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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나라 없는 사람

권정선재 2014. 5. 8. 07:00

[행복한 책방] 나라 없는 사람

 

미국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마지막 작품인 [나라 없는 사람]은 풍자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유형이기에 나소 낯설기는 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와 다르게 한국은 풍자라는 것 자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라잖아요. 풍자를 잘못하게 되면 높은 분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되고 이내 그러한 것들이 사라지기도 하는 나라이고 말이죠. 하지만 풍자는 웃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풍자를 잘 한다는 것은 그 나라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이야기를 해주는 지점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누가 무슨 말을 하건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도 가지지 않고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 자체만으로도 참 즐거운 것 아닐까요? 그리고 늘 권위가 있고 강하다고만 생각을 하던 상대에 대해서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고요.

 


나라 없는 사람

저자
커트 보네거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7-08-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저 위의 누군가’가 가장 사랑한 우리 시대의 작가 커트 보네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이외수같은 사람일 것 같은 작가가 미국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신기합니다. 사실 오직 미국인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풍자는 그 풍자의 대상이 직접 풍자를 해야지 더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만일 그것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할 경우 그것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결국 조롱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니 말이죠. [나라 없는 사람]에서는 그 묘한 지점을 정확히 자극하고 정확히 피해갑니다. 일단 미국에서 알아주는 작가라는 점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의 신랄한 비판이 오히려 더 유쾌하게 느껴집니다. 억지로 돌려서 말을 하는 느낌이 아니라 이걸 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물론 단순히 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 무언가도 담겨져 있기에 더욱 매력적입니다. 그냥 무조건 까기만 한다면 사실 그건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쉽게 거론을 할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흥미롭게 보일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그냥 그 순간 사라지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그 풍자가 유쾌함과 같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비판하고자 하다가 은근슬쩍 그 주제를 뭉게지도 않습니다. 정말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 비판을 제대로 합니다. 바로 여기에서의 통쾌함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가 그것이 혹시나 논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뒤로 물러나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보통이니 말이죠.

 

게다가 미국 거장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점도 참 흥미롭습니다. 아무리 개인의 생각이 들어갈 수 있는 장르의 책이라고 하지만 이토록 작가의 생각이 오롯이 들어간 책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이렇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니 마치 좋은 사람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말 잘 하는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러한 맛이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스탠딩 코미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게다가 작가의 친필 역시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거장의 자유로운 생각을 마주할 수 있는 [나라 없는 사람]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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