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한공주, 얼음들의 세상에서

[맛있는 영화] 한공주, 얼음들의 세상에서

 

Good – 실화 영화, 사회 고발 영화를 원한다면?

Bad – 아프고 불편한 것은 싫어.

평점 - ★★★★☆ (9점)

 

영화를 볼까말까 되게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영화는 사실 많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좋습니다. 성폭행 피해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그 동안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영화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그 동안 없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 동안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 다루던 영화들은 피해자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가해자들의 눈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한공주]는 다릅니다. [한공주]는 성폭행 피해자인 ‘한공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어쩌면 이렇게 아픈 건지, 보면서 계속 한숨만 나오는 영화입니다. 도대체 왜 그 어떤 어른들도 이 아이를 제대로 봐줄 생각을 하지 않은 걸까요?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제대로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어른들의 눈으로. 창피하다고 말을 하는 경찰 같은 거. 이 모든 일들이 심지어 사실이라는 것이 더더욱 얼음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차가운 세상인지. 그리고 약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세상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어느 순간부터 약자랑 같이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도 하지 않습니다. 강한 아이,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아픈 이야기가 [한공주] 안에 담긴 무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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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2014)

Han Gong-ju 

9.4

감독

이수진

출연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이영란, 권범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2 분 | 2014-04-1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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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 등이 이 영화를 보는데 더욱 아픈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피해야 할 일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오롯이 더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하나의 진실인 거죠. 우리가 이것을 무섭다고. 아프다고 외면하고 이것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생각을 해버린다면 정말로 없는 일이 되어버릴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그 상처를 혼자서 모두 다 감당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거겠죠. 그 아픔과 그 현실이. 결국 이 모든 아이들을 아프게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기댈 곳은 오직 어른들, 얼음들 뿐인데. 얼음들은 너무나도 차가워서 이 아이들을 감쌀 수가 없어지는 거죠. 피해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영화가 그래서 너무나도 아플 겁니다.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고, 소녀가 세상을 믿고 다시 세상에서 버림을 받는 그 모든 순간까지도 다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서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아픔에 비해서 이야기가 조금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서 더 아프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의 삶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천우희’는 주인공 ‘한공주’ 역을 맡았습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요? 라고 말을 하는 조금은 무덤덤한 소녀입니다. 세상은 이 소녀에게 너무 잔인합니다. 분명히 이 소녀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누구도 이 소녀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것인데도 결국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그녀입니다. 그녀는 세상에서 버려지고 가족에게 버려집니다. 그녀의 엄마는 새로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버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팔아먹어서 그 돈을 받아서 생활을 하고 돈을 흥청망청 써버립니다. 세상 그 어디에도 그녀를 제대로 위로할 수 있는 곳도 없죠. 선생님의 어머니 댁에서 머물게 된 그녀는 조금씩 그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려고 하죠. 새로운 학교에서 ‘은희’라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조금씩 그 문제에 대해서 잊어가려고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같이 노래를 하기도 하고 수영을 배우기도 하죠. 약간 힘이 없어보이는 ‘천우희’의 연기가 ‘한공주’를 더욱 아프고 아리게 다가오게 만듭니다. 세상의 아픔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소녀가 너무나도 지치게 만드는 무언가일 테니까요. 크게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그녀의 무덤덤함이 더더욱 성폭행 피해자의 아픔을 크게 느끼게 만듭니다.

 

‘정인선’이 맡은 ‘은희’는 ‘공주’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녹이려고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공주’에게 잘해주는 걸까?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합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마음이 그다지 나쁘게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에 대해서 따뜻한 마음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무언가까지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사람의 경계선을 지켜주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그리고 다가오지 말라는 말에 무조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물론 이런 그녀도 한계가 뚜렷한 인물입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입니다* ‘공주’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죽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아픔이 너무나도 크기에 친구가 임신을 한 아픔을 그냥 외면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이것은 ‘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녀에 대해서 알아버린 그 순간. 공주가 건 전화를 그녀는 결국 외면하고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자살을 하고 말죠.

 

어른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도 어른들은 흔히, 성폭행 당한 아이도 문제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제대로 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지는 않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고 가능하면 내 아이와 그 아이가 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폭행에 가담을 한 아이들의 형벌이 너무나도 낮은 것이 문제입니다. 실제 밀양 여중생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한공주] 안에서처럼, 결국 가해자들은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조롱을 하던 여경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세상은 아픈 사람들에게 그것을 그냥 견디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남들도 다 그만큼 아프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는 거라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받아들일 줄도 모르면서 다 그렇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피해자의 마음에서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기에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계속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영화입니다. 너무나도 아프고 괴롭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픈 아이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피해자의 영화 [한공주]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공주’

둘 –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공주’와 ‘