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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 백조의 노래

권정선재 2014. 4. 8. 07:00

[맛있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 백조의 노래

 

Good 가족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내 아이가 가해자이고 죄 없다 믿는 이

평점 - ★★★★☆ (9)

 

생각 외로 빠르게 내려지고 있어서 참 아쉬운, 누구나 다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영화가 바로 [우아한 거짓말]입니다. 청소년 자살. 이건 더 이상 누군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들 우리 애는 그런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거야. 그런 일은 특별한 아이들에게나 일어나는 거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이미 우리들은 그런 것이 특별한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와 관련이 된 아이들은 그런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기를 바라면서 애써 무시하고만 있는 거겠죠. 아무리 우리가 무시를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사랑하는 작은 딸 천지가 죽고 난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한 가족을 망가뜨리지도 못합니다. 애초에 그런 것에 모든 것을 걸 만큼 여유가 없는 가난한 외벌이 가정이니 말이죠.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것. 그리고 모든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화해에 대한 것을 다룬다는 점도 [우아한 거짓말]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가 매일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짓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아한 거짓말 (2014)

Elegant Lies 
8.2
감독
이한
출연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유아인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4-03-13
글쓴이 평점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괜찮아. 라고 최면을 건 채로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것으로 인해서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우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픈 것들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마치 우리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음에도 말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거짓말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약해보이지 않기 위한 방어 수단 중에 하나에 불과할 것입니다. 참 이상한 것이 우리들은 약자라고 하면 그들을 보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다시 공격하기 위해서 안달이 납니다. 그들을 돕거나 그럴 마음을 가지지 않는 거죠.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보이는 이상한 룰 탓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돕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먹잇감이 되고 마는 것이죠.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그에 대해서 고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정말로 최악의 순간. 이제 끝이라고 생각을 한 순간에야 그제야 조금이라도 고쳐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곤 맙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이미 모든 것이 다 늦은 상태죠.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서는 최악으로 다다르기 전에 그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미 모든 것이 다 망가진 후에는 무엇이건 고치기 쉽지 않습니다.

 

김희애는 홀로 두 딸을 키우는 동시에 작은 딸을 결국 잃게 된 그러나 삶을 떠날 수 없는 가련한 여인 현숙역을 맡았습니다. 현숙이 가장 슬픈 이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일 겁니다. 사랑하는 딸이 죽었지만 그녀는 함부로 앞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놓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결국 혼자 딸을 키우는 그녀는 아무 것도 포기 할 수 없습니다. 가장 힘든 순간, 가장 아픈 순간에도 그녀는 묵묵히 마트로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고객들의 앞에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미소짓고 있어야 합니다. 그녀가 맡은 시식 담당 판매원은 시식할 음식을 파는 것과 동시에 자신도 판매해야 하는 일종의 상품이니까요. 자신의 감정을 팔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속여야 하는 그녀는 너무나도 서러운 존재입니다. 지금이라도 눈물 짓고 모든 것을 다 때려치고 싶을 그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딸의 아픈 마음에 대해서 제대로 몰랐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너무 아프게 만듭니다. 그냥 잘 웃고 밝아보이기만 하던 그 아이가 과연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그런 것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을 할 여유도 없습니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다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그녀 나름대로 세상을 향해서 묵묵한 걸음을 내딛는 그 모든 과정. 딸을 잃은 어머니. 그 모든 아픔이 묻어납니다.

 

고아성은 동생을 먼저 보낸 만지역을 맡았습니다. 그녀 역시 죄책감에 사로잡힌 인물입니다. 여동생과 다르게 친구들도 있는 편이고 크게 상처를 받지도 않는 성격인 그녀는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싫은 것은 싫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복잡한 것을 따지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동생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에 대해서 별로 대수롭게 생각을 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그 정도 아픔을 다 생각하고 있고 그런 것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일일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 결국 사랑하는 여동생이 죽고 나서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무게가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그리고 동생이 혼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알게 됩니다. 뒤늦은 언니의 자책은 이미 늦어버렸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또 다른 아이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죠. 사랑하는 동생을 먼저 보낸 불쌍한 언니를 고아성은 너무나도 덤덤하게 표현합니다.

 

김향기는 모든 것을 다 혼자 감내하다 결국 떠난 소녀 천지입니다. 누구나 다 착한 아이라고 하는 그런 아이에요. 그래서 그런 아픔이 있을 거라는 것도 모르는 아이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 이런 아이들이 더 큰 아픔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늘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기에 사람들이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죠. 그 버거움과 슬픔에 대해서 알기만 한다면 모두 조금이라도 그 아이를 위로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너무나도 아픈 상황에서도 아이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감당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해야 하는 거라고. 자신이 견뎌야 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늘 뜨개질을 하면서 결국 자신이 죽을 끈까지 만드는 이 아이는 너무나도 불쌍한 아이입니다. 그 상황이 되도록 그 누구에고도 도와줘.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거죠. 작고 여린 아이는 세상이라 벽. 자신의 세상에서 결국 죽음을 선택하며 모두에게 울림을 전합니다.

 

김유정천지를 괴롭히지만 결국 자신도 너무나도 아파하는 화연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도 무조건 나쁜 아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해석을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싫어합니다. 나쁜 아이는 그냥 나쁜 아이이고 뭐라고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런 아이를 괜히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동정을 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러면서도 묘하게 동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화연은 자신이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그런 불쌍한 아이입니다.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거죠. 너무나도 여리고 약한 이 아이는 결국 강한 척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참 밉고. 참 나쁘고. 또 미운 아이지만 그런 동시에 참 안쓰럽습니다.

 

유아인은 그다지 큰 비중은 아니지만 천지의 가장 소중한 친구 추상박역입니다. 상처를 지닌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향해서 손을 내밀려고 하는 존재죠. 그 누구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던 천지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때는 나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이 아는 사람에게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그 눈에 어떤 시선이 섞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은 다시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어떠한 수단이 될 테니 말이죠. 그렇기에 천지가 조금 멀리에 있는 추상박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겁니다. ‘추상박이 멋진 어른인 이유는 그가 누군가에게 억지로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탓일 겁니다. 대다수의 어른들과 다르게 추상박천지의 이야기를 그저 묵묵히 듣고 있을 따름입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 과연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 가장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것이 어느 한 아이의 잘못도 아니고, 단 기간에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 영화가 말을 하는 거죠. 아이들이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것은 이미 어른들이 만든 룰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밟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아래에 있으면 그것이 네가 지는 것이고 평생 거기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아이들은 기를 쓰고라도 위에 올라오려고 합니다. 실제로 학교 폭력 문제가 생겨서 학교에 가게 되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할 겁니다. 피해를 당한 아이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인 것일까요? 세상에 그래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그래도 되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웃고 행복해 보이는. 그래서 괜찮아. 라고 거짓말을 하는 그런 아이들의 아픔에 대해서도 모두 다 보듬어야 하는 거죠. 모두가 다 친구가 될 필요는 없지만, 도대체 뭘 바라고 그 아이들을 이토록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기만 하려고 하는 걸까요? 조금만 어른들이 그 아이를 받아준다면. 그 마음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면 다른 상황이 펼쳐질 텐데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픈 영화 [우아한 거짓말]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함께 식사를 하는 김희애모녀와 미란자매

다정하게 팔짱을 끼는 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