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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엄마가 끓이는 미역국

권정선재 2014. 2. 6. 19:59

[맛있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엄마가 끓이는 미역국

 

Good 가족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삼성을 감히 욕을 해?

평점 - ★★★★★ (10)

 

[또 하나의 약속]은 우리가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삼성 반도체 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만 단순히 회사와 개인의 대립을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가족이 가장 중요하게 그려지고 있는 느낌의 영화입니다. 사실 삼성 반도체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가 알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사건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죠. 모든 것은 돌아가신 고 황유미양의 아버님이 있기에 가능한 거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을 테니 말이죠. [또 하나의 약속]은 가상의 기업인 진성 기업을 통해서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기업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누구나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난리를 치는 바로 그 회사. 그 회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두 다 잘 된 거라고 칭찬을 하는 그런 회사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리고 그 회사 안에서 그저 소품처럼 사용이 되고 버려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그 거대한 회사에서 사람들이라는 것은 전혀 중요한 것들이 아닙니다. 그 거대한 회사는 오직 회사 자체의 이익만 보이니 말이죠. 더럽고 추악한 기업과 그에 결탁한 국가에 맞서는 평범한 국민의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의 약속 (2014)

Another Family 
9.7
감독
김태윤
출연
박철민, 김규리, 윤유선, 박희정, 유세형
정보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4-02-06
글쓴이 평점  

 

사실 볼까 말까 망설였던 영화였습니다. 잘 알고 보는 동안 마음이 아플 영화였으니까요. 그런데 상영관 문제까지 얽히면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대기업의 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U+ 통신사를 이용하는 LG G2로 기상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LG에서 만든 텔레비전을 보면서 LG에서 만든 올인원 PC로 컴퓨터를 하고 LG에서 만든 냉장고에서 코카콜라에서 나온 생수를 꺼내 마십니다. 그리고 CJ에서 만든 CGV에서 영화를 보고 지금 이 순간은 롯데리아 계열사인 엔제리너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LG 노트북으로 이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비단 저만의 상황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다 대기업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거죠. 우리가 누구나 다 꺠끗하다고 생각을 하는 그 반도체를 통해서 누군가가 다치고 아프다는 것. 그런 것을 다들 잘 모릅니다. 백혈병에 걸리는 수많은 일반인들인 것처럼 누구나 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운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을 하죠.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위험한 사업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업의 그 뒤편. 그리고 그들이 더 나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박철민은 죽은 딸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싸우는 아버지 한상구역을 맡았습니다. 속초 사투리를 쓰는 그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또 가난한 그런 아버지입니다. 그 역시 수많은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딸이 대기업 반도체 업무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일을 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는 뒤늦게 자신의 딸이 백혈병에 걸리고 나서야 그 일이 자신이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의 딸이 일을 하던 직장은 아주 적은 봉급만을 준 채로 끝없는 성과급의 늪 안으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그런 최악의 회사였으니 말이죠. 그 누구도 그의 편을 들지 않습니다. 아내도 그의 편을 들지 않고 그의 아들 역시도 자신의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 정당한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절대로 앞이 보이지 않을 싸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면서도 그는 절대로 포기를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죠. 이미 딸이 죽어버린 그 후, 지쳐버릴 수밖에 없는 그 상황에서도 한상구는 최선을 다 합니다. 자신마저 손을 놓고 털어버리게 되면 그 누구도 진실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리고 단순히 자신의 딸만을 위해서 소송을 이어가지 않습니다. 수많은 자신의 딸과 같은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는 대신 싸우고 앞장 서서 싸웁니다. 자신만의 아픔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아픔이고 자신이 나서면 그들의 아픔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것이죠. 박철민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던 코믹한 연기 그 이상의 진지한 아버지의 모습은 관객들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박희정은 백혈병 피해자 한윤미역을 맡았는데 여배우로 참 힘든 연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백혈병에 걸린 연기를 하면서 머리를 다 밀다니 참 대단하더라고요. 그녀의 모습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아름다웠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는 20대를 보면 그다지 특별한 사람들이 안리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가장 평범하고 가장 아름다운 그런 청춘들일 겁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그냥 회사에서 일을 하고 결국 몸에 병이 걸립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죽어가는 거죠.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냥 평범하게 아파하는 그런 너무나도 여린 모습을 보이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그녀와 싸울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그다지 큰 비중을 가지지는 않지만 그녀의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가 가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윤유선은 엄마이자 아내 역을 맡았는데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딸이 죽은 일에 대해서는 분노를 하지만 남편의 행동에 대해서도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이게 우리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는 대기업과 싸우는 것이 무모한 행위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그네들을 어떻게 이기겠어? 라고 생각을 하면서 지레 포기를 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누군가가 싸우지 않으면 그 문제가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그들의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거죠. 그냥 묵묵히 남편을 지지하는 그녀는 가장 아름답고 딸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그녀는 엄마라서 또 아름답습니다.

