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쥘리에트가 웃는다
배달도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산골이나 다름없는 동네에는 백한 살이며 늘 자신이 죽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쥘리에트’가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마을은 젊은 축에 속하는 ‘피에로’가 있어서 그나마 유지가 되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가 마을로 나간다고 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막기 위해서 낯선 곳에서 여자를 데리고 오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노인들이 주축이 되는 즐거운 헤프닝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즐거우면서도 참 묘했습니다. 사실 보통 그 나이의 노인들을 보면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우선이었거든요. 세상 모든 일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는 나이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그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 분들도 그들 나름의 삶이 있고 그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하는 거죠.
겉으로는 툴툴 대는 노인들이기는 하지만 그 뒤에 정이 묻어나는 것도 참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끼리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물론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어야 되는 사이도 있고요. 그런데 소설 속의 인물들은 예의를 지킨다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합니다. 별명을 막 부를뿐더러 서로에게 함부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말에 상처를 입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의 유입이 없이 누군가가 죽어나갈 때마다 이제 몇 사람이 남았다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그곳에서 서로를 걱정하는 나름의 방법이거든요. 겉으로 보기에 더 다정하지 않기에 오히려 그 안에 담긴 정이 더 그립고 아프게만 느껴집니다. 오랜 시간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그들이 늘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아프고 쓸쓸하게. 그리고 쾌활하게 서로를 대하는 거죠.
한 마을이 통째로 사기에 가담하는 이야기인 만큼 유쾌하고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범죄가 연류가 된 것이니 마냥 즐겁게 보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말이죠. 가만히 살펴보면 사실 그 누구도 악의가 없기에 그다지 미워하지 않고 읽어내려가게 됩니다. 결국 그들의 목적은 단순히 자기들만이 편하기 위해서 낯선 곳에서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을 봐주던 ‘피에로’도 사실은 남자고 그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으니 말이죠. 그들은 가장 나이가 많은 ‘쥘리에트’의 집에 컴퓨터까지 설치를 하고 작전을 꾸밉니다. 그들의 그 유쾌하면서도 순박한 행동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요즘 세대들이 아닌 만큼 인터넷이라는 것도 애매하고, 그런 식으로 이성을 만난다는 것도 신기해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면서도 마을을 위해서 ‘피에로’를 위해서 모두 최선을 다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을 하는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쾌활하고 활발한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냥 누워서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짜증을 내는 괴팍한 노인들이 아닌 살아가고 무언가를 위해서 노력을 하는 노인들인 거죠. 초반에는 책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아서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고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게다가 단순히 ‘피에로’를 장가보내기 위한 이야기만이 진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더지’의 아픔이라거나 마을 사람들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들이 모두 얽히기에 결국 우리도 그들의 한 가족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단순히 소설 속의 인물들이 아니라 지금도 ‘폴리주악’에 가면 있을 것 같은 사람들로 말이죠. 유쾌한 소동을 담은 유쾌한 소설 [쥘리에트가 웃는다]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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