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그 남자는 불행하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부터 독자들을 유혹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읽어가면서 푹 빠지게 되는 소설입니다. 아내가 아이가 사라지고 나서야 가족의 필요성을 느끼는 주인공. 조금 답답하기는 하지만 누구나 다 이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는 늘 근처에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를 하지 못합니다. 늘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 혼자가 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에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주인공도 가족이 사라지고 나서 가족이 없는 삶은 최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가족을 자신의 주위에 가지고 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려고 하죠. 그러기 위해서 그가 생각을 하는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이 바로 집입니다. 그는 자신이 제대로 된 집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가족이 해체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거주 공간을 넘어서서 우리의 삶이 이어지는 그런 공감입니다. 집에서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라면 집에 아이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는 것을 알 겁니다. 그것이 얼마나 낡건, 누군가에게 아무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건 그러한 것은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지키는 부모의 마음으로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 즉 가정이 되는 거죠. 집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 사연이 있는 공간입니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면서 노력을 한 사람들에게도 집은 절실한 공간일 것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모든 추억이 다 남겨져 있을 겁니다. 그렇게 소중한 공간인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물들의 수많은 이야기는 꽤나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한 공간이 모두에게 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꽤나 치열한 느낌을 주는 소설은 집을 사고 파는 행위를 일종의 전쟁처럼 느껴지게도 만듭니다. 특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좋은 집을 사려고 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다소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아니 도대체 왜 저렇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모습은 찌질하기만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로 나를 위해서 다른 사람이 힘들거나 불편한 마음을 느끼면 안 되는 것인데 말이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이 무조건 밉게만 보이지 않는 것이 그것이 그릇된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가족을 위해서 그러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혼자 재미있기 위해서, 자기 혼자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가족을 꾸리기 위해서 그러한 행위들을 하는 것이니 말이죠.
다양한 인물들이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네 이야기와도 참 닮아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집이라는 공간은 모두에게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겁니다. 집을 사거나 팔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집을 사기 위해서 들이는 노력이나, 반대로 집을 팔기 위해서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위들은 사실 전쟁이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서로를 속이고 그들을 이겨야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받을 수가 있는 거죠. 그 행위가 매우 유치하고 찌질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말이죠. 다만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모두 벌어지는 만큼 읽어가면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되기에 그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더 매력적으로 읽을 수도 있네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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