    

김민선은 또 하나의 가족을 구성하는 노무사 역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건강한 이미지를 이번 영화에서 고스란히 선보입니다. 과거 광우병 사태에서 조금 지나친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녀의 발언은 그 못지 않은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 만큼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소 암울하고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그런 여린 사람들의 사이에서 그녀는 나름 버팀목의 역할을 해냅니다. 정작 자신도 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고 함께 아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들과 사람을 잇는 역할. 그리고 사람들에게 정의를 알리는 역할입니다. 다소 왈패 같기도 하지만 악의는 없는 건강한 캐릭터입니다.

    

 

 

동생 윤석을 맡은 유세형역시 참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누나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괴롭지만 그것이 단순히 대기업의 잘못이라고만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너무나도 무능해서 누나를 대학도 보내지 못하고 일을 보낸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참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좁은 부분만이 보이고 그 안에서 그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별 것이 없으니 말이죠. 후에 그가 선택하는 것들이 참 화가 나고 욕지거리가 치밀기는 하지만 그 역시도 결국 사랑야 하기에 무조건 욕을 할 수는 없는 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얄미우면서도 또 안쓰럽기만 한 느낌을 잘 표현했습니다.

    

김영재는 진성 기업의 대변인 같은 이를 맡았는데 어쩜 이렇게 악독하고 악랄하고 치사하고 지독할 수가 있는 걸까요? 보면서 그의 역할로 인해서 화가 납니다. [변호인]을 보면서 곽도원에게 화가 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분노입니다. 그는 사실 회사 그 자체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그릇된 마음으로 회사에 대해서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이입니다. 참 한심하고도 멍청한 이입니다. 하지만 그의 세상에서는 이게 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그가 다니는 회사가 옳고 그가 다니는 회사가 오직 정의일 테니 말이죠. 그가 하는 온갖 치사한 짓들은 정말 도대체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만 실제로 그처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것이 잘못이라고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 거죠. 자기도 자식이 있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악랄할까 싶을 정도로 참 얄밉게 연기를 합니다.

  

  

보는 내내 분노하고 보고 나서도 화가 나고 또 화가 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우리는 늘 뉴스에 나오는 것은 진실이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살아가곤 합니다. 극 중 박철민의 대사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하는데요. 뉴스에 나오는 것은 늘 진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이러느냐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에 고스란히 나옵니다. 분명히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등 희귀병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회사는 기밀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도대체 어떠한 약품을 사용을 하는 것인지도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이 망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그 기업을 돌보는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이 우선이 아닌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이 우선인 것처럼 보입니다. 절대로 국가 위에 국민 외에 다른 것들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말이죠. 보면서 계속 분노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생각 이상의 배우들의 열연에 놀라게 됩니다. 일부 사회 고발 영화들의 아쉬운 연기력과 전혀 상관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영화입니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알고 싶어지며 정말로 더 나은 삼성이 또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기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그런 기업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부모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딸

딸의 생일상을 마주하는 부부

 

관련영화 : 또 하나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