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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가족이 앉은 저녁

권정선재 2014. 4. 9. 07:00

[맛있는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가족이 앉은 저녁

 

Good 막장 드라마 좋아하는 사람

Bad 제대로 된 해결을 찾는 사람

평점 - ★★★★ (8)

 

다른 것 다 집어치우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본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이하 어거스트’)는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나오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물론 그다지 친절한 영화도 아니고 흔히 말하는 딱 막장 스토리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것들이 실제 우리 가족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것일 겁니다. 앞에서는 웃으면서도 그 뒤로는 칼을 갈기도 하고, 지금 상대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밉고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것들 말이죠.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숨기곤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것들이 무엇이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죠. 괜히 뭐든 이야기를 하면 지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가족에게 상처를 주어도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남보다도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남이야 다시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존재이니 말이죠. 그런데도 우리는 가족을 너무나도 쉬이 대하고 있죠. [어거스트]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독설들이 난무하죠. 가족의 민낯을 드러내면서도 다시 화해를 하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가족이기에 그럴 겁니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2014)

August: Osage County 
8.2
감독
존 웰스
출연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 쿠퍼
정보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4-04-03
글쓴이 평점  

 

 

가족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르더라도 끝까지 우리의 편이 되고 이해를 할 수 있는 존재들일 겁니다. 서로 싸우고 미워하더라도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오는 그런 거 말입니다. 물론 이것이 그다지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닐 겁니다. 참 이상하게도 우리는 가족에게 늘 투정을 부리고 그러다 보면 지치기도 합니다. 가족에게 남들보다 더 큰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그들이 못 되기를 바라기도 하죠. 게다가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 가면서에 다라서 형제 간의 사이 같은 것은 멀어지기도 할 겁니다. 그렇기에 다소 어색한 사이가 되기도 하겠죠. 그리고 어느 순간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것이 다 터져나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그 시절에 나에게 왜 이랬어? 라고 말이죠. 그리고 부모는 모두 우리를 같이 키웠다고 생각을 하지만 정작 우리가 생각을 하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나보다 언니를 더 신경을 썼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동생만 우선하는 부모님이 미울 수도 있죠.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습니다. 화려하게 그리려고 하지도 않고 일부러 꾸미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다소 묵묵하면서도 묘한 느낌이 듭니다. 가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어쩌면 너무나도 잔혹하고 우리와 참 닮은 이야기에 묘한 느낌이 듭니다.

 

메릴 스트립은 독설을 잘 하는 엄마 역을 맡았는데 구강암과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참 불쌍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보통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면 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존재가 떠오르곤 하잖아요. 하지만 메릴 스트립이 맡은 엄마는 그렇지 않습니다. 독한 말을 마구 내뱉기도 하고 딸들이 아프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도 않습니다. 상대의 마음이 어떨까에 대해서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결국 속이 시원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참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나름의 애정 표현이었던 것이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억지로 하면서 자식들에게 거짓을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다소 독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이 그녀가 자식들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던 겁니다. 물론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지만 말이죠. 그런 그녀의 이야기는 참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시에 자식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가 없게 된 순간에는 지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오직 메릴 스트립이기에 이 역할이 가능햇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하기도 하고 여리기도 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서 밀어내기도 하는 엄마는 오직 메릴 스트립만이 가능합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큰 딸 바바라를 맡았는데 이혼 위기를 마주친 중년 여성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해결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불쌍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 모든 문제를 전부 다 해결을 하고 싶어하죠. 그러는 동시에 뒤늦게 어머니와 부딪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저 모든 것을 다 피한 채로 마치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서 존재하지만 그 모든 문제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그녀를 죽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괴로워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가장 엄마를 많이 닮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다른 가족에게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 절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철저한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자신은 무척 교양있는 척 행동을 하지만 결국 그녀 역시도 가족에게 온갖 막말을 퍼붓곤 합니다. 자신은 굉장히 공정한 척. 모두를 위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는 거죠. 그런 그녀의 이기적인 모습에 동생들도 질리게 되지만 결국 그녀 스스로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기도 합니다. 가장 강한 여성인 동시에 가장 여린 여성입니다.

 

줄리안 니콜슨이 맡은 아이비는 사촌을 사랑하게 되는 여자입니다. 참 불쌍한 존재입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모시기를 원하지 않지만 그녀는 자신의 부모의 곁에서 그들을 지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한 것도 제대로 못 찾다가 뒤늦게 사촌을 사랑하게 되는 여자입니다. 물론 그녀도 그를 무조건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어떻게 생각을 할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정말로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서 모든 것을 다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가족과의 부딪침도 전혀 겁을 내지 않죠.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녀에게 남자는 그저 남자가 아닙니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일어설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을 떠날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장례가 끝이 나고 뉴욕에 가기로 마음을 먹기 때문이죠. 뒤늦게 자신의 사랑을 겨우 찾는 불쌍한 아이입니다.

 

줄리엣 루이스가 맡은 카렌은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존재입니다. 꽤나 자유롭게 사는 존재로 많은 답답함을 유발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철이 없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게도 만드는 존재인데요.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주제에 꽤나 당당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자신의 존재라고 착각을 하는 거죠. 이런 그녀의 행동은 그저 약간의 철없음이라고만 이야기를 하기에는 난감하기도 합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이 해결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특히나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문제를 일으켜도 그의 탓을 하지 않습니다. 참 답답하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한 꽤나 밉게 보이는 역할이죠. 물론 그녀의 이런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막둥이로 가족의 모든 사랑을 받고 자라던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 거죠. 물론 이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제대로 일어나도록 키우지 않은 그녀의 부모님, 즉 아버지의 문제인 거죠. 혼자서 일어나지는 못하고 혼자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막장 스토리에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싸움만 벌이는 그들의 이야기는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가 더 많이 터뜨리나 비밀을 폭로하는 그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됩니다. 적어도 가족이라면 가족의 아픔을 보듬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가족은 자신의 아픔을 숨기기 위해서 누군가의 아픔을 꺼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그 정도로 아프지 않으니 참 다행이네? 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이 이기적이고 기이한 행동이 묘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이것이 결국 우리의 본성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는 이미 머리로는 우리의 모든 아픔을 다 꺼내고 그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모든 것이 다 사라질 수 있어. 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렇지 않게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내 마음을 열고 꺼내면 되지만 그러면 지는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비밀을 지키는 것이 마치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정작 그 모든 복잡한 상황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는 가장 간단한 이유인 주제에 말입니다.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수많은 배우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거든요. 멍하니 스크린만을 바라보게 되는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화기애매한 장례식 저녁

최후의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