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십 브레이커
배를 해체하는 곳에서 자라나는 소년의 이야기는 암울하고 또 슬프게 느껴집니다. [십 브레이커]는 단순히 청소년 소설 같기도 하고 SF 소설 같기도 하고 묘한 느낌입니다. [십 브레이커] 안의 세계에서는 배를 해체하고 그 안에서 쓸모가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위해서 아동 학대와도 같은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사실 그 누구도 크게 문제를 삼지 않고 있죠. 그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연속이었고 그 안에서 그것이 문제라고 인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으니 말이죠. 그저 가상에만 머물기를 바라는 이 이야기는 사실 우리와도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입는 의류는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니 말이죠.
‘파올로 바치 갈루피’가 창조한 [십 브레이커] 속의 세상은 우리와 닮아있으면서도 또 다르기도 합니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애초에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도 안 하니 말이죠.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소년들의 아픔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호화 유람선을 작업하기 위해서 들어가다가 우연히 소녀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단순히 돈이 많은 아이라고만 생각을 했던 소년은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그 소녀에 뭔가 묘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모두 잘못된 것이고 자신이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정말 별 것 아닌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이 소설은 대단합니다. 사실 우리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는 일을 너무나도 어렵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잘못하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말이죠.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부조리를 보더라도 그에 대해서 쉽게 변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대로가 가장 편하고, 이게 가장 익숙하다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소녀를 만나고도 여전히 묘한 느낌이 들게 되지만 이내 소녀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직접 움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여태 자신이 살아왔던 그 모든 삶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삶을 만들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냅니다. 그리고 세상과 부딪치고 결국 자신의 아버지와도 부딪치게 되는 거죠. 단순히 한 소년의 모험이 아니라 갇힌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 인간의 몸부림은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커다란 울림과도 같은 것을 선사합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만 하던 소년이 이제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이어나가게 되는 거죠.
분명히 암울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다지 암울하게만 느껴지지도 않고 꽤나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게 끝이야? 라는 생각을 준다는 겁니다. 아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거든요. 사실 어쩌면 이것이 더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소년은 이제 막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소녀와 함께 진짜 세상으로 나온 것이고, 소설 속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모험에 대해서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죠. 그리고 거기에 따르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는 결국 소년 스스로가 모두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고 말이죠. 꽤나 어두운 분위기지만 그다지 부담스지만은 않으니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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