의 쓸쓸함도 어딘가 모르게 묻어납니다. 느린 걸음이기는 하지만 관객과 같이 걸어가면서 들려주는 영화도 흥미롭습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영상과 음악이 매력적으로 들리는 영화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사실 나쁘게 말을 하면 그저 겉멋만 든 영화.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선명하게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그냥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그냥 그런 정도라만 그리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겉멋이 제대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세련되게 묘사했다는 겁니다. 분명히 여자 배우의 가슴이 나오고 남자배우의 중심 부위를 제외한 전라가 나온다면 야하기만 하게 그려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참 아름답고 쓸쓸하게 그려집니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공허하고 서로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거든요. 그리고 그다지 활발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있기에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분명히 우리들처럼 곁에 지내면서 누군가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먼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존재들의 모습은 어딘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그 무엇보다도 훌륭한 것은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감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영상은 후반부에 다소 B급 컬쳐 무비의 느낌까지도 지워내는 느낌입니다.
‘틸다 스윈튼’은 오랜 시간 살아온 지식을 갈망하는 뱀파이어 ‘이브’ 역을 맡았습니다. 참 아름다우면서도 매력적인 존재인 이유는 그녀가 오직 지식을 탐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담’처럼 세상이라는 것이 그다지 아릅답지 않다고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그처럼 그냥 세상에 관심을 딱 끊고 죽고 싶어.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인간들이 남겨놓은 흔적은 아름답지 않니?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단순히 지루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아담’이 단순히 혼자만의 세계에서 갇혀서 죽어가는 것을 막으면서 같이 살아가는 것 역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매력일 겁니다. 다소 느린 말투로 몽환적으로 사는 ‘아담’과 다르게 그녀는 ‘에바’라는 말썽꾸러기 동생도 있고 스승도 모시고 있으니 말이죠. ‘틸다 스윈튼’이 보이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 영화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마치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등장하는 ‘배두나’의 ‘손미’나 [공기인형]속의 ‘배두나’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상에 적당히 관심이 있으면서도 또 적당히 관심이 없는 그런 존재 말이죠.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역할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어디까지나 단순히 부수적인 역할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을 움직이는 것은 그녀입니다.
‘톰 히들스턴’은 세상에 염세적인 ‘아담’ 역을 맡았는데 그 느릿함과 미학에 빠져있는 그의 모습은 사실 귀엽기까지 합니다. 인간도 그처럼 오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 순간을 유지하기를 바라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고 뭘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를 겁니다. 게다가 자신의 천재적인 감각을 따르는 멍청한 족속들까지 있다면 더 귀찮게 느껴지겠죠. ‘톰 히들스턴’이기에 더 완벽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리메이크가 된다면 ‘이브’역은 ‘배두나’나 ‘이나영’ 같은 배우가 맡으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반대로 ‘아담’역은 그 어떤 배우도 쉬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박형식’ 같은 외모에 배우라면 나름 어울릴 것 같기는 하지만 그 깊은 무언가를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함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세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이 음악만을 만들면서 사는 일종의 히키코모리를 그는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죽기 위해서 나무 총알을 만들었으면서도 ‘이브’를 사랑하는 그는 그래서 살아가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그 누구보다도 ‘톰 히들스턴’은 매력적인 뱀파이어로 변신했습니다.
분명히 친절한 영화도 유쾌한 영화도 아니지만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살아남는다]는 관객들을 유혹하는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트와일라잇]처럼 섹시한 뱀파이어가 나오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물론 그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만 말이죠. ‘조니 뎁’이 나왔던 [다크 셰도우]가 어딘지 모르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다소 무겁고 느린 느낌이 가득한 영화거든요. 분명히 아름답고 감각적인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톰 히들스턴’과 ‘틸다 스윈튼’이 가지고 있는 매력도 최대로 살린 느낌입니다.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는 관객들을 유혹하고도 남거든요. 다만 후반으로 넘어가서 ‘에바’가 나오고 나서는 극의 분위기가 다소 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전까지는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그들의 일상이 그녀가 나타나고 나서는 거친 바다의 풍랑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영화의 분위기가 완벽하게 변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분명히 매력적인 무언가를 선보입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기에 이 친절하지 않은 데다가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면서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적인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살아남는다]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나체로 서로를 바라보는 아담과 이브
둘 – RH-O형 아이스바를 즐기는 아담과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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