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네가 없는 그곳에서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네가 없는 그곳에서]는 빠르게 읽히는 동시에 독자들의 마음으로 들어오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모바일 환경이 발달한 나라인 일본에서는 모바일 소설이라는 것도 꽤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인터넷을 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서 그 모든 것을 다 이루는 그들의 나라에서는 짧은 호흡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그런 소설들이 더 반응이 좋은 거죠. 그리고 빠른 호흡의 작품이니 만큼 요즘 세대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고전적인 그런 느낌의 만남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서로에 대한 마음을 느끼는.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독자에게도 연애를 하는 것처럼 행복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남자의 입장에서 쓰인 로맨스 소설이라는 것 역시 매력적입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적힌 것이 조금 더 말랑말랑하고 읽어내려가기 쉽다면, 아무래도 남성의 입장에서 적힌 것은 조금 더 묵직하고 가슴을 훅 치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네가 없는 그곳에서] 역시 로맨스와 멜로 사이의 경계에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멜로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서정 소설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질 정도로 그런 류의 소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김하인’ 작가의 [국화꽃 향기]라거나 ‘곽재용’ 감독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같은 작품이 종종 보였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죠? 오랜만에 만나는 그런 가슴 먹먹한 멜로의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이기에 더 묘하게 다가오면서 소설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주유소에서 만난 여자를 문득 좋아하게 된 주인공은 그녀를 향한 마음을 하나하나 키워가고 그녀 역시 그의 마음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뇌에 종양이 있는 상태로 수술을 앞두고 있죠. 사실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 동안 우리나라에서 지겹도록 반복이 된 그런 불치병 로맨스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촌스럽다거나 유치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담겨 있는 그들의 진심 같은 것이 묻어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꽤나 캐쥬얼하고 건전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그 마음도 에쁘게 그려지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서로의 육체만을 탐닉하는 그런 관계가 아닌 먼저 서로의 마음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런 존재들의 사랑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두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인물들 역시 자신들의 마음에 솔직합니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괴롭히지 않죠.
이토록 건전한 로맨스를 읽다 보니 마치 청춘 소설의 한 장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밝은 에너지의 뒤에서 은근히 풍기는 아픔에 조금 시리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사라으이 모습으로부터 그 사람이 아픈 것을 가만히 봐야만 하는 것은 사실 그 동안 일본 소설에서 흔히 봐오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소설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소설의 호흡이 그리 길지 않고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마음에 대해서 공감할 수도 있고요. 도대체 얘가 왜 이러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짜증이 나지 않는 것도 참 묘한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한 번에 읽어가고 싶은 [네가 없는 그곳에서]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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