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럼두들 등반기
독특한 산악 소설인 [럼두들 등반기]는 사실 산악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냥 코미디 소설의 느낌이 듭니다. 가상의 국가의 인물이라는 것 자체가 이 소설을 독특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산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독특한 형식인 거죠. 가상의 현실을 그냥 두고 이야기를 하는 이것은 산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마치 코미디와도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대화가 이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서로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 기묘한 느낌이 [럼두들 등반기]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이 같은 느낌은 우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도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가 되는 것처럼 느끼고 그러면서 또 답답함을 그 안에서 느끼기도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정중하게 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이거 정말 이기적인 것 아닌가요? 내가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주제에 누군가가 나의 말을 듣기를 바란다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임에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나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이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거죠. 이 유치한 행동의 모습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등장하기에 꽤나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이 좋을 뜻대로 그것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 누구도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않습니다. 포터에 대한 과장 역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겁니다. 수많은 포터들의 모습은 그것을 눈앞에 그리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입니다. 그 과장된 상황이 독특한 귀여움 같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자로도 이렇게 답답한 순간에도 그다지 답답함을 느끼지 않으며? 자유로이 행동하는 인물들을 보면 다시금 묘한 생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우리가 너무 아등바등 살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즐거움 말이죠. 게다가 캐릭터들의 과잉 역시 이 캐릭터들을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합니다.
단순히 대화가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은 이 소설이 우리들과 가장 다른 부분일 겁니다. 매일 최악의 음식을 만들어주는 요리사 ‘퐁’을 이해하기 위한 주인공의 행동은 사실 우리가 누구나 다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그와 같은 행동을 따라하고 그가 조금이나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를 하려는 생각만 가지면 되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핑계로 하지 않을 생각만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조금만 더 상대방하고 대화를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면 이 모든 문제가 다 사라지게 되고 조금 더 편한 마음이 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그러한 생각을 잘 하지는 않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와 같은 팀을 이룬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고 하는 노력인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보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까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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